퇴근길인문학

기획세미나는 튜터가 있는 장, 단기 세미나들입니다. 현재 <액팅스쿨>, <퇴근길인문학>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1월 23일 <액체근대> 3,4,5장 후기

2013.01.26 00:07

신경섭 조회 수:1485

 이번 세미나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키워드는 '예의를 차리는 예의 없음'이다. 사람이 사람과 유대를 쌓아갈 때는 서로간의 불화와 갈등, 불편함이 있기 마련이다. 현재를 사는 사람들은 이를 거부하고, 피한다. 즉, 피상적인 예의를 잃지 않으면서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다. 나에게 이 부분이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은 이우 고등학교 7기(동창들)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우리(7기)는 모두 서로 친했다(친하다 라는 개념이 모호하지만). 진지한 자리에서 모여 진지한 이야기도 자주 하였고, 자기 내면의 이야기를 할 줄도 알았다. 그러나 우리는 울고불고 난리치며 할 수 있는 모든 저주와 욕을 쏟아내는, 말하자면 밑바닥 다 보여주는 싸움을 단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다. 물론 싸우는 것 만이 꼭 깊은 유대를 형성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불화와 갈등의 두려움으로부터 생긴 지나치기까지 한 배려는 형용하기 힘든 위화감으로 느껴졌다. 쉽게 말하자면 눈치보기 싫었다. 길게는 6년, 짧게는 3년씩이나 같은 시공간을 공유한 친구들끼리 짜증날 정도로 눈치보는 것이 싫었다. 물론 어떻게 보면 눈치를 본다는 것이 서로를 배려하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7기 친구들과는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불만이 있으면 쉽게 말하고, 짜증나더라도 조정해 나가는 관계가 되었으면 했으며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비슷하지만 반대의 예로 고등학교 3년을 같이 보낸 미식축구부 동아리의 멤버들이 있다. 이 친구들, 후배들과는 정말 피터지게 싸우면서 문자 그대로 소리지르고 울면서 서로의 의견을 조정해 나갔다. 덕분에 이 멤버들은 싸우는걸, 갈등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눈치를 볼 때 보더라도 싸워야 할 때 싸울 수 있다. 나는 이들과의 관계가 훨씬 편안했다. '배려'를 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하지만 상처입는것과 상처입히는 것을 참아내면서 싸우는 것은 쉽지 않다. 아는 사람 모두와 후자의 관계를 만들 수는 없겠지만 필요하다고 느낄 때는 싸울 수 있는 힘이 중요한 것 같다.(사실 액체 근대에서 지적한 문제는 유대나 배려 이전에 개인화에 의한 단절인 것 같지만 나에게는 이런 생각들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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