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5일의외침


3월부터 요가를 시작했습니다. 몸 쓰는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예전부터 있기도 했지만 시골로 내려가겠다는 낭만적인 꿈을 현실로 살기 위한 준비의 하나라는 절박한 이유가 먼저였습니다. 어딜 가든 아이들과 책 읽으면서 살 수도 있겠지만 요가하면서 사는 게 더 좋을 것 같잖아요. 그래서 요가지도자 자격증을 따자고 결심했던 것이고 곧 광합성에게 의논했고 광합성이 추천해준 그 선생님 밑에서 수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광합성이 좋아하는 그 요가 스타일이 몸을 적당히 유연하게 단련시키는 게 아니라 그야말로 빡쎄게 수련하는 아쉬탕가 요가였답니다. 36일부터 지금까지 제 몸의 각 부분이 해체 모여하고 있는 중입니다. 기진맥진, 너덜너덜... 근육통 정도가 아니라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몸 여기저기가 어찌나 아픈지 맘 가는데 몸 가는 게 아니라 몸과 맘이 집안에만 있은 지 어언 두 달...

4월의 어느 목요일 간신히 몸을 이끌고 광화문에 갔더니만 녹색당 탈핵행동은 없더라구요. 새로운 방향을 잡기 위해 잠정 중단이라고 나중에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높은 가지를 흔드는 매미소리에 묻혀

내 울음 아직은 노래 아니다

 

차가운 바닥 위에 토하는 울음,

풀잎 없고 이슬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지하도 콘크리트벽 좁은 틈에서

숨막힐듯, 그러나 나 여기 살아있다

귀뚜르르 뚜르르 보내는 타전 소리가

누구의 마음 하나 울릴 수 있을까

 

지금은 매미떼가 하늘을 찌르는 시절

그 소리 걷히고 맑은 가을 하늘이

어린 풀숲 위에 내려와 뒤척이기도 하고

계단을 타고 이 땅밑까지 내려오는 날

발길에 눌려 우는 내 울음도

누군가의 가슴에 실려가는 노래일 수 있을까                               나희덕-귀뚜라미

 

 

작은 물방울의 후기를 읽게 되었는데 안치환이 부른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계속 깔리는 환청이... 내 울음이 노래일 수 있는지, 내가 거리에 서있는 1시간이 누군가의 가슴에 실려갈 수 있는지...

 

파지사유에 1시 좀 넘어 들어섰고, 새로운 메시지 전달을 위한 피켓 제작을 하고 있는 물방울과 인사, 물방울이 쓴 글자에 덧칠하면서 피켓을 만들고 로얄 스포츠 센터 앞으로 출발!

얼마 전에 읽은 테드 창의 SF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하다가 내일 핵발전소 사고가 난다는 미래를 알더라도 나는 오늘 탈핵 피켓을 들고 여기 서있을 것이라는 이야기, 유연하게 살기 위해 요가한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물방울은 최초의 해외여행을 인도로 다녀왔다는 이야기, 그 인도 여행에서 외국인 친구의 초대로 요가 수련 경험한 이야기 등을 하더군요.

호오... 놀라워라...인도에서 요가한 녀자로군...

 

피켓 하나씩 들고 우리가 친목을 다지고 있는 사이에도 피켓에 붙은 문재인의 사진을 째려보고 지나가는 어르신들, 천천히 읽어보고 지나가는 어르신들, 아이들...

오늘도 어김없이

그래, 핵발전소 위험하니 없애라는 건 좋다. 그런데, 대안이 있어야할 것 아니냐. 대안을 좀 내놓고 주장을 하던가, 대안도 없이 전기를 쓰지 말라는 거냐.”

스위스 같은 외국 얘기 하지 말고 우리나라 대안을 말해야지.”

대화를 위해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본인의 감정을 쏟아놓기 위해 말하는 할아버지 등장.

개성 공단에 다 퍼준다고 하던데 정말 그렇게 할꺼냐?‘

전교조를 합법화 한다는데 그렇게 주장하는 거 다 들어주면 어쩌자는 거냐?”

그놈의 문재인 사진 때문에 우리를 문빠로 여기시는지... 5번 찍은 문빠가 되는 순간.

 

시민의회, 숙의민주주의 등의 물방울 요즘의 관심사 이야기를 듣다보니 차곡차곡 집에 잘 배달되어 쌓이기만 하는 <녹색평론> 꼬박꼬박 읽어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1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가고 저는 수지도사관으로, 물방울은 파지사유로 다시 각자의 방향으로 걸어가는데 언젠가 다시 수지구청 역 사거리에서 한 시간 방향이 겹치고 귀뚜르르 뚜르르대화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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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7.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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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댓글

히말라야

2017.05.29
00:43:35
(*.13.61.209)

고생하셨어용~~

그래도 그런 어르신들 덕분에 매번 다시 내가 뭐하나..생각도 하고

다음번엔 어떻게 할까..고민도 하고...

가끔 지지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하는 일 없이 보람도 느끼고..

그렇게 사는 것도 즐거운 거 아닌가....싶은 생각도.


잘 산다는 게..뭐 별거..있나요..헤헤.

요요

2017.05.29
08:05:34
(*.178.61.222)

하하 탈핵피켓을 들고

개성공단과 전교조에 대한 이야기까지 들어야했군요.^^

물방울과 스마일리 두 분, 수고하셨어요~~

목요일 오후 2시부터 3시, 

탈핵피켓을 들고 함께 거리의 풍경이 되는 그 한 시간의 무게에 대해

우리는 무겁게 혹은 가볍게 계속 질문을 던지고 있군요.ㅎㅎ

그걸 잊지 않기 위해 일주일에 한 시간이 필요한가봐요. ㅋㅋ


은주

2017.05.29
11:45:32
(*.117.213.208)

사진1.jpg 지나가다 지나가다 피켓 들은 쌤들이 보여서 인증샷 한 장!!

좀 멀어서 잘 안나왔지만

활짝 웃는 얼굴은 확실하게 나온 거 같아 다행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첨부 :
사진1.jpg [File Size:263.1KB/Download9]

새털

2017.05.29
12:41:18
(*.168.48.172)

며칠 전 서울가며 버스에 붙여놓은 문구가 맘에 들어 한 장 찍었어요.

할아버지들께 서울시도 이런 대안을 실천중에 있다고 말씀드려 보아요^^

 

버스.jpg

첨부 :
버스.jpg [File Size:67.4KB/Download11]

귀뚤방울

2017.05.31
16:39:27
(*.167.33.51)

'귀뚜르르르~~~~' 스마일리님의 응답이 정말 반가웠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나누며 저를 돌아보기도 하고....

스마일리쌤이 요새 뭘 하시며 지내는지...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들으며 제 생각이 정리되기도 하며.... 서로의 마음을 전했네요.

쌤~~~ 다음에도 '귀뚤 귀뚜르르'해요 ㅋㅋㅋ 


아!!! 기연과 은주쌤~~ 수지구청 사거리에서 만나니 더욱 반가웠어요.

사진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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