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이다

들뢰즈에 따르면 영화는 서사가 아닙니다. 영화는 재현도 아닙니다. 영화는 운동과 시간의 관계를 이미지로 보여주며 우리의 습관적인 인식체계를 흔들어놓는 사유기계입니다. 들뢰즈의 영화론은 “영화에 관한 사색인 이상으로 세계로서의 영화에 관한 것이며, 영화에 개입해서 어떤 면에서는 영화와 같은 것이 되어 버린 세계에 관한 사색”(우노 구니이치)입니다. 지금 우리는 헐리웃과 cgv에 완벽하게 포획되어 있습니다. 그들, 거대 미디어 산업은 우리가 봐야 할 영화를 지정하고, 우리가 느껴야 할 감성을 명령합니다. 하여, 이제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영화를 만나보고자 합니다. 영화를 사유한다는 것, 익숙한 사유와 습속을 뒤흔드는 시간 이미지를 통해 삶의 원점에서 다시 질문한다는 것! 가능할까요? 여기 변방, 동네의 작은 배급사 [필름이다 Film Ida]에서 그 실험을 시작합니다.

<시네마천국 05> 영화는 , 맛있다.

2016.08.13 04:36

담쟁이 조회 수: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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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천국 04]

영화는 맛있다




글 : 담쟁이












언제부터 영화를 좋아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어릴 적 티비에서 주말 토요영화가 시작될 때 쯤이면 가슴이 설레기 시작하던 때부터였을까.

내가  영화를 추억하는 코드중 하나는 영화 속 음식이다. 영화의 장르를 불문하고 영화에 나오던 음식들은 그 어느 장면보다 내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 중 몇 개의 영화들.



 1. 사랑은 파인애플 통조림이다. ; <중경삼림 >왕가위.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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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막하고 어두운 도시 중경(홍콩)을 배경으로 실연당한 두 경찰관의 사랑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어지는 영화이다. 헤어진 애인에게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며 자신의 생일이 유통기한인 파인애플을 매일 한 개씩 사 모으는 경찰 223(금성무), 매일 애인이 좋아하는 샐러드를 사가는 경찰 633(양조위).  그들의 사랑은 파인애플 통조림과 패스트 푸드점의 샐러드에 담겨 있다.

조각같은 금성무와 제복을 입은 양조위의 그윽한 눈빛에 취해 눈이 호사하며 몇 번을 본 영화이다. 특히 양조위가 애인과 헤어지고 더 이상 애인의 샐러드를 사지 않게 되었을 때 쓸쓸히 블랙커피를 마시는 장면은 그야말로 가슴을 저릿하게 만든다.

 애인이 돌아오지 않을 거라 생각한 경찰 223이 자신의 생일날 그 동안 사 모은 파인애플 통조림 30개를 다 먹고 미친 듯이 뛰는 장면도 역시 인상적이었다.  



2.그리고 사랑은 김치찌개다;  <미술관 옆 동물원> .이정향.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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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을 좋아하는 작가 지망생 춘희(심은하)와 동물원을 좋아하는 보통 남자 철수(이성재)의 로맨스를 그린 수채화 같은 영화이다. 영화 제목 만큼이나 그땐 신인이었던 심은하와 이성재의 연기도 풋풋하고 신선해서 좋았다. 순정만화 같은 스토리였는데 뭔가 어설프지만 그래서 더 순수함이 느껴졌다고 할까?

춘희와 철수는  서로가 달라서 매사에 삐걱거리고 다투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공감하며 함께 시간을 쌓아간다. 철수는 물병에 입을 대고 먹는 춘희를 구박하면서도 살림도 요리도 엉망인 그녀를 위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낸다. 냉장고를 뒤져 이것저것 썰어 넣고, 찌개도  뚝딱 끓여 낸다.  춘희는 음식을 보고 기뻐하며 인디언 소년처럼 소리를 질러 대기도 한다. 그렇게 철수는 새롭게 시작된 춘희에 대한 사랑을 김치찌개로 전하고 있는 것이다. 신인이었던 심은하는 그 장면에서 하나의 어색함도 없이 자신을 위해 만들어 준 음식에 대한 고마움을  참 맛깔스럽게 연기했다는 생각이 든다.

  


3. 다시, 사랑은 크리스마스 케잌이다.; <리틀 포레스트 2 겨울과 봄>. 모리 준이치.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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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 만화를 영화한 이 작품은 < 리틀포레스트 ;여름과 가을>의 속편이다.

 전 편에서 말없이 집을 나간 엄마의 이야기와 도시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엄마가 없는 빈 집으로 돌아 온 이치코.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자기가 기른 것들로 소박한 음식을 해 먹는  이치코의 일상이 잔잔하게 그려진다.  영화의 첫 번째 요리로 두 가지 색으로 만든  크리스마스 케잌이 나온다. 전편에서는 엄마의 레시피를  따라 하며 음식을 만들었지만 이 편은 이제 더 이상 엄마의 레시피가 아닌 이치코만의 레시피를 찾아간다. 그리고 이치코는 요리를 통해 자신을 사랑하게 되고 그만큼 성장해 간다. 제대로 먹는다는 것은 곧 제대로 산다는 것. 영화속 요리들은 소박하고 간결하다. 그러나 매 순간 정성을 다해 만들어진다. 영화에서 펼쳐지는 각 계절의 풍경과 요리과정들을 디테일하게 보여주는 영상미가 멋져서  보는 동안 즐거웠고 레시피를 적어가며 한 동안 영화 속 요리를 따라 해 보기도 했다.

영화 속 음식은 눈으로 먹고 머리로 맛을 느낀다. 그러나 그 맛은 시간이 지나도 오래도록   나에게 선명한 감각으로 남아 추억으로 그 시간을 기억하게 해 줄 것이다.





[필름이다 Q&A]


 1.언제 영화관에 가세요?

조조와 심야를 가리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갑니다.

하지만 문탁 생활이후로는 도저히...ㅠㅠ 

요즘은 고전공방이 끝나는 목요일에 젤 가고 싶어집니다.


2.내가 생각하는 좋은 영화란?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끝나도 일어나고 싶지 않아지는 영화? ^^


3.나의 베스트 영화 ;너무 많은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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