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이다

들뢰즈에 따르면 영화는 서사가 아닙니다. 영화는 재현도 아닙니다. 영화는 운동과 시간의 관계를 이미지로 보여주며 우리의 습관적인 인식체계를 흔들어놓는 사유기계입니다. 들뢰즈의 영화론은 “영화에 관한 사색인 이상으로 세계로서의 영화에 관한 것이며, 영화에 개입해서 어떤 면에서는 영화와 같은 것이 되어 버린 세계에 관한 사색”(우노 구니이치)입니다. 지금 우리는 헐리웃과 cgv에 완벽하게 포획되어 있습니다. 그들, 거대 미디어 산업은 우리가 봐야 할 영화를 지정하고, 우리가 느껴야 할 감성을 명령합니다. 하여, 이제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영화를 만나보고자 합니다. 영화를 사유한다는 것, 익숙한 사유와 습속을 뒤흔드는 시간 이미지를 통해 삶의 원점에서 다시 질문한다는 것! 가능할까요? 여기 변방, 동네의 작은 배급사 [필름이다 Film Ida]에서 그 실험을 시작합니다.

<시네마천국 08> '방화'의 추억

2016.09.04 00:15

자룡 조회 수: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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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천국 08]

방화의 추억




글 :자룡 e64a975859df24f3fcef1cca9a5eb2ab.jpg












어디에 불지른 추억이 아닙니다.

한국영화를 부르던 옛말을 다시 꺼내보았습니다.

대머리아저씨가 3S 정책을 펼 때, 동네 골목에는 동시 상영관의 야한 영화 포스터가 붙어 있었습니다.

그 시절 부터 추억을 꺼내 봅니다.



#1 베스트셀러극장


  '국민학교' 2학년 즈음, TV를 좋아하던 나를 매혹시킨 토요일 오후의 재방송이 있었다. 바로 '베스트셀러극장'. 잘 알려지지 않은 단편소설들을 60-70분 정도의 단막극으로 재구성한 시리즈물이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TV 드라마겠지만, 나에게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인상깊은 기억을 준 영상물시리즈로 영화라 칭해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국민학생의 시선에서  베스트셀러극장은 '있어' 보였다. 당시 방영되던 연속극들과는 화면의 질감도, 서사의 완성도도 다르다는 생각을 했었다. 토요일 점심을 먹고 방영하는 재방송을 보고나면, 한 편의 영화를 본 듯 뿌듯하고 배부르고 나른한 느낌이 좋았다. 이런 베스트셀러극장의 기억이 영화 취향을 만드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화려한 액션, 관객을 압도하는~~' 보다는 조근조근 이야기 하는 느낌을 좋아하게 되었다. 


  
#2 고래사냥


고래사냥은 '영화'라는 것의 재미에 눈뜨게 해준 작품이다. 아마도 4-5학년 때 정도, TV의 추석 또는 설날 특집 정도로 방영되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로드무비의 전형적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 가수였던 김수철, 안성기가 도시의 슈퍼마켓에서 생닭을 뜯어먹고, 탄광촌에서 생활하고, 바다에 도착한 장면 등이 아직도 기억난다. 오래되어 에피소드들이 전부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집중하면서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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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운천읍 비디오방의 성장영화(?)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꽃다운 시간이었다.(이런 표현 쓰니, 완전 아저씨 같은데, 그래도 쓰고 싶다. 딱히 다른 표현이 없다.) 1996년, 스물한 살. 폭우로 인해 산사태가 나던 여름 강원도 철원으로 끌려갔다. 산정호수 근처의 부대에 배치 받고, 긴장 속에 여기서 어떻게 지내나 한숨을 푹푹 쉬며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나름 재미있는 일상의 구멍이 생겼다. 보직이 행정병이라 한 달에 두 번씩 연대본부로 업무를 나가게 된 것이다. 업무를 나에게 물려준 말년병장 고참은 연대본부에서 업무를 약 10여분 간 본 후, 나를 근처 번화가인 운천으로 데리고 가 라면에 김밥을 먹였다. 이제 밥을 먹었으니 부대에 복귀해야겠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비디오방’에 가서 영화나 한편 때리고 가자는 충격적인 제안을 했다. 나는 범생이라 빨간불에는 건널목도 건너지 않는데, 땡땡이라니. 어쨌건, 이를 계기로 고참이 전역한 후 혼자 매주 두 편씩 영화를 보게 되었다.
  날 군대에 보낸 국가와 사회에 불만도 많았고, 외환위기 언저리라 전역후의 삶도 매우 불안하게 생각했던 시기. 젊음과 성장을 주제로 한 영화들이 있었다. 좀 우습긴 하지만 당시 운천비디오방에서 30인치 남짓한 브라운관에 올라가는 엔딩크레딧을 보며, 영화에 공감해 눈물을 흘리기도 했었다. 젊은 시절의 추억이라 그런지, 아직도 나에게는 그 시기의 한국영화들이 최고의 수작이다.


- 바이 준 : 아마도 유지태와 김하늘의 데뷔작. 어둡고 절망적인 젊은이들의 모습. 매일 욕나오는 군 생활에 진저리 치던 나도 어두웠다. 이 영화를 보면서 담배를 반 갑은 피웠던 것 같다. 자룡은 이 영화를 보고 김하늘의 팬이 됨. 본인의 상태는 고려하지 않고 유지태같은 스타일을 추구하려 노력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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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친구 : 임순례 감독은 뭘 하며 지내실까? 최근 수저, 헬조선 담론이 활발하지만, 1996년 경 작품인 세 친구에서도 젊은이들은 암울하기만 하다. 비슷한 시기 나왔던 ‘트레인스포팅’을 보며 이질감을 느겼었는데, 이 영화는 100%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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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록물고기 : 한석규, 문성근, 심혜진. 군대를 마치고 귀향하던 한석규가 기차안에서 심혜진을 만나고 사랑을 시작한다. 군 생활을 하면서 여자친구와 헤어진 자룡은 이 영화를 보며 자기도 집으로 돌아가며 아픈 사랑을 할 거라 몽상에 빠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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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트 : 정우성, 고소영. 어떤 영화가 먼저인지 모르겠지만, ‘내 사랑에 유통기한이 있다면 10만년으로 하고 싶다’라는 대사가 있던 중경삼림와 비슷한 화면 질감과 느낌이었다. CF 같은 스타일리시하고 속도감 있는 전개. 자룡은 정우성이 타던 오토바이를 보고, 위험하니 제대하면 돈을 벌어 빨간 스포츠카를 사겠다는 다짐을 친구에게 편지로 보냈다.  허세부리기는 타고난 성격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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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절 영화를 몰아 보면서 관심이 생겨 제대 후 ‘키노’라는 영화잡지를 두어 번 샀던 기억이 있다. 먹물인척 하는 걸 좋아하는지라 옆구리에 장식품으로 끼고 다녔지만, 다 본적은 없다. 항상 그 잡지를 보면 졸렸다. 전공서적보다 어려웠던 기억이. 아마도 내 기억엔 외환위기 이후 2000년대 초반에 망했다. 아직도 기억나는 이름인 원용진 박사의 ‘대중문화의 패러다임’이라는 당시 신간을 보고 꿈꾼 ‘문화정치학자(?)’의 꿈을 키노가 짓밟은 측면이 있다.




# 4 말랑하지만은 않은 연애담들


  복학해서 어쭙잖게 고시공부를 한답시고, 용돈을 타다 쓰면서 신나게 술 먹고, 사랑하고, 방황하며 살았다. 밀레니엄이 어쩌구 저쩌구 하던 2000년 경, 아름답지 만은 않은 연애담을 다룬 작품들이 등장했다. 자룡은 20대 중반의 청춘, 좌충우돌 다양한 연애를 하려 노력하던 시절이었다. 아래 영화들을 보고, 나와 친구들의 연애담을 함께 나누며 술잔을 기울였다. 보면서 웃기도 하고 울기도 했던 내 이야기 같은 영화들이다. 그 땐 영화 한 편 보면 참 진지하게 밤새 이야기 했었는데.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나에게 처가 있는 관계로 생략한다.


- 생활의 발견 : 홍상수, 김상경, 추상미, 예지원. ‘우리 사람은 되기 힘들어도 괴물은 되지맙시다.’ 이 한마디가 한 달 넘게 머릿속에 맴돌았다. 당시 영화를 보면서도 느꼈지만,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픽션이 아니다. 일상을 그대로 찍은 것 같은 편안함과 내 일상을 관찰당하는 것 같은 불편함이 공존하는 영화. 영화가 끝난 후 친구들과 생활의 발견 같은 서로의 쪽팔린 경험담을 나누며 밤새 술을 먹었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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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날은 간다 : 뭐 별다른 설명이 필요없는 명작. 연애의 미묘한 심리를 너무도 자세하게 묘사한 작품. 우리는 누군가에게 이영애일 수도, 유지태일 수도 있다. 술 먹다가 강릉까지 택시를 타고 가던 유지태, 최고의 명대사 ‘라면먹고 갈래요?’ 이영애, 그래 마음을 너무 주면 아픔도 큰 거야. 유지태처럼 쿨하지 못한 남자가 되어선 안되겠다고 다짐했던 기억이 있다. 같은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도 멋있는 작품이긴 하지만, 나는 ‘봄날은 간다’가 한 수 위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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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의 추억은 계속 이어지지만, 일단 여기까지. 감사합니다.






[필름이다 Q&A]



1. 언제 영화관에 가세요?

 갑자기 혼자 똥폼을 잡고 싶을 때. 혼자 극장 가서 앉아 예술 영화 따위를 보는 척 하면 매우 있어 보이지 않나요? 직장과 가까운 이화여대 내부, 광화문 흥국생명에 있는 극장들, 옛날 동숭아트센터등. 동숭에서 장국영이 나오는 해피투게더를 조조로 보고 옆옆자리에 앉아있던 사람(아마도 우리 둘 밖에 없었던 기억이)과 커피 한 잔 하며 서로 허세를 부렸던 기억이 있다.


2. 내가 생각하는 좋은 영화란?

 (1) 현실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현실’을 보여주어야 함
 (2) 배우들의 연기가 몰입을 방해하지 않을 것
오아시스의 설경구는 영화에 몰입하게 해 주지만 하지만, 실미도의 설경구는 심각하게 연기하고 있는데 웃음만 나오게 만들었죠
 (3) 졸리게 하지 말 것
대학 1학년 때 즈음, 예술영화를 본답시고 신사역에 있는 씨네**(?)이라는 극장에 가서 한 시간 정도 숙면을 취한 기억이 있다. 대사없이 흑백으로 안개 속을 주인공이 계속 헤메는 기억밖에 없다.(사장님 이 영화 제목이 뭘까요? 1995년에 개봉된 작품인데 기억이 안나요, 광고지에 거장의 걸작이라 써 있어서 의무감으로 보러 들어갔었는데) 미학, 미장센 이따위 필요없고, 최소한의 상업적 재미는 갖추도록 하자

  


3. 나의 베스트 영화 5 - 고르기 어렵네요
빌리엘리엇 / 굿바이레닌 / 플란다스의 개 / 지구를 지켜라 / 맨인블랙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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