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공방

내공프로젝트 <고전공방>은 근대의 외부를 탐사하기 위해 동아시아 사유의 정수를 공부하는 장입니다.

두꺼운 <주자평전>의 이야기들 속을 매주 헤맨다. 

한 주는 재미 드럽게 없다가도, 한 주는 쬐금 흥미진진해지기도 하고....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는 것 같아도 훌쩍 저 앞으로 나가있기도 하고...... 

그 사이의 주자는 40대가 되었다. 

출사의 기회가 왔지만 조정에는 뜻을 같이 하는 친구 한 명 없고, 

게다가 다행인지 불행인지 어머니가 돌아가지면서 자연스럽게 주자는 출사의 길에서 멀어졌다. 

이 시기 어머니를 한천오에 모시고 주자는 '한천정사'를 열고 친구들과 강학하며, 저술하는 시기를 보낸다. 


주자의 수많은 저작들은 대부분 이 시기에 초고가 완성되었다. 

여기 보면 주자의 저작들은 한 번에 지어진 것들이 아니고 한 번, 두 번, 혹은 더 많이 다시 개정되고 개정 된 것들이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이런 저작들이 그의 친구들과 서신 교환을 통해 의견을 교환하고 수정에 수정을 해 나갔던 점이다. 

함께 원고를 보던 친구들과 의견의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 원고를 간행하지 않는 경우도 보인다. 


이번 장은 저자인 수징난이 조목 조목 정리를 해 준 덕분에 주자의 저작들에 대한 이해가 좀 쉽게 된 듯도 하다. 

그러나 이번에도 걸린 건 '마음'이었다. 

이제 더 이상 주자는 도학과 불교와 도교와의 차이가 어떤 지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호상학과의 논전을 통해서 자기가 주장하는 주경이 어떻게 주정과 다른지, 

왜 주정이 아니라 주경을 해야하는지를 말하고 있다. 

그렇지만 '마음을 고요히 한다(靜)고 하는 건 뭐 그렇다고 치고(잘 이해 안 되기는 마찬가지이지만) 

도대체 '경(敬')이 뭔지, 도통 알기가 어렵다. 


주자는 경(敬)을 주일무적(主一無適)이라고 주석을 다는데 이는 '마음을 한 군데 집중'하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이렇게 경을 풀면 '마음을 고요히 하라'고 하는 주정(主靜)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마음을 집중하려면 잡념이 없어야 하고, 그럴려면 마음을 고요히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복잡하게 꼬인 마음 속, 정리하고 고요하게 해야 뭔가 일에 집중할 수 있지. 


내 생활도 요즘 복잡하다. 

문탁에 오기 전까만해도 나는 한 번에 한 가지일만 할 수 있다고 늘 말했다. 

- 이건 뭐 지금도 별로 다르지 않다.

하지만 지금은 월요일엔 상우, 화요일은 이문서당, 수요일은 파지스쿨, 목요일은 좌전읽기, 금요일은 송명유학

이라는 시간표 만큼이나 머리가 복잡하다. 

거기에 더치 커피도 팔아야 하고, 파지스쿨은 1분기 끝나고 2분기 시작하는 순간에 

3분기를 준비해야 하고... 가을이 되면 2019년 파지스쿨도 준비해야 하고. 

문탁에는 이것보다 더 복잡하게 사는 분들도 많지만, 내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얼마전부터는 컨디션도 계속 안좋아서 몸이 버티는데도 한계가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몸이 힘들다고 느끼는 순간 신경도 날카로워지기 시작했다. 

이런 이야기를 쓰는 건 내가 이렇게 바쁘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이러다보니 저절로 '이렇게 일도 마음도 복잡하니 어디가서 조용히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거다. 

어디로 여행을 가던지 조용히 쉬면서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고..... 등등 


문득 이게 '주정'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하는데 마음을 고요히 해야 한다는 것이 이런 느낌일까?

주자가 살던 남송도 복잡한 시대였다. 금과의 화친이냐 전쟁이냐는 조정의 시끄러움뿐 아니라 

실제 생활에서도 주자는 어릴 때 피난을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게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남의 집 살이도 해야 했고. 

삶이 번잡하고 고단할 때 남송의 학자들도 자연스럽게 '마음을 고요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우리도 마음을 들여다보라든가? 마음이 문제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나?

그러다보니 산사에 들어가기도 하고, 번다한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을 정돈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그런데 주자는 그게 아니란다. 주정이 아니라 주경해야 한다.

그렇다면 주자가 말하는 주경은 무엇일까? 

오히려 복잡하고 마음이 심란할 때 그 일에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깨달음이지 않을까? 

내 마음 속에서 좀 마음을 가라앉혀야겠다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그게 문제를 해결하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거경'의 문제가 단순한 것은 아니겠지만 주자가 주장하는 것이 

그냥 어렴풋이 어떤 문제에서 떠나서 마음을 고요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들 속에서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힘들다고 생각한 순간, 어떤 일에 맞닥뜨렸을 때 감정이 개입되지 않기가 쉽지 않다. 

그렇게 생각하면 늘 일은 한 쪽으로 치우치게 된다. 즉 밝게 보기 어려운 것이다. 

얼핏 생각하기에 거경이 주정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싶기도 했는데 

마음으로 마음을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집중해서 사물을 바라보아 치우침이 없도록 하는 것

그것이 바로 거경이 아닐까? 좀 더 꼼꼼하게 바라볼 수 있어야 경솔하게 행동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마음이 문제가 아니라 그 일에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가가 문제이다. 


사서의 주석 뿐 아니라, 역사, 가례와 같은 것까지 주자의 글쓰기는 끝이 없다 

게다가 한 번도 아니고 쓰고 다시 고치고 쓰고 다시 고치기를 거듭하는 그 순간

그가 거경이라고 주장하는 것들이 바로 이러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깨달음이라는 것은 한 순간에 오는 것도, 마음을 고요히 했을 때 오는 것도 아니라 

우리가 만나는 일과 일 사이에 집중하고 삼가는 속에서 온다.... 뭐 이런 이야기이지 않을까? animate_emoticon%20(71).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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