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공방

내공프로젝트 <고전공방>은 근대의 외부를 탐사하기 위해 동아시아 사유의 정수를 공부하는 장입니다.

<주역세미나> 후기

2018.06.25 01:10

자작나무 조회 수:58

 

이번 주에는 '무려' 3개의 괘를 복습했다. 지난 시간에 다 하지 못했던 '비'괘를 비롯,

'천화동인'과 '화천대유'괘를 요리 보고 조리 보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각자 맡은 책을 달리 하여서 정리해오고, 각자 어디에 치중할 것인가를 골똘하게 생각하면서, 메모를 써온다.

그래서 자기가 맡은 바의 해석자에 폭 빠져 간혹 입장차(^^)가 생겨

이게 맞니, 저게 맞니. 이건 이런 뜻이고 저건 저런 뜻이다 라는 식의 논쟁이 생겨난다.

그리고 다들 알다시피 <주역세미나>에 참가하는 동학 중엔

목소리에 힘이 있는 자들이 많다. 어느 날에는 컨디션이 안좋다고 하더니,

점차 자가발전하면서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도 있었다. 누군지 아시겠죠?!

공부방의 친구들은 어쩜 우리가 싸우고 있다고 생각할지도^^ㅎㅎ

이렇게 몰입해서 책을 읽어봐야, <주역>의 지금/여기/나의 책이 될지도 모르겠다ㅋㅋ.

 

이번에 집중적으로 읽은 동인괘와 대유괘는 화천/천화인 것에서 알 수 있듯,

아래위가 서로 뒤바뀐 괘로 어째보면 비슷한 성질의 괘로 여겨진다.

음양의 수로 보자면, 양이 다섯개이고 음이 하나로 되어 있는 괘다. 아래로부터 순서를 매기지 않는다면,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떨 비슷한 괘일 텐데, <주역>의 매력은 이 하나의 음이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서,

그것이 어떤 자리의 음/양과 만나느냐에 따라서 전혀 다른 식으로 힘을 발휘하느냐가 다르다는 점이다.

 

동인괘의 경우, 2의 자리가 음이고, 대유괘는 5의 자리가 음이다.

다섯 양들은 음을 찾아서 각자의 자리에서 구애한다. 하지만 음인 2는 자신의 짝인 5를 향한다.

재미나게도 동인괘의 전체 상황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때/상황'을 이르지만, 각각의 효사들은 신통찮다.

인기 있는 62도 자기 짝을 만나지 못해서, 가까이 있는 친족에게 의지하려고 하면,

흉하다고 할 수 있다. 전체 괘가 '至公大同'하여야 형통하다고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인 5는 자기의 짝인 2와 음양이 맞아떨어진다. 중하고 정하여, 천하무적일 것 같은 상황이다.

하지만 동인괘의 경우는 음양이 맞아떨어지는 정응관계를 이루어서 문제가 된다.

동인괘의 힘은, 바로 '같지 않은 바가 있는 존재들이 그 같지 않은 바로 인해서 서로 함께 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공대동'해야 하는데, 5와 2가 서로 음양이 좋다고 둘만의 블랙홀을 만들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른 한편, 5와 2가 이런 해석에도 불구하고 둘을 찰떡궁합으로 만드는 그 힘,

서로를 갈구하고 서로 하나가 된 마음은 무엇보다도 힘이 쎄다.

동인괘의 상황처럼, 같지 않은 자들을 함께 만들 수 있는 것이 바로 이익을 위해서라거나 권세에 굴복해서가 아니라,

함께 하고자 하는 참된 마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공자님은 5효의 괘사에서 '참된 하나(同)'는 쇠도 끊을 정도의 힘이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대유괘는 '많이/크게 가진 시기'를 말한다. 일견 벼락부자라도 됐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보여주는 것 같다.

대유괘의 괘사는 '많이 가지고 있기에, 크게 형통하다'고 한다. 이게 뭐야? 부자면 다 좋다는 거야?!

뭐 이런 생각도 든다. 물론 대유괘가 물질만은 많이 가진 부자들의 괘인 것은 아니다.

앞의 동인괘를 이어서 등장했으므로 사람들이 많은 상황, 사람들이 많이 모였기에 온갖 것들이 풍부해지는 시대/상황을 말한다.

그런데 대유괘가 크게 형통하려면, 아니, 형통하다는 것은 다섯 양들이 음(여기서는 5)과 만났기 때문이다.

혹은 만나려고 노력해야 형통하게 된다. 그러면 다섯 양들이 음을 만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여기서 음은 많이 가진 것=양의 반대가 되는 빔/덜어냄/돌아감을 뜻한다.

즉 '대유'가 많이 가지려면 겸손의 마음이라든지 가진 것을 덜어내고 베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겉으로 보자면, 동인괘와 대유괘는 2+5가 음/양으로 '정응'관계다.

그런데 둘의 자리가 다르고, 그 하나의 다름이 전체 괘의 성질을 다르게 만들었다.

하나의 사소한 차이가 전체적인 흐름을 전혀 다른 것으로 만든다. 

오묘한 세상사를 동인괘와 대유괘에서 잠시 엿본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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