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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바리 주역> 막간 휴식 코너=<단전> 읽는 법

2018.06.28 02:53

자작나무 조회 수:123


   <어리바리 주역>은 고전공방 학인들의 주역 괘글쓰기 연재물의 제목입니다.

  말 그대로 어리바리한 학인들이 어리바리한 내용으로 글쓰기를 합니다. 형식도 내용도 문체도 제 각각인 채 말입니다.                

  하지만 압니까? 언젠가는 <주역>, 그 심오한 우주의 비의, 그 단 한 자락이라도 훔칠 수 있을지^^


* <어리바리 주역>에서는 주역 64괘를 순서대로 연재하고 있지만, 이번 주는 글쓰는 학인들이 중국 곡부로 수학여행을 가서

  잠시 중단하고 막간 코너를 실었습니다. 쉬어가는 페이지입니다.


 

<단전> 읽는 법

 

 

 1. 괘상, 괘사, 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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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문서당 수업시간에 배운 예괘의 '괘상卦象' 즉 전체 형태image이다.


“豫, 利建侯行師.”

예괘의 ‘괘사卦辭’이다. 


괘사는 하나의 괘상에 대한 설명이다. 즉 위로는 뇌雷괘()를 아래로는 지地괘()를 가진 예괘=괘상을 보고, 그 의미를 추정하여 설명한 것이다. 물론 뇌괘와 지괘로 이뤄진 예괘에 어떤 이유로 즐거움의 시대이니 “제후를 세우고 군대를 출동함이 이롭다(利建侯行師)”라는 설명을 달았는지, 알 수 없다. 간혹 다른 괘사를 보더라도 억지스럽고 자의적이어서 흡사 수수께끼 같다. 다만 주 문왕이 그렇게 썼다고 하니까 그러려니 한다. 

이렇게 수수께끼의 괘사를 앞에 두고 우리만 모른 것은 아니다. 춘추시대를 비롯해 전국시대와 진한을 거쳐서 또는 오늘날까지도 수많은 지식인들은 하나의 괘상의 뜻을 찾아서 쉼 없이 여행을 떠났다. 이들은 자신들이 처한 위치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이성적 힘을 다 동원하여 괘사를 설명해냈다. 그중의 하나로 <단전彖傳>을 들 수 있다.

 

  

2. <단전> 읽는 법

 

<단전>은 괘사 아래의 ‘단왈彖曰’로 시작되는 구절을 말한다. ‘단彖’의 사전적 의미는 ‘판단하다’로, 끊을 ‘단斷’자와 통용된다. 대개 <단전>은 괘상이 표현하고 있는 뜻이 무엇인지 판단하여 언어화한 것이다. 예괘의 <단전>을 보면 이렇다.

 

彖曰, 豫, 剛應而志行, 順以動, 豫.         <단전>에 말하길, 예는 강이 응하여 뜻이 행해지고, 순하고 동함이 예이다.

豫順以動, 故, 天地如之, 而況建侯行師乎. 예는 순하고 동한다. 고로 천지도 똑같이 하는데 하물며 후를 세우고 군대를 출동함에 있어서랴.

天地以順動, 故, 日月不過而四時不忒.     천지가 순함으로 동하기에 해와 달이 틀리지 않아 사시가 어그러지지 않고,

聖人, 以順動, 則刑罰淸而民服.              성인이 순함으로 동하기에 형벌이 맑아져서 백성들이 복종한다.

豫之時義, 大矣哉.                               예의 때와 의가 크다.

 

 

<단전>은 괘사를 설명하는데 몇 가지 특징적인 자기만의 개념을 가져온다.

하나는, 괘효卦爻의 형태를 강유剛柔로 설명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강은 양陽이고 유는 음陰이니, 예괘에서 보자면 강은 구사효를 말한다. “강이 응하여 뜻이 행해진다”는 말은, 양강인 구사효가 다른 음들과 서로 응하여서 자신의 뜻을 실행해 가는데 그것은 ‘순응하고 움직이는’ 상황이다. 괘효는 자리값이나 다른 효와의 관계값을 중시한다. 따라서 상괘와 하괘의 중심인 이효와 오효를 ‘중’으로 중요하게 다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각 자기 자리에 맞는 음양을 갖느냐의 여부를 두고 정/부정을 따진다. 또한 <단전>에는 ‘承’, ‘乘’, ‘應’ 등의 술어가 나오는데, 이런 관계에서 말미암는 성질과 변화가 전체 괘의 상황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로 <단전>은 팔괘의 ‘괘덕卦德’을 가지고 와서 상하 두 괘의 ‘관계’를 풀어낸다. 예괘는 위가 뇌괘이고 아래가 지괘이다. 여기서 뇌는 ‘움직임(動)’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고 지는 ‘순응함(順)’을 특성으로 갖고 있다. 상하괘의 관계로 보자면, 위의 움직임에 아래가 순응하는 것이 바로 ‘예’의 상황인 것이다.


세 번째로, <단전>은 천-지-인 순으로 괘사를 풀어간다. 위에서 동어반복처럼 보이는 “順以動豫. 豫順以動”은 사실 다른 층위에서의 설명이다. 즉 전자가 뇌와 지의 천지자연이 보여주는 ‘예’라면 후자는 인간사의 일인 것이다. <단전>과 효사에 대한 주석인 <소상전>이 전국시대 중기와 말기에 음양학설을 중시하던 일군의 지식인에 의해서 만들어졌다는 데 주목하면, <단전>이 갖고 있는 사상을 도출할 수 있다. 그것은 ‘사물은 극에 달하면 곧 반전한다’는 자연법칙과 인간세계의 질서가 우주자연계의 질서와 일치한다고 보고 자연계의 질서에서 어떤 모범을 획득하려는 천인합일 사상(<주역의 세계>, 카나야 오사무, 141)이다. 예괘의 <단전>이 천지를 말하고 바로 그 뒤를 이어서 성인이 어떻다고 말하는 순간, 성인은 마땅히 천지의 도에 근거해서 국가를 다스려야 한다는 주장이 자연스레 드러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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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밑도 끝도 없는 '장개석'이라는 이름 석자다. '예괘' 이미지를 인터넷에서 뒤지는 와중에 발견한 이미지다.

알고보니, '개석'이라는 이름은, 예괘의 육이 효사에서 왔고, 그의 호인 '중정'은 육이 효사를 풀이한 <소상전>에서 왔다고 한다.

"육이는 절개가 돌과 같아 하루를 마치지 않고 떠나가니, 정하고 길하다." <상전>에 말하였다. '부종일, 정길'은 중정하기 때문이다."

 

 

3. 한 괘의 뜻을 찾아서

 

<<주역>>에는 <단전>을 비롯해 열 개의 서로 다른 해설서가 들어있다.  이를 ‘십익’이라한다. 성립시기가 다소 차이 나지만 “결국 유교도덕의 기초를 자연계의 질서에서 찾아 이를 더욱 심원하게 발전시켜, 음양의 이원론적 대립을 일원으로 통일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한나라의 중앙집권체제를 도와주는 기능을 했다.”(<주역의 세계>, 127)


마찬가지로 이후에 등장한 수많은 <주역>에 관한 주석들도 모두 자기 시대의 고민들과 씨름하면서 만들어졌다. 위진시대의 왕필은 민간의 주술과 다르지 않는 점서로 취급되던 ‘한역漢易’을 일신하였는데, 당시에 유행했던 청담과 현학의 힘을 빌어서 <주역>을 ‘순수한 사상서’로 만들어냈던 것이다. 이로부터 ‘의리역義理易’이 크게 유행했다. 당나라에 와서는 유교, 불교, 도교의  삼교동원三敎同源의 분위기 하에서 세상의 모든 주역 관련 저서와 해석이 망라되어 국가적으로 정리되어 <주역정의周易正義>가 편찬되었다. 송대의 정이나 주자 등은 기본적으로 왕필의 의리역을 받아들이면서도 그 속에 담긴 노장적인 색채를 없애려고 애썼다. 이 과정에서 ‘리理’를 중심으로 사고하는 정이와 주자의 역해석이 만들어졌다.한편으로 주자는 상수학이나 점서로서 가졌던 성격들을 다시 담으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이문서당이 끝난 화요일 오후에 <주역세미나>를 한다. 지난 시간에 배운 괘들을 복습하는데, 정이와 주자의 책은 물론이고 왕필과 소동파의 해석서도 함께 읽는다. 머리에 쥐가 나긴 하지만, 괘에 대한 다양한 해석들을 배우는 것은 물론이고, 주역해석의 역사까지도 겸사겸사 공부하고 있다. 아직 ‘공부중’이고 ‘탐색중’이긴 하나, <단전>이 그렇듯 정이의 <역전>이 그렇듯 우리도 지금/여기의 우리네 삶과 맥락으로 <주역>을 해석해낼 말들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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