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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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曰可曰否 논어>28회-정신 똑띠 차려!

2018.09.17 00:30

고은 조회 수:68


<曰可曰否 논어> 28회 / 김고은

정신 똑띠 차려!













在陳絶糧. 從者病 莫能興. 子路慍見曰 君子亦有窮乎. 子曰 君子固窮. 小人窮斯濫矣.

진나라에서 양식이 떨어져 따르던 제자들이 영양실조로 일어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자로가 화가 나 공자를 뵙고 말하였다. “군자도 또한 곤궁합니까?”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다. “군자라야 짐짓 곤궁할 수 있지. 소인은 궁하면 곧 넘친다.” (「위령공,1」 중)






  돈을 쓰는 일은 시간이 지나도 편안해지지가 않는다. 수중에 돈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털이 곤두서고, 뭘 하든 마음이 조급해진다. 어떤 선택을 하던, 나도 모르는 사이에 돈이 가장 우선순위가 되기도 한다. 급박한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사람의 생각이 더 잘 드러나기 마련이다. 공자는 위급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했을까?




공자외어광.JPG

광땅에서 위험에 처한 공자무리



  공자는 주유를 할 때 위험한 상황에 처한 적이 있었다. 떠돈 기간이 오래되었을 뿐 아니라 주요 세력가들을 만나곤 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위험은 광 땅(畏於匡)에서 였다. 공자가 잔혹한 침탈을 일삼은 양호와 비슷하게 생겨, 마을 사람들이 공자의 무리를 포위했던 것이다. 이제 막 주유하기 시작한 공자는 뜻을 펼쳐보려는 시도를 하기도 전에 위태로워진 것이 억울했던 걸까, 자신이야말로 하늘의 뜻을 계승 하는 자라고 공표를 해버렸다. 두 번째 위험은 진나라와 채나라 사이(陳蔡之間)에서 일어났다.

  진나라와 채나라 사이에 있었던 공자에게 대국인 초나라가 초청장을 보내온다. 그러나 채나라는 공자가 초나라로 가게 되면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여 공자 일행을 포위한다. 시간이 흘러 양식이 다 떨어지자 공자의 제자들은 영양실조로 일어날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른다. 곧 다 같이 아사할지도 모르는 순간, 자로는 공자를 찾아가 한 마디 한다. “군자도 곤궁합니까?” 질문이나 건의하는 뉘앙스가 아니다. 자로는 화에 가득 차 있다. 평소에 그토록 군자가 되라고 말씀하시더니만 그것의 결과가 굶어 죽는 것입니까, 하고 항거하는 듯하다. 그러자 공자는 말한다, 군자여야만 정말로 곤궁할 수 있다고.




공자진채지간.JPG

진나라와 채나라 사이에 고립된 공자 무리



  공자의 말을 조금 주의해서 들을 필요가 있다. 곤궁해야 군자라는 게 아니라 곤궁해도 군자일 수 있다는 말이다. 공자는 『논어』에서 가난하게 살라, 재물을 모두 버려라와 같은 말은 한 적은 없다. 가난한 제자가 녹봉을 사양하려고 하자, 사양하지 말고 차라리 마을 사람들과 나누라고 말한 적은 있다. 돈 많은 제자에게 돈을 그만 벌라고 한 적은 없지만, 돈을 어떻게 벌고 어떻게 써야하는지 말한 적은 있다. 사람에겐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 부유함과 빈곤함, 삶과 죽음이 그것이다. 자로가 스승 앞에서 화를 낼만큼 참담했던 그 상황은 이들에게 닥친 현실적인 조건이지, 그들의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아마도 진나라와 채나라 사이에 있었던 때가 광 땅에 있었을 때보다 더 급박했을지도 모른다. 후자의 경우엔 추후 상황에 따라 위태로워질지 말지 결정되지만, 전자의 경우엔 이미 죽음이 눈앞에 닥친 상태였다. 더군다나 당장 숨이 넘어갈 듯 한 친구들을 보고 있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 일이겠는가. 공자의 말은 자로를 혼낸다거나 이 상황을 회의적으로 받아들이라는 말이 아니다. 어떤 최악의 상황에서도 군자로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정신을 차리고 이 상황을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생각해보라고 자로를 달래는 말에 가까울 것이다. 




정신차려짤.JPG



  내가 돈에 대해 급한 마음이 생기면 주변을 보지 못하는 것처럼, 위험한 상황일수록 실수를 할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 공자가 자로에게 일단 정신을 차리라고 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위급한 상황에 휘말리는 사람, 그러니까 소인은 무엇에든 과하게 반응할 수 있다. “소인은 궁하면 넘어진다”에서 궁하다는 말과 넘친다는 말은 상반되는 의미를 가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궁한 것에는 불안감을 느껴 매몰되기가 쉽고, 매몰될수록 한 가지 관점에 사로잡히기 쉽고, 따라서 주변을 넓게 보지 못해 정도를 벗어나기 쉽다. 상황에 어떤 처신을 하던 일단 급한 마음부터 내려놓고 보아야할 것이다.

  마음이 조급할수록 자신이 조급하다는 생각을 하기 어렵다. 도리어 자로가 격앙된 것처럼 시야가 좁아지기는 쉽다. 위급함 속에서도 정신을 똑바로 차리려고 노력하는 것, 즉 군자로 살아보려고 애쓰는 삶이 군자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공자가 자로에게 했던 말은 나에게 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언제 아사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던 공자도 곤궁함 속에서 군자답게 살아볼 수 있다고 말을 했는데, 어찌 여기에 나의 상황을 비교할 수 있겠는가. 진짜 군자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위급함 속에서 군자로 살아보려고 한 번 애써보는 것, 한 번 해볼 만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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