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87호) 파지사유 인문학의 길을 묻다

2014.06.09 09:40

웹진팀 조회 수:646

[Inter+view] 01

파지사유 인문학, 갈길을 묻다




글, 정리 : 웹진팀








마을공유지 파지사유에서 이루어지는 인문학강좌인 ‘파지사유 인문학’이 세 개의 텍스트를 거쳤다. 파지사유 인문학은 책 한권을 꼼꼼하게 읽으면서 강의를 듣고 그룹 세미나를 하는 방식을 취해서 누구라도 쉽게 인문학 공부에 들어설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또한 토요일 오전이므로 직장인들에게도 반가운 프로그램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파지사유 인문학 강의를 이끌어온 세 강사들로부터 <파지사유 인문학>의 의미와 그 방향을 묻는다.(웹진팀)




문탁, '과거의 거울에 비추어'_이반 일리히


Q : 다른 강좌와 달리 파지사유인문학에서 특별히 준비한 부분이 있는가?

A : 파지사유인문학은 남산강학원의 굿모닝강좌와 유사한 컨셉이다. 이번 강의안도 다른 일리히강좌와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과거의 거울에 비추어>는 강연집이다. 강연집인데다 일리히의 전반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라 강의를 한다는 것이 좀 쉽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번 강좌에서는 일리히의 맥락을 잡는데 집중했다. 그러다보니 텍스트에 집중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강좌에 오신 분들이 이후 일리히의 책을 한 권씩 읽어나가면서 정리를 해가면 좋을 것 같다.


Q : 특히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었다면?

A : 일리히 사상의 변곡점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일리히의 책이나 이론이 어렵지 않은데, 의외로 어렵다는 사람이 많다. 문탁에서 진행된 일리히 세미나에서도 후기를 읽어보면 세미나 중에 이해하지 못하는 난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를테면 xyz축의 문제 같은 것이 그렇다. 이 개념들이 어떤 다른 개념들과 연관되어 나왔는지 이해하지 못할 경우 일리히의 이해가 어렵다. 그래서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번 강좌에서는 맥락을 잡는 일에 집중했다.


Q : 수강생들의 반응은 어땠나?

A : 강의 내용이 전달이 되고 있는가는 수강생들의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다. 반응이 말로 오고가지 않아도 파악이 가능하다. 외부강의를 하다 보면 강의 성공률이 50% 정도다. 강의가 잘 되는 것은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것인데 그렇지 않은 강좌의 경우 힘들다. 내 강의는 당파적이기 때문에 반응이 극단적으로 온다. 다수를 만족시키기는 힘들다. 문탁 안에서는 들을 준비가 된 사람들이 오기 때문에 좋다. 열심히 들어주신다. 그리고 이건 일리히가 갖고 있는 힘이기도 하다. 지식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삶의 어떤 부분을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파지사유 인문학의 첫 프로그램으로 일리히를 선정한 것은 좋았다.


Q : 파지사유인문학이 어떻게 자리잡아 갔으면 좋겠는가?

A : 현재 강좌 신청자가 폭주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꾸준히 오래 하고 입소문이 나면 성공하리라 본다. 문제는 우리가 내부에서 계속해서 강사를 배출하고 우리의 문제의식을 담아내는 강좌를 만들어갈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게 가장 큰 고민이다. 이 기회에 파지사유 인문학을 강의할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 ‘고퀄high quality’의 강의를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여기서 말하는 ‘고퀄’은 일반적인 고퀄리티가 아니다. 강사와 수강생의 스타일은 다 다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자기 스스로 내용을 얼마나 숙지하고 있는가? 그럴 수 있게 우리공부의 배치를 만들어갈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주권없는학교 스텝들에게는 ‘1인 1텍스트’를 강조하고 있다. 공부한 것이 강의로 만들어지는 순환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Q : 수강생들에게 한 마디

A : 책을 읽어왔으면 좋겠다. 강의도 강의지만, 정해진 텍스트로 세미나를 함께 한다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1.jpg



무담, 과학강좌 '거의 모든 것의 역사’_빌 브라이슨


Q : 다른 강좌와 달리 파지사유인문학에서 특별히 준비한 부분이 있는가?

A : <거의 모든 것의 역사>가 재미있긴 하지만 주제가 많이 퍼져있어 그것을 강좌에서 다 커버하기 힘들다. ‘100개의 탄생’으로 테마를 잡고 책의 순서와는 달리 강의안을 준비했다. 그 덕분에 과학공부를 정리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좋았다. 문탁을 비롯해서 마을에서 강의를 자주하다 보니, 강의안을 자주 쓰게 되었다. 그것도 좋은 것 같다.


Q : 특히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었다면?

A : 강의시간이 짧아서, 상대성이론/양자역학/빅뱅이론 부분이 빠졌다. 이번 강좌에서 현대물리학에 대한 부분이 빠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명에 대한 부분이 자세해졌다. 과학강좌 특성상 아주 새로운 강의가 되기는 힘들고 반복되는 측면이 있다.


Q : 수강생들의 반응은 어땠나?

A : 자발적으로 신청해서 토요일 오전에 들으러 오시는 분들이라 분위기 좋았다. 원래 대화식 또는 토론식 강의가 내 스타일이 아니다. 질의응답이 활발하지 않고 일방적인 전달형식의 강의였지만 반응들은 좋았다고 본다. 그리고 강좌 뒤에 세미나로 이어지면 텍스트를 보완하는 방법이 있어 좋았다.


Q : 파지사유인문학이 어떻게 자리잡아 갔으면 좋겠는가?

A : 자리잡는 게 뭐 중요한가? 토요일 오전 강의라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해보니 괜찮다. 문탁네트워크의 강의 역량이 강화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힘을 기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강의준비를 해보는 시간을 갖는 게 공부를 정리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 그리고 파지사유 인문학의 경우 부담을 덜 가지고 준비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정착화되면 좋겠다!!


Q : 수강생들에게 한 마디

A : 재미있는 책들이 많다. 그 텍스트 자체보다는 그걸 계기로 다른 책들을 보게 되면 좋겠다. 이번 기회에 다른 책들로 연결됐으면 좋겠다. 안 먹어보고 맛없다 생각하는 것이 문제인 것처럼, 안 읽어 보고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건 문제다.



문리스, '전습록'_왕양명


Q : 다른 강좌와 달리 파지사유인문학에서 특별히 준비한 부분이 있는가?

A : 세미나형식으로 만나는 것과 강좌로 만나는 것의 일장일단이 있다. 이 둘의 이상적 결합이 쉽지 않다. 누군가는 강좌를 듣기만 원할 수 있고, 또 누군가는 자기식으로 정리하기를 원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번 강좌에서는 책에 대한 소개보다는 책을 읽는 분들에게 디딤돌이 되는 부분에 더 염두를 두었다. 양명학을 예로 들면, 하나하나의 개념들을 따져보는 것보다, 키워드를 아는 것이 더 이해에 도움이 된다.


Q : 특히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었다면?

A : 나에게 <전습록>은 동아시아 고전 가운데 써먹을 수 있는 고전으로 느낀 첫 텍스트였다. <전습록>강의를 통해 나는 들으신 분들이 현실의 구체적인 일들과 연관지어 느끼셨으면 한다. 실천이라는 것이 어렵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여러 층위의 실천의 길들이 놓여 있다. 그러니까 우리는 어디서나 실천의 장을 펼칠 수 있다. 스피노자의 에티카와 흡사하달까? 아무래도 우리가 공부하는 텍스트들은 대개 어떻게 자기 윤리를 창안해갈까 하는 문제를 설명해주는 텍스트이다.


Q : 수강생들의 반응은 어땠나?

A : 제 강의가 만족스럽지는 않다. 문탁에 오면 다른 외부 강의보다 긴장을 하게 된다. 남산강학원과도 연관이 있고, 그냥 강의를 듣는다기보다 활동과 연관지어 고민하시는 분들이라 더 신경 쓰이는 부분이 많다. 이번에는 고등학생 수강생들과 어떻게 잘 풀어갈 수 있을까가 쉽지 않았다. 오랜 경험에 비추어 보면, 그런 걸 신경쓸수록 강의는 더 꼬이는 측면이 있다. 하하하 내가 풀어야 할 숙제다. 내용은 정직하되, 듣기에 편한 강의가 되기를 늘 고민한다.


Q : 파지사유인문학이 어떻게 자리 잡아 갔으면 좋겠는가?

A : 문탁과 접속하는 ‘가장 낮은 문턱’으로 자리잡았으면 한다. 강좌로 시작하지만 세미나까지 만들어질 수 있는 그런 확장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강좌와 세미나 둘을 모두 체험하는 기회가 흔한 건 아니다. 남산강학원의 ‘굿모닝인문학’이 이러한 컨셉인데, 굿모닝인문학에 오시면 강좌만 듣고 끝나는 게 아니라, 연구실회원과 이야기도 나누며 공간에 대한 친숙함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서 시작되었다. 그런데 갈수록 강의조직이 쉽지 않다. 강사의 부담감이 커지고 있다고 할까?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초심을 잊으면 안 된다. 처음 시작할 때, 책을 먼저 읽은 사람이 다음 사람에게 소개한다는 정도의 부담감을 갖고 시작되었다. 강의내용이 대단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중요한 건 문탁에 새로 접속하시는 분들께 매개의 고리를 만들어주는 것인 것 같다.


Q : 수강생들에게 한 마디

A : <전습록>을 읽는 과정이 선물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다음에 또 뵐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여러 가지 기회로.


Q : 문리스의 최근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A : 연구실에 주로 있다. <사기> 공부중이고, 강의로 만들어볼까 궁리하고 있다. 그 밖에는 세미나하고, 강의 나가고, 연구실에서 후배 만나고 여여하게 지내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문탁과 남상강학원과의 교류의 자리를 만들고 싶다. 현재는 자누리화장품과만 만난다. 예전에 FTA토론회도 함께 하고 했는데, 그런 경로들이 다시 이어졌으면 한다. 현재 남산강학원의 고민은 우리의 공간이 자족적인 학습의 공간으로 남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부분이다. 학습공간에서 벗어나 어떻게 공간을 만들어갈지 문탁이 보여주는 부분이 있다. 그런 교류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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