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88호) 마녀, 용인을 날다

2014.06.25 05:55

콩세알 조회 수:1451

[Inter+view] 02

마녀, 용인을 날다

- ‘용인마녀’까페 서윤정님 인터뷰




정리 : 콩세알







“애들, 오늘도 자장면 먹으라고 해야겠네요.”

세월호 참사 이후 더욱 바빠진 그녀는 인터뷰요청에 아이들 저녁을 걱정하다 쿨하게 승낙한다. 네이버 <용인마녀>의 까페지기인 서윤정님은 ‘세월호를 기억하는 용인시민들의 모임’의 첫 간담회에서 문탁식구로부터 많은 호감을 얻었다. 새로운 마주침의 장에서 유독 궁금했던 그녀, 조용하면서도 야무지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그녀(아이디 땅콩마녀)를 파지사유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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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까페 ‘용인마녀’는 어떤 곳인가요?

A. 저희는 ‘기흥구에 거주하는 엄마들의 모임’이라고 보시면 돼요. 육아나 생활정보, 벼룩시장 그리고 그냥 사는 얘기 등 우리의 여러 일상들을 소통하고 있지요. 까페가 개설된 것은 7년 전이고 거의 휴면상태였는데, 저는 5년 전에 기흥으로 이사와 지역정보 검색하다가 알게 됐어요. 주변에 아는 사람도 없는 터라 누가 보든 안보든 동네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어 게시판에 올리기 시작했지요. 지역정보가 워낙 없어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죠. 글 올리고 댓글 기다리는 시간들이 전 재미있었어요. 그러더니 어느 날부터 조금씩 사람들이 까페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이후 첫 오프라인 번개모임까지 이어졌어요. 저희는 온라인으로만 소통하기보다 오프라인 모임도 같이 병행하는데 지역 까페라는 특수성으로 본다면 오프라인 모임은 온라인 활동들을 더욱 강화시켜 주는 것 같아요.


Q. 까페지기의 일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A. 전 자매도 없고 처음 이사 와서는 아는 사람도 없었죠. 그런데 까페에서 소통하다보면 낯선 이들이지만 서로 공감의 영역들이 있어요. 특히 저는 아이가 셋(현재 중3, 초6, 초2)이라 육아문제를 함께 나눌 수 있어서 좋았어요. 하루는 몸이 너무 아파 까페에 몸이 안좋다는 글을 남겼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저희 집 초인종이 울리는 거예요. 나가보니 근처에 사는 까페 회원이 죽을 사갖고 오셨어요. 정말 그 순간 눈물이 핑돌더라구요. 까페는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공간이라 생각이나 생활의 차이들이 있지만 또 한편으로 같이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요. 서로 소통하며 공감대를 만들어 가는 것이 까페의 즐거움이죠.


Q. ‘용인마녀’의 ‘마녀’는 혹 마을여자들의 줄임말인가요?

A. 아니오. 그냥 보통 알고 있는 ‘마녀’입니다. 까페회원들의 투표로 정한 이름인데 ‘마녀’는 못할 게 없는 능력자잖아요. 용인의 마녀들!


Q. 마을의 정보 소통 까페에서 정치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작년 12월 한창 철도와 의료 등 ‘민영화’문제가 뜨거웠잖아요. 이전에 정치적 발언들이 굉장히 조심스러웠는데 이때는 까페에서 자생적으로 발언들이 계속 올라왔어요. 그리고 처음으로 정치적 행동까지 이어졌지요. 물론 거창한 행동은 아니고 민영화반대 현수막이나 스티커를 공동구매하는 것이었지요.


Q. 6월1일 ‘세월호를 기억하는 용인시민들의 모임’ 이전에 ‘침묵시위’를 하셨는데, 뉴스를 보고 같이 뭔가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A.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우리 까페에서도 당분간 가족이야기나 벼룩시장 거래 등은 중단하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리고 뒤이어 2,000여개의 노란리본을 만들기와 동백호수공원에서 촛불추모제를 열었어요. 마음이 가는대로 행하다 보니 시행착오들이 있었죠. 그러다 동백맘, 죽전맘 등 여러 까페와 함께 '침묵시위‘를 기획하게 되었죠. 저희가 장소를 처인구 용인 시장 쪽으로 잡았는데 마침 그날이 장날이라 소리 질러도 들리지도 않을 것 같고 오히려 말없이 많은 사람들이 같이 움직이는 행위가 더 큰 울림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침묵이 가장 큰소리가 되는 거죠. 거기다 내부적으로도 ‘침묵’이어야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겠다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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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쨌든 침묵시위이후 '세월호를 기억하는 용인시민들의 모임’(이하 세용모)까지 참여하게 되었는데...

A. 솔직히 부담스럽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해요. 제가 사는 아파트지역은 유독 보수적인 어르신들이 많아요. 민영화반대현수막을 걸때도 여러 협박을 받았죠. 무엇보다도 아이들에게 해꼬지 할까봐 제일 걱정돼요. 악성댓글뿐 아니라 어느 날 제 차 앞에서 절 기다리시며 얼굴확인하고 싶었다는 어르신도 있었어요. 까페 내에서도 연대모임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어요. 기존의 시민단체에 대해 신뢰감이 가지 않는 부분도 있고 정치적 성향에 대한 편견도 있어 까페회원 전체의 동의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예요. 물론 스탭들은 동의하지만.

벌써 참사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 싸움이 길어지면서 용인마녀의 경우 대부분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다 보니 매번 시위에 나올 수도 없고 늘 적극적인 댓글이나 지지가 있을 수는 없죠. 그래도 멈출 수는 없어요. 저를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있는 한.


Q. 협박이야기는 놀랍네요. 많이 놀라셨을텐데 그럼에도 계속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두고 활동하는 이유는?

A. 많은 전업주부들이 자신들의 가치를 아이들 잘 키우는 것에 두잖아요. 육아에 올인하는 삶에 회의가 들더라구요. 그런데 육아문제만 보더라도 정치와 연관되어 있잖아요. 출산장려문제부터 어린이집보육료, 집문제 하물며 전기세까지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모든 것이 법의 문제더라구요. 그러면 이런 문제를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지 질문하면 곧 정치적 문제가 되는 것이지요.


Q. 6월 1일 집회에서 용인마녀팀의 '엄마까투리'에 감동하셨다는 얘기를 많이 들으셨죠?

A. 사실 걱정이 많았어요. 어린 아이들과 함께 하다보면 변수가 참 많죠. 리허설때 정말 잘했는데 막상 본 공연에서는 아이들이 많이 긴장했어요. 갑자기 배가 아프다는 아이가 있어 조마조마했지요. 이번 집회에 참가하면서 좀 다른 집회를 만들고 싶었어요. 누군가를 초대해서 구호를 외치고 성토하는 집회보다 우리가 준비해서 함께 나누는 집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죠. 잘하지는 못하지만 우리의 마음을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 담아내는 거죠. 엄마의 죽음과 희생이라는 주제가 집회를 더 무겁게 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많은 아이들의 죽음이라는 현실에서 엄마들의 마음을 하나로 담을 수 있는 주제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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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금까지 ‘세월호참사’와 관련해 여러 활동을 하면서 생각의 변화들이 있을 것 같다.

A. 대부분 비슷했을 것 같아요. 처음엔 충격과 슬픔, 그리고 사고의 전모가 드러나면서 분노가 일었어요. 가만히 있으라는 말에 아이들이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에 처절하게 우리를 반성하게 만들었잖아요. 이렇게 아이들을 키워서는 안되겠구나. 많은 사고들이 일어났지만 국가적 재난상태에서 그래도 국가시스템에 대한 믿음이 있잖아요. 그런데 이번 사고에서는 해군과 해경이 아닌 언딘이라는 민간업체에 구조을 맡겼다는 거잖아요. 이게 민영화잖아요. 엄마들에게 이야기하면서 불이 나면 이제 돈을 줘야 불 끄러 오는 것 아니냐고 했는데 이번 사건을 통해 민영화 문제가 소름끼치게 와닿았어요. 그리고 이번 밀양송전탑문제를 보면서 원전을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Q. 까페 용인마녀의 비전이나 계획이 있나요?

A.  용인마녀가 엄마들의 수다 공간으로만 머물지 않고 다시 두번째 인생으로 도약하는데 도움이 되고 싶어요. 여러 해를 거쳐오며 우리 까페는 단순한 벼룩시장이 아닌 기부와 후원 등으로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여성들의 아지트로 변화, 발전하고 있어요. 까페 내에 자원봉사와 기부활동을 소통하는 게시판도 만들었어요. 그리고  이제 저는  또 하나의 꿈을 꾸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여성들은 결혼으로 이전의 삶과 통째로 단절되고 변화되잖아요. 하지만 여성의 출산과 육아가 전업주부든 워킹맘이든 엄마가 아닌 한 인간의 삶으로 재출발하는데 있어 커다란 받침대이자 토양이 될 수 있다고 봐요. 그래서 우리까페가 직업적 재교육, 시스템과 정보 활용, 육아와 양육, 교육에 따른 고민해결과 사회적 인프라 형성 등 이러한 것들을 이루어 내기 위해 우리들의 목소리를 모아내고 정책을 요구하고 지역생협이나 로컬푸드 협동조합과 연대하여 건강한 삶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용인 여성들의 꿈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앞뒤 가리지 않고 활동하면서 예상치 못한 반응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아들 셋의 엄마가 이리저리 회의와 집회에 나서다 보면 아이들의 불만이 생길법도 한데 오히려 아이들이 그런 엄마를 자랑스러워한단다. 그녀도 아이들 이야기에서 가장 환하게 웃었다. 그녀는 너무나도 예쁜 마녀다. |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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