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Inter+view] 03

시대정신에 저항하는 예술

독일문학을 만나다

-이재영 선생님 인터뷰




글 : 웹진팀








주말 밀리는 도로를 생각하지 못하고 약속을 잡은 것이 실수였다. 약속시각을 훨씬 넘겨서 만난 이재영 선생님은 첫 인상이 푸코를 떠올리게 했다.(이유는?^^) 20년 넘게 운영해온 자그마한 교대역 근처 전통찻집에서 선생님을 마주하고 오는 7월17일부터 시작되는 문탁여름강좌 <독일 고전주의와 낭만주의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웹진팀)




>>> 처음으로 문탁과 인연을 맺게 됐는데 강의 부탁을 받았을 때 어떤 느낌이 드셨나요?

독일문학으로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좀 놀랍고 신기했습니다. 흔히 세계문학의 전반적인 내용을 강의해달라는 요청을 하는데 독일문학, 그것도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문학에 대한 강의라니...이런 주제로 강의를 해달라는 것은 이미 독일문학이나 철학에 대한 공부가 선행되어 있다는 것이겠지요? (문탁에서 독일어 세미나와 니체 관련해서 두 개의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는 콩세알의 설명에 깊이 수긍하신다.)어쨌든 흥미롭습니다.


>>>독일의 고전주의와 낭만주의는 거의 동시대 흐름이라고 말합니다. 특히 낭만주의의 경우 시민혁명에 대한 반동성을 내포한다고 하는데 고전주의와 낭만주의를 잉태한 시대적 배경이나 흐름이 있었던 걸까요?

종교개혁이후 독일은 합리주의적 세계관이 자리 잡게 됩니다. 문학은 교육으로서 인간의 이성을 계발하고 인류가 진보할 수 있다는 낙관을 바탕으로 매우 교훈적이고 계몽적인 성격을 띠게 됐죠. 그러나 계몽주의가 이성을 만능으로 여기고 감정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에 반발하면서 소위 ‘질풍노도운동’이 일어납니다. 영국의 셰익스피어나 프랑스의 루소 등에게서 큰 자극을 받았지요. 자연성, 천재성, 독창성이 이 운동의 표어입니다. 괴테는 이 시기에 첫 작품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1774)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됩니다. 질풍노도의 기간은 10년 정도에 불과했지만 독일문학은 이 시기를 계기로 고전주의, 낭만주의 문학으로 이행하는 절정의 서곡을 연주하게 됩니다.


>>>19세기 다른 유럽에 비해 뒤쳐졌던 독일에서 잇따라 세계적 문학작품들이 탄생된 배경은 무엇일까요?

18세기 독일은 여러 작은 공국들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에 문화가 꽃피기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그러다가 18세기 후반부터 국민극장이 만들어지면서 수준 높은 극작품을 올리기 시작합니다. 이때 가장 선두에 선 나라가 바이마르 공국이었습니다. 이 나라의 칼 아우구스트 공작이 괴테를 초빙했고, 괴테뿐 아니라 전국의 유망작가들에 투자하기 시작하면서 지성들이 몰려오기 시작했죠. 때 맞춰 이웃에 있던 예나에도 예나대학을 중심으로 많은 작가, 철학이론가들이 모이면서 계몽주의를 극복하는 세계관에 대한 이론적 토대들이 만들어지게 된 것입니다. 특히 <베르테르의 슬픔>의 경우 독일문학 처음으로 유럽전역으로 번역되어 읽히게 됩니다. 예나대학을 중심으로 한 낭만주의 문학은 사실 세계적으로 독일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이재영03.jpg


>>> 실러의 <발렌슈타인> 등, 많은 희곡작품에는 운명과 대결하는 의지의 힘을 묘사한 것들이 많으며 이는 그리스 고전극 정신의 재생을 지향하고 있다고 평가를 받습니다.

실러는 유럽에서는 한 때 괴테보다도 더 유명한 작가로서 수많은 희곡과 서정시를 지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희곡이나 서정시가 그다지 읽히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실러는 ‘괴테와 편지를 주고받은 작가’정도로 알려져 있지요. 그의 작품 중에 <돈 카를로스>라는 희곡이 있는데 이 작품은 질풍노도의 시기로부터 질문자가 말씀하신 그리스 고전으로의 회귀를 지향하는 신고전주의를 예고하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의 작품 중에는 운명의 험난한 압박 속에서 개인이 극한의 고통, 분열을 느끼지만 결국 이를 극복하는 ‘숭고崇高’의 인물상을 표현한 것이 많습니다. 거친 역사 속에서 개인의 자율성을 지켜내는 인물을 만들어낸 것이죠. 사실 저의 전공이 실러입니다. 실러를 선택한 이유는 제가 문학을 전공하기는 했지만, 한 때 철학에 경도되었고 그때 썼던 논문이 칸트의 ‘미학’이었습니다. 칸트의 미학이론은 실러에게 큰 영향을 미쳤고 실러는 이후 <인간의 미적 교육에 대한 서한> 같은 주옥같은 미학이론서를 쓰게 됩니다. 이때의 고전주의를 신고전주의, 또는 바이마르 고전주의라고 부르는데, 분열과 역경 속에서도 인간성이 승리한다는 측면에서는 고전주의 문학과 같지만 외부의 법칙에 종속되지 않고 주관적인 내면의 목적, 법칙을 가지는 인간을 다룬다는 점에 특징이 있습니다.


>>> 초기 낭만주의의 연구에 관련된 책에서 초기 낭만주의의 경우 “세계를 낭만화하라”는 명령으로 특히 ‘낭만시’개념을 정립했다고 하는데 그들에게 낭만이란 무엇인가요?

낭만주의는 계몽주의에 대한 전복으로, 세계관의 변혁입니다. 고전주의의 인간형이 ‘숭고한 인간’이라면 낭만주의는 ‘방랑자’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겠죠. 위험과 모험을 즐기고 안주하지 않는 방랑자는 현실의 도덕적 규범적 체제를 거부하지요. 그들의 세계는 미적 대상이자 유희의 세계입니다. 세계는 파편적이며 무한한 완결되지 않는 것이지요. 보통 낭만이란 로망, 즉 허구적인 것, 상상의 것을 가리키는 말인데 “세계를 낭만화하라”는 말은 세속적인 권력, 산문적, 현실적인 것에서 벗어나 상상의 영역으로서 세계를 지배하라는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환상, 몽상, 무한성을 표현하는 문학기법으로서 ‘시’가 주목된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으며 이것은 고대문학이 표현하는 예술과 맥락이 닿아있습니다.


>>>문탁넷에는 현재 대부분의 공부가 철학에 집중되어 있어요. 우리끼리 하는 말로 어려운 철학책이 머리 아플때면 문학으로 머리를 좀 식히자는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선생님이 생각하시기에 문학과 철학의 관계, 세계를 이해하는 데 있어 ‘문학의 힘’은 무엇일까요?

철학은 개념적, 원리적, 추상적 사고를 요구하는데 문학은 감각적, 형상적, 구체적 사고위에서 읽힙니다. 이것은 인간사회에 대한 두 가지 표현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철학의 경우는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인데 비해 문학의 경우는 저자의 의도는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지, 반드시 어떤 의도인지 밝혀낼 필요는 없습니다. 철학에 비해 문학은 독자의 해석적 능력이 요구되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상황과 개인에 따라 무한한 해석이 가능합니다. 문학은 ‘빈 공간’인 셈이지요. 문학텍스트의 독해는 또 하나의 창작물로써 독자에게 작품의 ‘의미’를 만들 것을 제안합니다.


>>>강의 소개에 18~19세기 독일문학은 자본주의 시작과 그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내포하며 여전히 우리의 시대에도 유효한 사유적 방향을 제시한다고 하셨는데 이들 문학의 사조가 가진 현대성은 무엇일까요?

19세기와 지금 현대사회는 질적으로 큰 차이는 없다고 봅니다. 역사적으로 변화는 있어도 그것은 ‘동일성’ 속의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19세기 독일은 전통적 세계관이 타당성을 잃으면서 현실적, 경제적 유용성을 숭배하는 합리주의 속에 자본주의의 맹아가 싹트고 있었고 종교의 자리에 ‘돈’이 대체되었습니다. 이런 천박한 합리주의에 대항해 고전주의, 낭만주의, 아방가르드, 현대예술로 이어지는 ‘시대정신에 저항하는 예술’이 자라게 된 것입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자본주의에 예속된 삶이 이어지고 있는데, 시대에 따라 저항의 방향은 변화해왔지만 고전주의, 낭만주의 문학이 저항했던 ‘대상’은 동일한 것이지요.


>>> 개인적으로 선생님이 이번 강좌에 추천하신 책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책은 무엇인가요?

<파우스트>입니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지만 인간이 산다는 게 무엇인가, 삶이 허용하지 않는 것에 대해 인간이 취할 수 있는 태도는 무엇인지, 결국 죽음으로서 삶을 마감하지만 위험에 맞선 한 인간이 죽음으로서 비로소 고귀한 인간이 된다는 역설은 감동적이지요. 인생의 가장 근원적 질문들이 녹아져 있습니다.

어떤 분들이 강의에 오실지 궁금합니다. 모쪼록 유익하고 의미있는, 문탁에서의 공부로 이어질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1 (88호) 마녀, 용인을 날다 [8] file 콩세알 2014.06.25 1451
30 (115호)그는 소녀다! [11] file 건달바 2015.07.28 1085
29 (113호)運은 움직이는 것이다 [9] file 달래냉이씀바귀 2015.06.30 939
» (89호) 시대정신에 저항하는 예술, 독일문학을 만나다 [3] file 웹진팀 2014.07.08 869
27 (98호)‘리얼한’ 세대반응이 재미있었던 케이팝강좌 [1] file 웹진팀 2014.11.11 861
26 (108호) 세월호의 시간, 나의 시간 -이우지역연대위원회 연인선님 [3] file 콩세알 2015.04.22 822
25 (105호)청년목수 지원의 집과 자립 [12] file 봄날 2015.03.11 814
24 (95호)마을에서 ‘함께’ ‘나누며’ 살다 [6] file 김고은 2014.09.29 812
23 (114호)영웅에게 ‘취향저격’ 당하다 [8] file 새털 2015.07.16 805
22 (93호)낯선 철학자, 베르그손 [6] file 봄날 2014.09.04 793
21 (99호)웹진 100호 준비특집02 웹진과 음악의 콜라보레이션 [6] file 콩세알+봄날 2014.11.24 791
20 (125호)우리에게는 못갚을 권리가 있다 [1] file 봄날 2015.12.18 745
19 (121호)[축제특집호] 처음이라 설레요~~ - 축제 새내기 인터뷰 [4] file 진달래 2015.10.21 729
18 (130호)마법에 걸린 산장지기 - 함백산장지기 박옥현 [3] file 느티나무 2016.03.10 720
17 (87호) 파지사유 인문학의 길을 묻다 [1] file 웹진팀 2014.06.09 631
16 (157호) 노숙자는 갓난아기와 같아서 - 두바퀴희망자전거 [2] file 봄날 2017.04.12 611
15 (140호)걱정 말아요, 여러분 [8] file 씀바귀 2016.07.26 598
14 [파지스쿨 인터뷰①] 현실과 파지스쿨을 잇는 다리가 필요해요 [1] file 관리자 2017.11.09 574
13 (132호)선거의 추억 [6] file 웹진팀 2016.04.07 566
12 (134호)어설프나 사브작 기타동아리 [4] file 봄날 2016.05.07 5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