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Inter+view] 06

‘리얼한’ 세대반응이 재미있었던 케이팝강좌

- 파지사유 인문학 차우진샘 인터뷰




정리 : 웹진팀








웹진 : 파지사유 강사님들에게 필수적으로 드리는 질문이 있다. 파지사유 강좌를 준비하며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면 무엇이고, 이에 대한 수강생들의 반응은 어떠했나?


차우진 : 보통 음악 강좌의 주제는 명확하다. 대중문학의 이해, 케이팝, 인디음악, 문화산업 등. 그런데 이번 강좌의 제목은 ‘대중문화와 한국의 모더니티, 질문에서 질문으로 : 케이팝 혹은 한국이란 무엇인가?’ 좀 급조한 느낌의 제목이다. 사실, 이러한 주제는 요즘 내가 하고 있는 고민의 연장이다. 이번 강좌에서는 이미 정리되어 있는 걸 가지고 얘기하기보다는 만들어지고 있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래서 내 고민을 그대로 드러내는 방식으로 강좌를 만들었고, 강좌시간에 여러분들이 문제제기하신 것처럼,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오류의 부분도 있었다. 이번 강좌의 분위기라든가 눈빛이 저에게 자극이 되어서 더 내 고민을 그대로 드러내게 되었던 것 같다. 보통 다른 강좌에서는 수강생들끼리 서로 모르기 때문에 강의 내용에 대해 즉각적으로 반응을 드러내지 않는다. 선뜻 나서서 질문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파지사유강좌에서는 연령대들도 다양하고, 세대반응이라는 것도 달리 나타나서 재미있었다. 케이팝에 관해서는 젊은 친구들의 피드백이 있었고, 질문도 많이 나왔다. 반면 서태지와 신해철의 90년대를 얘기할 때 젊은 친구들은 반응이 없었다. 젊은 친구들에게는 90년대에 대한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대중문화를 단선적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과 기술이 영화만큼이나 음악에서도 중요하다. 또 음악만의 특징이 아니라 세대경험이라든가 한국사회의 지형 변화에 따라 음악이 드러내주는 면이 있는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작업은 음악만이 아니라 복합적인 개념을 이용하면서, 음악으로 우리의 정신세계를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작업이다.


웹진 : 우리집 아이들만 해도 음악을 듣는 방식이 나와 다르다. mp3파일로 엄청난 음악들을 다운받아 소장하고 듣는다. 그러다 보니 최신곡뿐만 아니라 이선희와 이문세도 아이돌음악과 함께 듣는다. 그런데 또 이선희나 이문세의 음악이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궁금해하지 않는다. 그냥 듣기만 한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차우진 : 사실 요즘 젊은 친구들이 궁금하다. 어디서 놀고, 어떻게 연애하는지. 기성세대에게 f(x)의 음악은 돌연변이지만 젊은 친구들에게 그건 자연스런 음악이다. 나와 같은 세대에게는 드라마와 영화의 영향력이 매우 컸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음악의 영향이 더 크고, 다른 감각에 비해 청각이 발달해 있다. 어쩌면 이들은 멀티테스팅의 첫세대라 명명할 수 있을 텐데, 모니터 두 개를 켜놓고 동시 작업하는 것이 제 또래에서는 독특한 아이들에게나 가능한 경험이었지만 요즘은 그게 보편적이다. 인터넷음원시대로 바뀌면서 한 사람이 보유할 수 있는 음원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다. 예전에는 카세트든 CD플레이어든 물리적 조건을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데, 온라인 다운로드의 편이성은 이와 완전히 다르다. 여기에는 음악을 가볍게 대한다, BGM으로 소비된다고 간단히 말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뭔가 조건 자체가 달라졌다고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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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 이러한 시대 음악에 관한 글을 쓴다는 건 어떤 일인지?


차우진 : 음악의 글을 제대로 잘 쓰는 사람이 별로 없다. 지금 유통되고 있는 것은 음악에 대한 글이 아니라, 자기 정서나 가사에 대한 글들이다. 음악적 글쓰기는 어떠해야 할까? 많은 사람들이 헷갈려 하는데, 소리를 언어화하는 글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음악을 서사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데, 여전히 정서나 가사에 한정해 음악을 이야기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오히려 음악을 만들어내는 사운드에 대한 구별과 직관성, 그리고 그것의 논리성과 경험을 버물릴 수 있는 새로운 글이 나와야 한다. 케이팝의 글은 인디음악의 글과는 달라야 하지 않을까? 한 줄짜리 글도 가능할 수 있다. 시처럼 라임에 맞춰 쓰는 실험도 해볼 수 있다. 현재 모든 글쓰기가 문학적 글쓰기의 식민지처럼 느껴진다. 관습적으로 쓰고 이것이 산업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요즘 나는 문학비평가 김현과 신형철, 영화평론가 정성일의 글에 대해서 많이 생각한다. 정성일은 독자에게 말걸기를 계속한다. 했던 말을 또 하고, 또 하며, 어떻게 독자와 대화할 것인가를 계속 쓰고 있다. 나도 그런 글쓰기를 하고 싶다. 이걸 음악적으로^^


웹진 : 차우진샘은 문지문화원 ‘사이’에서 일하며 어떤 기획들을 준비하고 있나?


차우진 :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강좌는 대부분 글쓰기 수업이다. 그래서 ‘사이’에서는 인문학강좌가 안 된다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 내가 하고자 하는 기획은 일반인들에게 어렵게 느껴지지 않으며 가격부담이 없는, 그러면서도 삶에 도움을 주는 강좌다. 그리고 ‘사이’의 강좌를 ‘문지’와 어떻게 연관시킬 것인가도 고민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몸이 느끼는 감각’을 옮겨 쓰는 글쓰기 수업을 하려 한다. ‘걷기’에 대해 내 근육을 움직이고 몸이 느끼는 감각을 글로 옮겨보면, 글의 실감을 풍부하게 살려낼 수 있다. 케이팝음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글로 써보는 것도 좋은 강좌가 될 수 있다. 관습적이지 않은 테크놀로지의 표현을 글로 담아내는 색다른 글쓰기가 될 것이다. 예전의 음악을 들으면 대충 음악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머릿속에 그려지고, 어떤 악기와 연주가 쓰였는지 알 수 있었다. 요즘의 음악들은 그렇지 않다. 컴퓨터프로그램으로 가상의 악기를 만들고 그걸로 음악을 만들기 때문에 쉽게 감이 오지 않는다. ‘좋은 듣기’가 가능한 수업을 통해, 이 소리가 어떻게 나오는지 배우고, 가상악기를 가지고 음악을 만드는 것까지 해보는 과정을 8주 강좌로 만들어도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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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 마을공유지 <파지사유>에 조언을 한다면?


차우진 : 나에게는 공동체에 대한 양가적 감정이 있다. 지향해야 하지만, 부담스러운 게 있다. 딱히 공동체가 아니어도 괜찮은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건 호텔에 가는 그런 소비관계인가 싶기도 해서 혼란이 좀 있다. 내가 생각하는 공유지의 상은 대학의 동아리방 같은 것이다. 그리고 그런 같이 쓰는 공간이 필요하다. 이런 공간의 필요성은 30대나 돼야 알 수 있다. 젊은이들에게 이런 공간은 재미없을 수 있다. 와봐야 어른들에게 잔소리를 듣는 귀찮은 공간이 되기 쉽다. 예전에 나는 성당학교에 다녔는데 그 이유가 여자애들이 때문이었다. 그 밖에 이유가 있다면 신부님과 수녀님이 정말 아무 신경 안 쓰고, 우릴 방치했다는 사실이다. 그런 관대함이 필요하다. 집에서 고양이를 키우는데, 새로운 고양이들이 만나면 금방 친해지지 않는다. 서로 할퀴고 신경전을 벌인다. 그때마다 주인이 개입할 수는 없다. ‘고양이에게도 고양이 사정이 있지 않겠는가?’ 공유지에 오는 젊은이들에게도 이런 관대함이 필요하다. 잔소리는 좀 줄이고!

실제적으로 공유지 프로그램으로 추천하고 싶은 것은 '아두이노(arduino)'프로그램으로 초등/중학 수업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아두이노 프로그램으로 손쉽게 코딩을 짜서 장난감을 만들고, 악기를 만드는 과정을 해볼 수 있는데, 실패하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협업을 배울 수 있고, 나중에 아두이노대회를 여는 것도 재미있는 기획이 될 것 같다. 영화나 음악을 만드는 일은 실제로 시간이 오래 걸리고 쉽게 해결되지 않는 기술적인 부분이 있다. 이에 비해 아두이노는 비교적 쉽게 제작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웹진 : 파지사유에 음악이 결합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파지사유가 동네밴드가 오디션 보러 오는 공간이 될 수 있을까?


차우진 : 이곳에 홍대 앞 뮤지션이 와서 공연을 하면 공연이라기보다 행사라고 하는 것이 맞다.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지 않는다면, 비용이 드는 행사에 불과하다. 이런 한계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여기서 팀을 하나 만들어야 한다. 이 팀이 정기적으로 공연을 하면서, 동네스타로 자리 잡아가면 이곳은 좋은 공연장이 될 수 있다. 우선 모집부터 시작해서, 악기 배우고, 춤을 배워서, 1년 후에 이 팀이 어떻게 될지 지켜보는 게 흥미롭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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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지사유 인문학 강의 마지막날, 차우진샘께 짧은 인터뷰를 요청했다. 차우진샘의 한때 직장동료 겸 친구인 광합성, 그리고 음악의 길을 가볼까 궁리하고 있는 정윤이와 함께 나눈 이야기는 어느새 짧은 인터뷰의 분량을 훌쩍 넘겨버렸다. 강의시간에도 느꼈듯이 평론가 차우진은 글도 잘 쓰지만 말도 참 잘하는 사내다. 음악을 좋아해서 음악에 관한 글을 썼다기보다, 글을 쓰고 싶었는데 음악에 관한 글을 써야 하는 여건이 도래하여 음악공부를 시작했다는 그의 개인사와 그걸 가능하게 한 편의점 심야 아르바이트의 에피소드들(밤이라 편의점에 오는 손님도 별로 없고 음악듣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는)을 그는 단팥빵의 앙꼬처럼 ‘포인트’를 살려 말할 줄 알았다. 그리고 신해철과 눈뜨고코베인처럼 그가 글을 쓰고 싶은 뮤지션들의 목록까지 푸짐한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이 무수한 이야기들을 나누었으니, 이제 우리도 우연히 그의 이름을 발견하면 ‘친한 척’을 좀 하자. “아! 차우진샘의 글이군. 예전에 편의점 알바한 돈으로 CD를 한보따리 사서 듣고 평론가가 되었다던데!”라고. |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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