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틈으로보다

웹진의 추억 ② : 2% 부족한 그녀, 지금 어딨어?

2017.06.11 14:11

뉴미디어 조회 수:296

2011년의 그녀는 지금과 많이 달랐을까요? 

완벽한 추장님이었던 만능 지금님은 왜 그때는 "2% 부족한 그녀" 였을까요? 


2% 부족한 그녀, '지금' 어디있어?

                                                                                

                                                                                                                                                                                                                                                           달 팽 이

 

 

 

2009년 용인으로 이사하고 처음 발을 들여놓은 곳이 아파트 내 도서관이었다. 거기서 독특한 매력을 지닌 친구를 만났는데 그게 바로 ‘지금’이다. ‘지금’은 내게는 낯설기만 한 새 아파트의 터주대감으로 동네 아줌마들 누구와도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마당발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금’이 다른 평범한 아줌마들과 달리 아이교육을 어떻게 더 잘 시킬까가 아니라 도서관이 동네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지 고민하는 개념아줌마임을 알게 되었다. 이 친구가 있어 용인에서의 삶이 더 즐겁고 좋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문탁에서 마을과 경제 세미나를 처음부터 함께 해온 내 친구 ‘지금’이 올해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문탁 축제 준비에 자발적으로 나섰다. 축제가 끝나고 뒷담화를 나누었다.(우리는 서로 반말하는 사이지만 반말로 쓰기도 거시기하여 그냥 이렇게 고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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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준비는 문탁에 줄 수 있는 선물


- 2011 문탁 인문학 축제 준비위원을 자원했는데 어떤 동기로 그렇게 했는지, 축제 준비과정은 어땠는지 얘기해주세요.

문탁에서 순환하고 있는 선물경제에 어떻게 참여할까 생각했었고, 특히, 글쓰기 공작소에서 받고 있는 넘치는 선물(수강료 없는 글쓰기 수업)에 무엇으로 답례를 해야하나 고민하고 있었어요. 마침 축제준비위원회에서 마을과 경제 세미나에 축준위원 참여를 요청해서 바로 이거다 싶어 자원했어요.

준비과정에서는 준비위원이어서 어쩔 수 없이 축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니 과정을 충분히 누릴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런데 준비과정에서 축준위와 운영회의의 이중구조로 논의가 진행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준비위 중 저만 회원이 아니어서 중간 중간 단절감이 들고 흐름을 따라가기가 어려운 부분도 있더군요. 논의가 미진했던 부분이 운영위에서 결정된다던가 하는.. 어떤 부분들은 체계적으로 체크되지 않고 넘어가기도 해서 조금 아쉬웠어요. 그래도 축제의 전 과정을 함께 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 축제 내용 중 좋았던 것에 대해 얘기해주세요. 이전에 경험했던 축제들과의 차이점은 어떤 것이었는지도.

대학 때나 도서관활동에서 경험했던 것과 비교하면 처음엔 어설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렵게 준비하지 않고 쉽게 간다고 할까. 그게 잘못 됐다는 게 아니라 좀 낯설고 어색했었죠. 그런데 결과적으로 이렇게 준비해서 될까했던 프로그램들이 오히려 즉흥성이 살아나거나 흥겹게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신기하기도 했어요. 예를 들면 복아고라의 경우 가능할까 했는데 꽤 좋았고 직접 축제에 오지 못하더라도 참여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겠구나 싶었어요. 마지막 순서인 공연도 사회자의 능력에 힘입은 결과인지 모르겠지만 준비정도보다 재밌었고요. 준비 많이 한건 데 나만 아니라고 생각하나 ㅎㅎ

 

- 친구 분들을 축제에 초대했었는데 어떤 기대로 초대하였고, 참여한 친구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문탁을 보여주고 싶어서 초대했어요. 참여했던 친구들은 직접 참여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부담스럽지만 새로운 공동체를 모색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반갑고 놀랍다고 하더군요. 인문학공부라는 것이 사람관계를 매개하기에는 좀 부담스러운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어찌 보면 문탁네트워크가 외연을 확장하는 것에 큰 관심이 없는 듯도 하고.. 그냥 한번 들어가 볼까 하기에는 좀 어렵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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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작업장에 대한 비전은 글쎄요... 막연하네요.”


- 마을과 경제 사업단에도 참여하고 계시고 이번 축제의 주제가 ‘마을과 생산’이었는데요. 이후 마을작업장 활동에 대한 기대와 개인적인 참여는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지 얘기해주세요.

마을작업장활동에 대해서는 솔직히 그림이 안 그려져요. 단지 자누리화장품 생산을 위한 공간이 작업장 한켠에 생긴다는 정도의 기대만 있어요. 개인적 비전도 글쎄요.. 마을작업장은 작업장 세미나팀에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어요. 마을과 경제 세미나에서 구체적으로 언급된 적도 없었던 것 같고. 사실 화장품생산에 대한 논의도 따로 하기 힘들었잖아요. 게다가 가난뱅이의 역습 때 세미나에 빠져서 그랬는지 나하고는 좀 동떨어진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었어요. 문탁에는 워낙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회원들이 많아서 내가 꼭 필요한가? 꼭 필요하지 않다면 그 선에서만 관여하자란 생각도 있고. 나서서 뭔가 하기에는 아직 자신감이나 활동에 대한 확신도 부족하고 그러다보니 주어지는 일만 하게 되네요.

 

(이 부분에서 나는 마을작업장에 대한 이야기를 마을과 경제팀들과 잘 공유하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을 했다. 그리고 열심히 현 상황.. 그러니까 실제로 마을작업장세미나에는 마을작업장을 고민하는 사람이 마경단 빼고 몇 안 된다. 이제부터 마작세미나팀을 새롭게 꾸려 고민을 시작해야 된다 등등 이야기하고 보니 인터뷰하길 잘했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을작업장 비전을 이야기할 새로운 팀구성이 필요하네요. 그 일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에요. 뭘 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지. 생산품의 경우 유기농을 고집한다던지 해서 가격이 비싸져 진입장벽을 높여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있어요. 자누리화장품의 경우에도 좀 비싸다는 감이 있는데 모두들 편안히 받아들이는 듯해서 말하기가 어려웠어요. 문탁에 주로 참여하는 사람들의 계층이 좀 사는 사람들이라 그런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어쨌거나 새로운 시도는 실패하더라도 의미가 있고 해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문탁이 공부만 하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서 새로운 활동이 어떻게 만들어질지 좀 막연하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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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탁은 내 인생의 변곡점


- 문탁과의 인연이 본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주세요.

인생의 변곡점 같은 역할을 하고 있어요.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는 것도 처음이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배우는 게 많아요. 책을 통해 전에는 어설프게 알았던 것이 정리되고, 젊었을 때 꿈꿨던 삶을 지금 여기서 계속 지향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서 좋아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극복할 방법을 이곳에서 찾을 수 있을까? 질문하고 있어요. 아직 답을 내리기는 힘들지만 계속 묻고 있는 중이에요.

 

- 요즘 ‘지금’의 생활에 대해 얘기해주세요. 활동영역과 생활의 배분에 대해서

올해 용인시 작은도서관협의회 교육부장을 맡았어요. 일이 많은 곳이에요. 제가 딱히 도서관이나 책에 전문성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잘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책임이 있으니 가장 우선적으로 시간을 배분하고 있어요. 그리고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데 그건 일이 많진 않지만 빠질 수 없는 부분이고요. 반딧불이도서관(살고 있는 아파트 작은도서관) 일도 실무는 현 임원들이 하고 있지만 관여하지 않을 수 없고요. 대학 때 하던 기독학생회 사람들과도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어요. 그리고 문탁이 있고요. 제가 잘 할 수 있는 게 공부보다는 이런저런 활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있어 그냥 활동이나 열심히 해야 하나 생각할 때가 있어요. 또 가끔은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 하는 건 아닐까도 싶고. 정리가 필요한가 고민하기도 해요.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답답함을 자주 느끼는데 공부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 보고 싶은 갈급함도 있어요. 좀 헷갈리는 상태죠.( 문탁샘이 이걸 보시면 ‘지금’의 생활을 확 정리해버리시지 않을까? ㅎㅎㅎ)

 

- 문탁인들이 ‘지금’을 보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고 하는데 자신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2% 부족해서 그런 거 같아요. 사람이 좀 비어있어서 ㅎㅎㅎㅎ

 

사람들이 다 2%쯤 부족한데 다들 어떻게든 부족함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한다. 의도적으로가 아니라 본능적으로. 그런데 내 친구 ‘지금’은 그 2%를 당당히 자연스레 드러내는 사람이다. 그러니 모두들 이 친구를 만나면 내 2%를 들켜도 괜찮겠다는 편안함이 드는 거다. 난 이런 그녀가 무지무지 부럽다. ‘지금’이 가까이 있어 참 좋다. |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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