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28 15:18
퇴근길 인문학 두번째 시간 후기입니다.
이번 시간은 율리히 벡의 <사랑은 지독한 그러나 너무다 정상적인 혼란>이라는 책으로 수업을 했습니다.
이번에도 호기롭게 발제를 덥석 맡긴했는데 역시 힘든 책이었어요.
의문을 가지고 질문을 던지기보다 본문내용을 이해하기 급급해 어쩔수 없이 요약을 해갔습니다.
처음엔 돌아가면서 인상깊은 귀절을 다 같이 읽고 그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멋진나무샘. 단풍샘, 봄날샘, 유진샘, 저, 뿔옹샘 순서로 진행을 했구요.
적은 인원으로 이야기를 나누니 훨씬 더 깊이 있는 이야기가 나오더라구요.
봉건제-산업사회-현대를 거치면서 성역할의 변화 과정에 대해 이야기.
여자들이 앞으로 나아갈 바를 표현한 귀절들에 대한 이야기
또 남자들의 마음을 대변한 귀절에 대해서도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네요.
우리 퇴근길 인문학의 청일점이신 뿔옹샘은 가사노동의 구체적인 예를 들며 성역할의 편견에 대한 고백(?)도 해주셨어요.
발제문을 읽고 그에 대한 토의를 계속 이어나갔는데 단풍샘이 '개인화'의 의미에 대해 궁금해하셨어요.
봄날샘은 인류학적의 관점에서 개인화의 의미를 설명해주셨는데 제가 생각했던 의미랑 많이 달라서 책을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 생각했어요. 전 그동안 성역할에 넘 몰입되어 있던 여성들이 현대화로 넘어오면서 개인화가 되었고 지향해야할 방향이기도 하다..그런 입장에서 생각했거든요.
뿔옹샘께서 책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잘 파악하면서 책을 읽어보자고 하셨는데 마치 저에게 하신 말씀같아서 살짝 찔렸네요.ㅋㅋ
다음 범위엔 구체적인 예가 나오는거라 쉽게 읽혀질거 같다고 뿔옹샘께서 말씀하셨는데 몇분이 처음부터 다시 읽어봐야겠다고 하셨어요.
저도 동감했구요.
소수의 인원으로 수업을 하다 보니 수업준비를 충실히 해가지 않으면 수박겉핡기식 수업밖에 되지 않으니
마음의 짐이 확 늘어난 느낌입니다. 하지만 그러면서 저의 앎이 깊어지는거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 다짐해봅니다^^
2018.03.28 22:36
2018.04.03 16:54
시간이 이렇게 빨리 흐른줄 몰랐습니다.
이번주 분량을 읽느라 저번주 내용이 가물가물 하네요.
'82년생 김지영' 에서 더욱 포괄적이고 이론적으로 일과 가족이라는 주제로 다가가는 듯 합니다.
1장은 전통적 가족에서 20세기 산업사회의 핵가족까지의 가족 안에서 각 개인의 역할이 해체되고
개인화가 등장하는 곳까지의 내용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느끼고 살아온 내용이라 특별히 놀라울 것은 없으나,
그런 과정을 개인이 아니라 산업사회가 변화됨으로써 겪게되는 사회의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에 위안을 얻게 되네요.
시대와 사회의 문제이고 그것을 자각하는 것으로 부터 해결의 실마리를 잡아갈 가능성이 많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멤버 분들의 구체적 에피소드를 듣는 것이 저에게는 큰 놀라움이며 정보습득의 기회가 되기도 하네요.
다양한 사례가 주위에 있기에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책을 같이 읽는 것이 혼자 읽는 것보다 훨씬 재미가 있습니다.
좀 있다 뵐게요. ^^
<사랑은 지독한...>의 1장에 대한 세미나를 하고 나니, "가족을 위협(?)하는 사랑"이란 제목이 떠오르네요. ^^
울리히 벡과 엘리자베트 벡이 말하려는 것은 이것이 아닐까요.
항상 가족과 사회의 가장 튼튼한 버팀목이라고 생각한 사랑이 가족을 위협하고 있다.
남성 중심의 개인화를 거쳐서 핵가족이 만들어졌고, 여기서 성별 분업이 산업사회의 토대였다.
하지만 여성의 개인화가 거세게 이뤄지고 있는 이 시기에 이제는 누구도
남성=일(임금노동), 여성=가정(그림자노동)이라는 산업사회의 구조를 주장할 수 없다.
아내와 남편은 이제 여성과 남성이 아니라 개인과 개인으로 마주쳐야하고, 서로가 함께 살아가는 동지, 파트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한다.
하지만 조건은 이렇게 새로워져가고 있는데 우리들의 의식은 여전히 낡아있다.
사랑때문에 해체된 가족을 벗어나서 또 다시 (핵)가족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일과 사랑, 일과 가족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
특히나 핵가족이 아닌 다른 형태의 가족, 결혼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그러면서 울리히 벡은 누구도 걸어보지 못한 전인미답의 길을 함께 걸어보자고 권유한다.
아직 몇 주동안은 동일한 책을 더 볼 것이기에 몇가지 인상적인 구절들만 덧붙여봅니다.
"남녀가 실질적으로 평등해질수록 가족의 토대는 점점 더 불안해진다."
"인구학적 해방으로 여성들은 모성애가 필요한 45세 이후에도 30년 이상의 빈 시간을 갖게 되었다."
"대다수 남자들은 남자 주부의 역할은 인정한다. 하지만 오직 나 아닌 다른 남자들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은꽃샘이 후기에 쓰신대로, 시즌 전체 주제(일과 가족)를 생각하면서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