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세미나

기획세미나는 튜터가 있는 장, 단기 세미나들입니다. 현재 <액팅스쿨>, <퇴근길인문학>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좋은 분들과 함께 하며 조금씩 익숙해 지고 있는 퇴근길 인문학입니다. 이번에도 전원참석의 신화를 기록하며, 물컵에 소담스레 담긴 꽃과 물 건너온 대만파인애플빵 펑리수를 벗삼아 화기애애하게 진행되었습니다. 

많은 쌤들께서 9권 아가멤논이 아킬레우스에게 화해를 청하는 부분을 관심있게 읽어 오셨어요. 전리품을 공정하게 분배하지 않고 빼앗기도 한 아가멤논은 사절단을 보내 수많은 선물목록을 열거하며 아킬레우스의 마음을 돌리려하지만, 아킬레우스는 공식적이지도 않고 진정성도 느껴지지 않는 그의 화해촉구에 불응하며 고대 그리스의 명예회복 방법과 절차에 대해 시사합니다. (명예의 선물은 어떻게 만들어 지는가? "공개석상에서 내 말을 전하시오.")

아킬레우스는 친우 파트로클로스의 예견된 죽음을 알면서도 출전을 지켜보는데, '이것은 친우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냐, 이미 알고 있었던 죽음을 보고 크게 슬퍼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다.' 라는 의견이 있었어요. 이렇게 이미 흘러가고 있는(결정된)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은 운명애(Amor Fati), 중국철학의 명(운명)과 같은 맥락이라는 이야기와 함께 니체의 비극의 세계관을 떠올리게 하였고, 친우의 죽음을 크게 슬퍼하는 것은 운명애와는 별개로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이라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트로이아와 그리스연합군은 치열하게 싸우다가도 전쟁을 멈추고 상대 진영을 배려하고 기다려 주는 일이 있는데, 바로 죽은 자들의 시신을 수습하여 장례를 치를 때입니다. '죽은 이를 불로 위로해 준다.'는 표현, 죽은 이를 존중하고 끝까지 예를 다하는 모습, 현대사회에서 죽은 이와 노인을 대하는 애티튜드-베트남전 참전용사가 지퍼백에서 살아난 이야기, 지하철에서 노인에게 맞서는 어린학생-, 트로이아와 그리스의 장례문화 차이(화장과 매장), 고대사회에서 망자의 눈에 동전이나 푸른 돌멩이를 노잣돈으로 올려주는 일(내세관) 등등 죽음을 주제로 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일리아스 시대 사람들은 개인은 없는, 공동체적인 삶을 살았다고 합니다. 누구 누구의 아들과 딸, 어느 공동체 일원으로서의 누구. 라고 표현되며 말이죠. 나를 모욕하거나 공격하는 것은 우리 공동체를 공격하는 것으로 인식합니다. 그래서 전쟁에서 싸움 잘하는 아킬레우스의 상징성과 대표성을 고려할 때 그의 분노는 단순히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분노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시대 사람들은 신의 모습을 빌어 개인성을 표현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지극히 인간적이고 희로애락을 노래하는 신들 모습이 친숙하게 다가옵니다. 

일리아스는 영웅과 귀족들의 이야기이고 이들이 전쟁에 참여하여 명예를 드높이는  일은 평민의 삶과는 다소 동떨어진 이야기입니다. 당시 평민들의 삶에 대한 사료가 없어 알 길이 없다는 이야기는 아쉬움을 남겼고 그래서 더욱 풍성한 상상력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상상력을 발휘하여... 평민들도 모든 것을 신의 뜻이라 여기며 나름 행복한 삶을 영위했을지도 모른다는 의견, 당시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건강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말씀해주셨습니다. 

신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 해주신 부분에서 고대인들이 가졌던 진실의 감정은 매우 폭넓었고, 신화는 가치체계를 완성하려는 의도로 잘 고안되었으며,  사회가 인정하는 패러다임 내에서 만들어진 인간의 상상력이 진실이 된다는 점이 와닿았어요. 호메로스의 인간들은 매일 만나는 사람들 속에서 신의 현존을 느꼈고 일상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특별하게 바라볼 줄 아는 사람들에게 신들과 신화가 가까이 있음을. 인간이 무엇을 신으로 경외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 그의 가장 고유한 내면을 드러내 준다는 괴테의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수많은 우연이 모여(집값이 오르기까지 공원이 생기고 지하철이 생기고...높은 세금을 내는 것이 부당한가...) 지금에 이른 우리들의 이야기가 여운이 남았는데요, 우연이 모여 이루어진 우리가 타인에게 혹은 세상에게 또다른 좋은 우연이 되어도 충분히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들었습니다. 이렇게 지식을 삶으로 연결하려 고민하시는 모습들이 퇴근길의 진정한 매력이겠지요? 

저 개인적으로는 이번 발제를 하며 '서로간의 존경과 서로 주고받는 후함'에 관해 며칠간 생각하며 제가 하고싶은 일과 연관지어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결국은 '나부터'라는 생각이 들었구요. 멕시코 사파티스타 부사령관 마르코스의 말로 후기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는 무력으로 우리의 해결책을 강제하길 원치 않으며, 민주적인 공간을 만들고자 합니다. 우리는 이전의 게릴라 전쟁식의 고전적인 무장 투쟁을 능사로 여기지 않습니다. 전쟁에서 중요한 것은 군사 대립이 아닌 정치입니다. 우리는 전쟁을 일으켜 죽거나 죽이려고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경청하기 위해 싸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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