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지사유인문학

인문학 공부에 기초가 되는 책, 이 시대에 영감을 주는 책들을 매주 토요일 오전에 강의합니다

 

두번째 강의는 본기의 얼개를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했다. 전설 시대의 황제로부터 편집자인 사마천 당대의 왕 한무제까지 왕조의 업적을 다루었다. 전문지식인 답게 신화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사실 중심으로 엮다 보니까 첫번째 오제본기의 양은 상대적으로 적은 같다. 마지막 편인 효무본기는 당시 현직에 있던 한무제가 주인공인 역사라고 하기엔 조금 이른거 아닌지,  투명성에 논란이 있을 수도 있었겠다, 천하의 사마천이 썼더라도.

 

공식적으로 왕위에 오르지 않았던 항우와 여태후에 본기  1편씩을 할당한 내용적으로 대세를 주도했던 사람이 인간의 얘기를 구성하는데 유용한-파란만장한- 소재를 제공해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강의 부교재의 제목도 ' 천년 이미 여왕이 등극했다?' 이다.

 

여태후 [본기]

한고조의 조강지처격으로 유방이 황제의 자리에 오르는데 내조를 하였으나 중국 역사에서 측천무후, 서태후와 함께 3 악녀로 불리운다. 한고조 사후 그의 애첩이었던 척부인을 잔인하게 죽인 사건으로 악녀의 반열에 오르는 계기가 되었다. 한고조 생시에 척부인이 당시 태자였던 여태후의 아들 유영을 폐위시키려고 도모한 것에 원한을 품고 저지른 만행이다.  당시 신하들이 만류하여 태자는 가까스로 폐위를 면하기는 했다. 고사는 우리가 배운 주역 重水坎  六四효의 정이천 주에서도 약간 인용되었다. 네명의 노인이 한고조를 설득함에 있어 긍정적으로 접근하여 마음을 돌린 사례 (且如漢祖愛戚姬하여 將易太子…).


여태후가 척부인을 제거한 방법이 하도 엽기적이어서 태후의 친아들인 혜제마저도 질린 나머지 병이 나서 결국 요절한다. 여후는 개에 물려 병사하기 전까지 16 년간 권력에 대한 탐욕과 악독한 성정으로 천하를 다스렸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여자에게서 기대되는 여성성에 반하여 정치 권력의 동기에 치정 원한이 겹치면서 통제 불가의 수준으로 발전된 역사로 이해된다.


당시 중국 사회의 여자의 군주 역할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여태후의 학정을 과장시켜  역사적 악역을 맡기는데 일조했다고도 의심해본다.  

주역의 坤괘에서 六五, 黃裳 元吉을 설명하면서 정이천은 여자가 군주의 자리에 거하는 것은 신하가 천자의 자리를 찬탈한 경우보다 비상한 문제이며 거론조차 없다고 했다.  在坤則爲居尊位, 陰者, 臣道也, 婦道也, 臣居尊位, 羿, 是也, 猶可言也, 婦居尊位, 女媧氏武氏, 是也, 非常之變, 不可言也, 곤괘에 있어서는 존위에 거함이 된다. 음은 신하의 도리이고, 부인의 도리이니, 신하가 존위에 거한 것은 후예와 왕망이니 오히려 말할 있거니와, 부인이 존위에 거한 것은 여왜씨(전설적인최초의 여제 무씨가 이것이니, 비상한 변고라서 말할 없다.

 

이사 [열전]

사마천은 열전을 통하여 정보전달 중심 본기의 한계를 극복하고 사람냄새 나는 교훈적 서술을 보완한다.


이사는 처세의 달인으로서 진나라 제국 창업 공신으로서 우여곡절 끝에 시황제 밑에서 승상 자리까지 오른다. 진시황의 후계 관련 長幼를 거스르는 모사에 가담하여 호해를 이세황제로 세우는데 성공하지만 결국은 몰락하며 진나라와 盛衰를 같이 한다. 나라의 중책을 맡은 권력자가 사리를 좇아 본분을 저버린 사례로 해악이 본인과 일족 아니라 국가와 민족의 장래에 까지 미친다는 교훈을 부각시키고 있다. 사마천은 또한 이사가 선택의 고비마다 갈등하는 장면들을 묘사하여 끊임없이 욕망을 추구하는 가련한 인간의 모습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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史자를 한참 뚫어져라 보았더니 눈물이 나왔다, 눈이 아파서. 무언가 깨우침을 기대했는데 다섯 획이 각기 춤을 추면서 생소한 한자로 바뀐다. 검색해 보니 훈이 史記이며 ()  (우☞손) 합자().란다. 정확하게 쓰라는 얘기인가 ?  읽다 팽개친 제러드 다이아몬드- 총∙균∙쇠  그 사람 - 붕괴 ( Collapse ) 라는 책에 보면 과거 위대했던 문명 ( 이스터 같은 ) 어떻게 몰락했는지에 대해 사회, 환경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재앙의 정형을 도출해낸다. 사마천은 사기에서 어떤 방식으로 우리에게 가르침을 줄까 ? 그저 잊혀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철저한 기록을 위해서, 양반이 그렇게 오랜동안 고생했을 없다.


그나저나 사기를 시작하니 이젠 중국사가 딸린다. 게으르니 선생님은 십팔사략을 읽어 보라든데...역사를 알기 위해 역사를 배워야 하는 참을 없는 지식의 가벼움’.  어려서 목욕탕에 가기 위해 집에서 미리 초벌 목욕한 기억이 난다. 이맘 추석즈음

 

 

 

 

조회 수 :
153
등록일 :
2018.09.20
19:26:40 (*.99.77.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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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달팽이

2018.09.20
22:35:20
(*.94.246.76)

초벌목욕 ㅋㅋㅋㅋㅋ

계속 하다보면 뭐가 초벌인지 재벌인지도 모르게 좀 알게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사기강의는  마치 여러편의 다른 장르의 드라마를 보는듯한 재미가 있습니다.

게으르니샘의 표정연기도 한 몫하지요

남은 두강도 기대됩니다

띠우

2018.09.21
08:23:51
(*.98.93.172)

두번째 강의는 중국역사를 기록하는 사람으로서의 사마천을 볼 수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게으르니샘의 재미있는 강의와 함께 뒷자리 여기저기서 들려주는 중국역사

모르는게 많은 저에게는 강의를 좀더 입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해주더라구요~^^

영감님과 별반 다르지 않은 저도 이 기회에 십팔사략을 읽어야하나, 싶네요ㅋㅋ

후기 잘 읽었습니다

요요

2018.09.21
17:54:00
(*.178.61.222)

저는 지난 강의에서 '본기'가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듣고 나서

진본기와 진시황본기가 구별된 것도

항우본기와 여태후 본기가 들어간 것도 

사마천의 어떤 관점, 사관을 보여주는 것 아닌가 싶더군요.

암튼 흥미롭네요.^^

여태후를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영감님 가시고 나서 

열띤 논의가 이어졌는데.. 그 문제도 따져볼 만한 것 같아요.

사기에 나오는 여인들, 뭐 이런 소재로 연구한 번 해보면 어떨까요? 게으르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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