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지사유인문학

인문학 공부에 기초가 되는 책, 이 시대에 영감을 주는 책들을 매주 토요일 오전에 강의합니다

<사랑과 경제의 로고스> 4강 후기

 

황폐한 나라로부터의 탈출을 위해


막스 베버는 <프로테스탄티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프로테스탄트의 교리가 강조하는 금욕정신과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이 자본주의 정신에 효과적인 역할을 했음을 밝히고 있다. 그런데 신이치는 이미 카톨릭 신학의 내부에서 그 준비 작업이 이루어져 있었다고 말한다.

현생인류의 유동적 지성의 활동은 다양한 정령과 같은 고차원적 사고가 가능했다. 그러나 비대칭적 사고가 강력하게 작용하면서 등장한 일신교인 기독교에서는 대칭적인 마음의 작용에서 출현하는 정령의 존재를 성령이란 것으로 바꾸어 버렸다.

대칭적 사고를 교묘하게 비대칭적 존재인 유일신의 존재에 버무려 버린 것이다. 이것은 교환가치로 사용가치를 대리표상하는 트릭을 써서 가치가 저절로 증식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자본주의의 방식과 동일한 것이다. 신이치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개신교가 발달한 나라에서 초기 산업주의가 발달했다고 보았다.

 

삼위일체의 틀 안에 갇혀 있던 성령의 힘은 프로테스탄트 개혁에 의해 자유로워졌고 이는 자본주의의 발달을 촉진시켰다. 누구에게나 불성이 있다는 불교의 교리처럼, 누구에게나 성령이 머물 수 있다는 자유로운 성령운동은 기존의 신분질서의 틀에서 벗어나길 원했던 도시의 노동자들과 강력하게 결합했다. 프로테스탄트 분파들은 신이 내린 소명, 즉 직업을 가지고 충실히 살면 부가 모이고 이는 곧 신의 은총으로 확증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제 구원의 확증은 이웃사랑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부의 축적에 있었다.

그런데 자본주의가 확산될수록 성령은 힘을 잃어갔다. 자본의 증식은 물질의 풍요를 가져올 뿐 영혼의 풍요로움을 가져올 수는 없었다. 신이치는 이때 종교를 대신해서 나타난 것이 예술이라 말한다. 그러나 예술역시 자본주의에 포획되면서 그 힘을 잃고 있다.

종교나 예술뿐만 아니라 크리스마스같은 태곳적부터 내려온 부의 증식을 기원하여 치러졌던 제의 역시 마찬가지다. 증여의 원리로 작동하는 듯이 보이게 위장한 각종 날들은 보다 교환의 원리를 단단하게 해주는 장치일 뿐이다.

 

하이데거는 존재가 모습을 드러내도록 하는 두 가지 방식으로 테크네와 포이에시스를 든다. 포이에시스는 인간의 호출에 자연이 자발적으로 응답하기를 기다리는 방식인데 이는 근대 이후에 사라졌다. 테크네는 아직 세상에 나타나지 않은 것을 인간의 노력으로 끌어내는 방식이다. 고대에는 예술과 기술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테크네가 쓰였다. 그런데 근대 과학기술은 온갖 도발과 술책으로 또는 파괴적인 방식으로 자연을 대한다. 하이데거는 근대 기술의 이런 태도에 문제를 제기한다.

 

이제 신이치는 모스의 <증여론>과 라캉의 정신분석이론, 맑스의 <자본론>을 차례로 고찰한다. 신이치는 모스에 대해 교환과는 다른 원리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증여의 원리에 대한 질문이 왜 답례하지 않으면 안되는가라는 단순한 문제로 축소되고 말았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라캉의 정신분석이론에서 마음의 구조가 상상계-상징계-실제계 로 서로 엮어서 풀리지 않는 구조라는 것을 토대로 증여와 교환을 묶는 제3의 원리인 순수증여를 끌어낸다. 그리고 그는 교환과 순수증여가 만나는 고리에서 팔루스의 열락이 발생한다고 보았다.

신이치는 팔루스의 열락을 넘어서서 여성의 열락에 이르기 위해서는 맑스가 생각한 것처럼 단지 착취의 구조만을 분쇄하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보았다. 착취의 문제로 본다면 분배의 문제로 향하게 되고 이것은 결국 교환의 고리 안에서 팔루스의 열락만을 추구하게 되어 자본주의가 추구하는 것과 다름없게 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종장에는 페르스발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결정적인 순간에 질문을 하지 않은 페르스발로 인해 온 나라는 황폐한 불모지로 변해버리고 만다.

 

이제 우리는 우리가 어떤 질문을 해야 할 것인가에 직면했다.

우리가 해야하는데 하지 않고 있는 질문은 무엇인가?

우리가 무지로 인해 부적절하게 던진 질문은 또 무엇이었을까?

우리는 적절한 질문을 생산해 내고 있는가?

적절한 질문을 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마지막 시간 우리는 서로에게, 자신에게 이런 질문들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여성의 열락이 사라진 황폐화된 세상으로부터의 탈출!

신이치처럼 우리도 그것은 적절한 질문을 던지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적절한 질문을 찾는 것!

그것은 우리가 지금 나카자와 신이치”“를 읽고, “맑스를 읽고, “루쉰을 읽고, “스피노자를 읽고, “맹자논어를 읽는 이유일 것이다.


 나는 예전에 마녀의 방 <선물세미나>에서 신이치를 접한 후 두 번째로 그의 책을 읽게 되었는데 역시 그의 글은 오묘하고 난해했다. 현대인들은 팔루스의 열락을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하고 팔루스의 열락을 쫓으며 산다. 팔루스의 열락을 잘 추구하고 이루는 자는 성공한 자가 된다. 그 속에서 우리는 무엇이 팔루스의 열락의 영역인지 여성의 열락의 영역인지조차 구분하기 어려울 뿐더러 자신이 팔루스의 열락에 빠져있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한다. 그래서 신이치의 글은 난해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나는 언제나 팔루스의 열락으로부터 나를 자유롭게 하고 싶었지만 잘 되지 않았다. 뼛속깊이 자본주의에 오염된 내 신체는 자본주의적 안락함을 고집한다. 그러나 팔루스의 열락으로부터 나를 구해내기 위한 질문을 멈추어서는 안되겠지~. 그리고 황폐한 나라로부터 탈출하기 위한 질문도 멈추어서는 안되겠지~. 두번째로 읽는 신이치는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사랑과 경제의 로고스 마지막 강의 시간은 휴가와 이런저런 사정으로 결석이 많았다.

 다행히도 결석할 예정이던 곰곰 님이 일정이 바뀌어서 참석하게 되어 달팽이, 오영, 자작나무 그리고 그날의 강사이신 뚜버기 님과 나 이렇게 여섯이서 오붓하게 진행했다.


이제 8월 한달은 쉬고 9월에 <대칭성인류학>으로 다시 만난다.



방을 잘못 찾아 올린 것을 이제야 발견했네요.

제자리에 옮겨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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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등록일 :
2017.09.24
13:50:29 (*.126.19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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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댓글

자누리

2017.09.24
13:58:52
(*.126.195.33)

팔루스의 열락..어렵지요..

여성의 열락은 순수증여의 열락이라 선물을 주는자도 받는자도 기쁨으로 충만하다면

팔루스의 열락은 비대칭적이지 않을까 생각해 봤어요.

받는자는 기쁘지만 주는자는 고통스러운..거세의 두려움이 따라붙는 열락..

9월강의에서 좀 더 알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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