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이다

들뢰즈에 따르면 영화는 서사가 아닙니다. 영화는 재현도 아닙니다. 영화는 운동과 시간의 관계를 이미지로 보여주며 우리의 습관적인 인식체계를 흔들어놓는 사유기계입니다. 들뢰즈의 영화론은 “영화에 관한 사색인 이상으로 세계로서의 영화에 관한 것이며, 영화에 개입해서 어떤 면에서는 영화와 같은 것이 되어 버린 세계에 관한 사색”(우노 구니이치)입니다. 지금 우리는 헐리웃과 cgv에 완벽하게 포획되어 있습니다. 그들, 거대 미디어 산업은 우리가 봐야 할 영화를 지정하고, 우리가 느껴야 할 감성을 명령합니다. 하여, 이제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영화를 만나보고자 합니다. 영화를 사유한다는 것, 익숙한 사유와 습속을 뒤흔드는 시간 이미지를 통해 삶의 원점에서 다시 질문한다는 것! 가능할까요? 여기 변방, 동네의 작은 배급사 [필름이다 Film Ida]에서 그 실험을 시작합니다.

<올 리브 올리브>, 몰입하기 힘든 영화

2017.06.11 07:32

새털 조회 수:231

나는 어찌어찌 하다보니 <필름이다> 영화상영회의 고정고객이 되었다.

아마도 그 맨처음은 청량리가 문탁 강의실에서 틀어주던 독특한 영화 덕분이리라.

평소의 청량리처럼 그가 틀어주던 영화들도 참신하고 생뚱맞고 뭔소리인지 잘 모르겠는,

그래서 재미있는지....문제적인지.... 여러 이야기가 오고갔던 영화들을 청량리는 어디선가 찾아와서는 틀어줬다.

왜 이런 영화를 골랐냐? 질책하면 청량리는 "좀 그렇죠..."하고 얼버무리지만 자기 고집을 꺾지 않는 선정을 해왔다.

.....음 지금은 이런 '재미'는 좀 잊혀졌다.

'고정'고객이란 재미보다 그것이 하나의 '관행'이 된 사람을 말하는 게 아닐까?

어떤 영화를 틀어도 가서 본다^^


그러나 <올 리브 올리브> 상영을 앞두고는 좀 안 봤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분쟁지역의 대명사가 된 '팔레스타인'을 나의 관심사 안으로 들여오기엔 좀 벅차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미 나에겐 얼마나 많은 문제들이 있는가?

여기에 팔레스타인이라니? 또 하나의 대책없는 '사건' 하나가 더해지는 것 말고 뭐가 될 수 있을지

피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나는 고정고객으로 영화를 봤다.

영화는 문탁님의 말씀대로 선정적이지 않게

민중봉기 이후 나날이 좁아지고 있는 팔레스타인 난민촌 사람들의 이야기를

일상적으로 보여준다. 1948년 지도 위에 이스라엘이 건국되면서

지도 위에서는 사라진 팔레스타인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대부분의 가족이 형제나 자식을 잃었고

많은 사람들이 청춘의 나날들을 감옥에서 보냈고

그리고 지금 그들에겐 절대적으로 일자리가 부족하다.

평생 올리브 농사를 지으며 올리브나무가 그 자신의 인생 전부와도 같은 농부는

자기 땅으로 농사를 지으러 갈 때도 이스라엘의 통행권을 받아야만 된다.


감정이입이 잘 안 되는 영화, 몰입이 안 되는 영화는

또 다른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든다.

팔레스타인땅의 '주민'이었으나 이제는 '난민'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탈북자, 취준생, 철거민, 비정규직 등등 대한민국 국민이나

 '난민'과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을'들을 떠올리게 했다.

그러니까 을인 나의 문제를 떠올리고 있었다.

이 영화를 찍은 감독의 의도는 이렇게 팔레스타인이 아니라

각자가 살아가는 곳의 '난민-약자'을 환기시키고자 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런데 그 난민과 약자가 지금 너무 많다.

소수의 갑과 다수인 을의 비대칭성.

이 비대칭의 각도가 최근 너무 가파라졌다.

이 문제적 '각도'에 대해서는 좀더 많이 생각해봐야 한다.


영화상영이 끝나고 엔딩크레딧에 프로듀서 김일권이라는 이름이 올라왔을 때

나는 반가움을 느꼈다. 작년에 YTN 최승호PD의 다큐 '자백'의 엔딩크레딧에서

'김하늘'이라는 이름을 발견하고 느꼈던 반가움과 같은 것이다.

문탁에서는 꽤 오랫동안 독립영화배급사인 <시네마달>과 일로 연락을 주고 받았는데

김일권씨는 내가 상영료를 송금할 때마다 보았던 수신자의 이름으로 <시네마달>의 대표다.

김하늘씨는 내가 영화상영을 문의할 때마다 모든 편의를 친절히 봐준 <시네마달>의 직원이다.

우리는 돈이 별로 없고, 영화를 보러 오는 사람도 많이 않다고 사정을 얘기하면

상영료도 최저가로 받았다. 이렇게 경제관념이 없어선지 <나쁜 나라> <다이빙벨>와 같은

영화들만 배급해선지 최근 <시네마달>의 존립이 위태롭다는 뉴스를 읽었을 때, 진심으로 걱정 되었다.

그 여파인지 친절한 김하늘씨도 이제는 <시네마달>의 직원이 아니다.

"여기 문탁인데요...." 한마디만 해도 찰떡 같이 알아듣고 "노룩패스'처럼 신속정확하게 일처리해주던 사람.

전화통화로만 친숙했던 사람.

"김하늘씨 그동안 넘 고마웠어요. 잘 지내시죠?"

김하늘씨도 나도, 우리 '을'들에게 안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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