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이다

들뢰즈에 따르면 영화는 서사가 아닙니다. 영화는 재현도 아닙니다. 영화는 운동과 시간의 관계를 이미지로 보여주며 우리의 습관적인 인식체계를 흔들어놓는 사유기계입니다. 들뢰즈의 영화론은 “영화에 관한 사색인 이상으로 세계로서의 영화에 관한 것이며, 영화에 개입해서 어떤 면에서는 영화와 같은 것이 되어 버린 세계에 관한 사색”(우노 구니이치)입니다. 지금 우리는 헐리웃과 cgv에 완벽하게 포획되어 있습니다. 그들, 거대 미디어 산업은 우리가 봐야 할 영화를 지정하고, 우리가 느껴야 할 감성을 명령합니다. 하여, 이제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영화를 만나보고자 합니다. 영화를 사유한다는 것, 익숙한 사유와 습속을 뒤흔드는 시간 이미지를 통해 삶의 원점에서 다시 질문한다는 것! 가능할까요? 여기 변방, 동네의 작은 배급사 [필름이다 Film Ida]에서 그 실험을 시작합니다.

동네영화배급사 [필름이다]

6월 기획전 영화, 독립의 조건세 번째 시간 후기


독립영화가 아니라, 영화의 독립을

 


  

글 : 청량리


 





 

    4에 대한 주제의 영화들이 어쩌다 보니 죽음과 맞닿아 있는 소재들이 많았다. 그래서 사형제도 반대, 존엄사 찬반 등의 논란을 다루고 있는 다소 무거운 영화들을 보았다. 6월 독립영화 주제에 대해서는 조금 다르게 접근하고자 다소 유쾌하고 가벼운 소재들의 영화들을 상영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사장님의 복귀로 우리가 구상했던 6월 상영리스트는 백지화되었다(그래서 우리가 아무 일도 안 했다는 사장님의 말은 오해의 소지가 많았다). 변성찬 영화평론가가 섭외되면서, 마지막 일정의 대담과 함께 3편의 영화를 추천받았다. 그렇게 해서 상영된 영화가 올리브, 올리브’, ‘아버지 없는 삶’, ‘파산의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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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상영날, 영화 파산의 기술이 끝나고 변성찬 영화평론가와의 대담이 이어졌다. 사실은 짧은 강연의 형태로 준비를 해 오신 듯 했는데, 그 상황을 모르고, 또한 나의 사심에 따라 몇 가지 질문을 던지면서 강연은 (어설픈)대담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무엇보다 책상 위의 마이크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이 문득 낯설었다. 대담이나 강연도 좋지만, 영화가 끝나고 모두 같이 둘러앉아서 평가의 자리를 갖는 [필름이다]의 취지에는 다소 안 맞는 듯했다. 오신 분들은 많았는데, 그 분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지 못했다.

 

    영화평론가 변성찬은 독립영화의 정의에서 자본과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넘어서 정서의 독립이 중요하다고 했다. 왜냐하면 정서의 독립이야말로 독립영화의 적극적 조건, 충분조건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독립이라는 말은 새로운 가치의 구성을 말한다. 결국 독립영화의 적극적 조건으로 그는 새로운 정서의 창안을 말하고 있다. 네그리는 자유를 가치의 새로운 구성으로 보았다. 즉 이때의 독립은 자유와 같은 맥락으로 읽을 수 있다. 그래서 그는 봉준호, 박찬욱 감독을 비롯한 몇몇 주류영화 감독들의 영화 중에서 정서적으로 자유로운, 정서의 독립이 드러나는 것은 독립영화라고 본다. 그렇다면 점점 더 주류영화와 독립영화, 예술영화들의 구별이 힘들어지진 않을까? 이에 대해 그는 상업예술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예술을 다루는 상업이 존재할 뿐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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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정서의 독립은 무엇을 통해 이뤄질까? 그 출발점이 되는 것이 작은 고독이다. 정서의 독립은 새로운 정서의 창안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특정한 문제를 필요로 하는데 그 과정에서 꼭 거치게 되는 순간이 바로 고아가 되는 시간이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순간 작은 고독과 마주하게 된다. 여기에는 어떤 모순이 있다. 정서의 독립은 고독의 순간을 출발점으로 삼지만, 그것은 언제나 대중을 향해 있기 때문이다. 결국 독립영화가 무언지 물어보는 과정 속에만 독립영화는 존재한다. 사실 독립영화에는 너무나 다양한 소재와 스타일이 존재하기 때문에, 6월 기획전에서 상영한 3편은 그 중에서 몇 가지로 한정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쩌면 정서의 독립차원에서 지금까지 상영한 [필름이다]의 영화들 중 대부분이 독립영화이기도 하다.

 

    요즘 국악의 판소리 시장이 점점 축소 혹은 협소해지는 것은 명창들의 부재에도 그 원인이 있겠으나, 더 큰 이유는 판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진 사람들이 없기 때문이다. 이를 소위 귀명창이라 하는데, 듣는 관객을 넘어 (음악이니 당연히)귀로 판소리를 비평하는 사람들이다. 즉 들어 줄 사람이 없어지면 부를 수 있는 사람도 당연히 사라지게 된다. 동네영화배급사 [필름이다]가 지속되기 위해서도 사장님의 닦달만으로는 절대 안 된다. (독립)영화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결국 주류냐 독립이냐, 예술이냐 상업이냐는 편의적인 구별에 불과하다. 어렵게 쓰는 평론은 평론가들의 몫으로 남겨두자. 더욱 중요한 것은, 다양한 (독립)영화가 지속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읽으려고 하는 관객들의 작은 수고로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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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어쩔 수 없이 '기승전, 스피노자'라서...이날 변성찬 영화평론가의 정서, 독립, 새로운 가치, 고독.....이라는 어휘들과 그의 맥락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잠시 학원강사와 40대 등단이라는 점 때문에 자룡이 영화평론가를 하면....이라는 생각나기도 했었다. 물방울이 안 좋아하겠지?  과연 [필름이다]에서 우리가 하는 것은 감상일까, 비평일까? 감상과 비평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러나 개인적으로 영화평론가라서 궁금한 점이 많았으나, 다 물어보지 못하고 겸서와 함께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흠흠...

 

   * [필름이다] 8월 기획전에는 <스타워즈> 총정리 특집편으로 꾸며볼 계획이니 많은 관심바랍니다. 자세한 내용은 추후 공지를 확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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