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이다

들뢰즈에 따르면 영화는 서사가 아닙니다. 영화는 재현도 아닙니다. 영화는 운동과 시간의 관계를 이미지로 보여주며 우리의 습관적인 인식체계를 흔들어놓는 사유기계입니다. 들뢰즈의 영화론은 “영화에 관한 사색인 이상으로 세계로서의 영화에 관한 것이며, 영화에 개입해서 어떤 면에서는 영화와 같은 것이 되어 버린 세계에 관한 사색”(우노 구니이치)입니다. 지금 우리는 헐리웃과 cgv에 완벽하게 포획되어 있습니다. 그들, 거대 미디어 산업은 우리가 봐야 할 영화를 지정하고, 우리가 느껴야 할 감성을 명령합니다. 하여, 이제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영화를 만나보고자 합니다. 영화를 사유한다는 것, 익숙한 사유와 습속을 뒤흔드는 시간 이미지를 통해 삶의 원점에서 다시 질문한다는 것! 가능할까요? 여기 변방, 동네의 작은 배급사 [필름이다 Film Ida]에서 그 실험을 시작합니다.

<럭키 루저> 후기

2017.11.12 16:34

청량리 조회 수:134

어느 새 제법 살아가고 있다

- 영화 '럭키 루저'를 보고




글 : 청량리






  이번 10월 기획전은 문탁 내 청년예술 프로젝트팀 4MW’이 특별 큐레이터로 합류하였다. 각각 3편의 영화에 대한 선정과 소개를 맡아서 해 주었다. 이번 기획전을 통해 그들과 좀 더 가까워졌으리라. 특히 마지막 상영작은 감독인 영혜샘이 만든 연옥샘(새털)’과의 인연으로 우리는 미개봉 영화인 럭키 루저(2017)’를 함께 볼 수 있었다. 사실 다른 영화제에서 상영될 기회가 있었으나, 영화제 쪽에서 감독의 의도와는 다른 편집을 요구했다. 그래서 감독인 영혜샘은 과감히 편집수정본 제출을 거부했다. 그렇게 8년이라는 시간동안 묵혀둔 영혜샘의 영화는 오늘 시네마 드 파지에서, 오프라인으로는 처음으로 공개 상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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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는 자전적 내용을 담고 있는 다큐영화다. 그러나 감독은 누구나 숨기고 싶은 과거의 찌질한 모습()을 담았다. 편집본이 대략 1시간 30분 정도인데, 그 동안의 촬영분량은 약 영화 200여 편에 가깝다. 이 영화에는 3가지 버전의 편집본이 있는데, 우리가 본 것은 3번째 편집본이다. 결국 감독은 자신의 찌질한 모습들이 담긴 필름을 600편 넘게 보고서야 1편의 영화를 상영할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우리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찌질함을, 그때의 유치한 시간들을, 그때의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 있는지. 때문에 굳이 제목이 루저라도 괜찮아든지, ‘루저가 뭐 어때서등의 위로적 제목일 필요가 없다. 감독에게는 그 시절의 자신을 필름으로 만났던 것이 그야말로 럭키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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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공개상영을 축하하는 의미로 케이크를 나눠 먹었다. 8년간 소중히 간직했던 나의 찌질함과 감독은 이제 작별할 수 있을까? 주변에서도 악담인지, 덕담인지 이깟 영화, 이제는 그만 놔주라고 조언해 주지만, 감독의 눈치를 보아하니 아직 쉽게 놔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는 8년 전 영화 속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졌다. 말은 안 했지만, 영화 속의 김조와는 이미 조금씩 이별하는 듯하다. 그 이별을 응원하는 이유는 다음 차기작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영혜샘, 파이팅~~



나는 어느새 이만큼 자라 제법 살아가고 있어요

지금껏 어리숙해 많이 헤매고 흔들려 떠돌기도 했지만

 

매일같이 다른 하루 새로운 시작

 

땅 속에 깊이 뿌리 단단하게 내리던 어제

하늘에 가지 높이 자라 잎을 빛내는 오늘

 

이제는 그만 마음 놓아

내게 편안히 기대

나의 그림자에 누워

    

 

- 시와, '나무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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