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이다

들뢰즈에 따르면 영화는 서사가 아닙니다. 영화는 재현도 아닙니다. 영화는 운동과 시간의 관계를 이미지로 보여주며 우리의 습관적인 인식체계를 흔들어놓는 사유기계입니다. 들뢰즈의 영화론은 “영화에 관한 사색인 이상으로 세계로서의 영화에 관한 것이며, 영화에 개입해서 어떤 면에서는 영화와 같은 것이 되어 버린 세계에 관한 사색”(우노 구니이치)입니다. 지금 우리는 헐리웃과 cgv에 완벽하게 포획되어 있습니다. 그들, 거대 미디어 산업은 우리가 봐야 할 영화를 지정하고, 우리가 느껴야 할 감성을 명령합니다. 하여, 이제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영화를 만나보고자 합니다. 영화를 사유한다는 것, 익숙한 사유와 습속을 뒤흔드는 시간 이미지를 통해 삶의 원점에서 다시 질문한다는 것! 가능할까요? 여기 변방, 동네의 작은 배급사 [필름이다 Film Ida]에서 그 실험을 시작합니다.

2017, 1987 그리고 2018

2018.01.02 22:21

사장 조회 수:236

2017, 1987, 2018



1. 2017

 

지난 2년,  [필름이다] 덕분에 영화를 많이 봤습니다. <시네마 드 파지>에서 본 것도 많고, [필름이다] 업무라는 핑계를 대면서...ㅋㅋ.. 영화관에 가서 본 영화도 꽤 됩니다.^^

2017 나의 영화들!  <시네마 드 파지>에서 본 영화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에드우드>였습니다. 역시 팀 버튼이야, 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죠. 그러고 나니 그 영화를 추천한 안재빵이 다시 보이더라구요. 우리는 몰랐지만 안재빵’도 혹시 한국의 에드우드? 호호호...  새로운 영화를 통해 새로운 감각을 일깨우는 일은, 늘 짜릿합니다. 다시 한번, 팀버튼과 에드우드와 안재빵에게 감사를!!  [필름이다] 아요. msn032.gif

한편 2017년엔 전설’의 후속작들이 줄줄이 개봉되었습니다. 러닝타임 140분의 <혹성탈출: 종의 전쟁>, 러닝타임 163분의 <블레이드 러너 2049>, 러닝타임 153분의 <스타워즈 : 라스트제다이>. 그리고 저도 다른 사람들처럼 기대와 우려 혹은 설레임과 두려움을 동시에 갖고 (개봉되자마자) 그 영화들을 보러 달려갔습니다. 결론적으로, 여러 가지 영화적 약점/단점에도 불구하고, 저는 좋았습니다. 영화 속의 시저와 루크는 전설적 존재라기보다는 오히려 세속적 존재더군요^^  그들은 종종 정념에 휩싸이고, 자주 공/사를 혼동하고, 늘 모순 속에서 괴로워하고 혼돈을 느끼며 방황합니다. 그렇게 고군분투하면서도, 아니 오히려 그런 고군분투때문에 그들은 우리에게 존재의 존재성을 강력히 환기시킵니다. 고통과 회의 때문에 가능한, 범접할 수 없는 삶의 위엄!! 그들은 그렇게 살았고 그렇게 퇴장했습니다. 처연하고 장엄하게.

하여, 굿바이 시저, 굿바이 루크,  땡큐. 그리고 굿바이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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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987

 

볼까, 말까. 뻔하지 않을까? 그래도 장준환 감독이잖아? 하지만 그도 데뷔작 이후엔 별루 아냐? 그래도 봐야 하는 거 아닐까? 아냐, 결국은 후일담을 못 벗어났을 거야. 도대체 영화 한편 보는데 이렇게 맘이 오락가락하다니.....이것도 과잉 자의식이 분명하죠?

그래도 보구 싶었나 봅니다. 결국 볼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었으니. 바로 오마니를 모시고 가는 거였습니다. 영화 <군함도>와 뮤지컬 <서편제>의 효도 관람은 완죤 실패했지만 혹시 이건 좋아하실지도 몰라..하면서요.

11. 동생들까지 불러 떡국 먹이고 다 몰아서 영화관으로 갔습니다. 어머니는 오랜만에 영화에 몰입하시더군요.(와, 성공!!)  중간중간 추임새가 너무 강하셔서 (혀를 차고, 한숨을 쉬고, 심지어 나쁜 놈들이라구 큰 소리로 말하심) 절 당황시키셨지만.^^  한열이와 동갑인 제 여동생은 - 그애는 만화동아리가 아니라 노래패를 했었더랬죠 - 영화 보는 내내 울더군요. 그 옆에서 그 10대 아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쿨쿨 잤구요. 엄마에 대한 반항을 확실히 몸으로 보여준거죠. ㅋ..   그렇게 삼대(三代)가 각자 자기의 1987을 봤습니다. 저는 어땠냐구요? 음...글쎄요.

영화는, 알겠더라구요., 감독이 정말 한땀 한땀 공들여 직조했다는 것을.  노래로 치면 윤도현이나 양희은 같았고, 야구로 치면 정직하고 힘있는 직구 같았습니다. 그것의 미덕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죠.  하지만 전 맘이 좀 복잡했습니다. 1987. 그 야만의 시대를 우리는 '진실'(영화에서는 바로 '진실'이라고 표현하죠)에의 용기로 통과해왔는데, 2017. 이 불안과 좌절의 시대를 우리는 무엇으로 뚫고 나갈 수 있을까? 과연 있을까? 있을까?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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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018

  

2018 무술년이 밝았습니다. 여러 카톡방에서 개들이 떼로 등장하는 새해인사가 분주하더군요. ㅋㅋ.. 우선 그간 [필름이다]를 사랑해주신 관객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저는 올해 잠시 [필름이다]를  쉰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하하, 놀라지 마세요. [필름이다]는 계속되니까요. 

돌이켜보면 [필름이다]를 시작할 때 저의 바람은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하나는, 영화를 통해 청년들을 꼬셔야쥐. 그들을 직원으로 고용해서 그들이 좋아하는 영화를 보고 찍으면서 돈도 벌수 있게 해줘야쥐. 또 하나는, 이미지-언어를 잘~~읽어내자. 영화를 통해서(도) 사유하자!  마지막으로 영화를 통해 파지사유에 새로운 사람들을 마구마구 불러모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지나고 보니 이 세 가지는  동시에 좇을 수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당분간 다른 곳(곧 출범하게 될 <청년길드>)에서 청년들 사업에 집중하려 합니다.

저와 다르게 청실장은 처음부터 '독립'과 '배급'에 꽂혀 있었습니다. 전혀 새로운 배급망의 생산. 영화 생산자와의 직거래. 하나의 영화를 감독과 관객이 함께 만들어가는 방법. 그것이야말로 <마을공유지 파지사유>와 <동네배급사 필름이다>가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여, 2018의 [필름이다]는 청실장이 파지사유 큐레이터들과 협력하여 격월로 1회 미/비개봉작을 상영하는 것을 목표로 운영하게 됩니다. 명실상부한 '독립'&'배급' 실험이지요. 

저는 청실장의 독립정신^^을 열렬히 응원합니다. 사장으로부터의 '독립'정신도 더불어 응원합니다. (드디어!!!)  여러분도 열렬히 성원해주실거죠? 우리 청실장에게 아낌없는 격려와 더 큰 채찍!!!을!!...msn019.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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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쑤 : 저는 한번쯤 프로그래머로 돌아오겠습니다. <한국중견감독의 데뷔작전> 혹은 (2017기획이었던) <구로사와 아키라전> 혹은 <1960년생 감독전> 뭐...대충...이런 종류의 기획을 가지고^^ 기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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