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경제아카데미




책_돈의인문학.jpg ...그렇다면 돈의 본질은 무엇인가? 독일의 사회학자 짐멜은 <돈의 철학>이라는 책에서 "추상적이고 보편타당한 매개형식"이라는 개념으로 그 핵심을 통찰했다....

  돈은 물질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미디어다. 개인과 세계를 묶어주는 사회 시스템이다. 근대사회 이후 그 작동의 범위가 급격하게 넓어지면서 돈의 힘이 점점 막강해졌다... 그런 점에서 돈은 인류가 만들어낸 매우 희한한 발명품이다. 그것은 외부세계에 있는 객관적인 제도이면서, 동시에 인간의 마음과 존재에 심층적으로 얽혀있는 에너지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돈이 우리의 삶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캐묻고자 한다....

  그러나 인문학에서 돈을 본격적으로 다룬 저술은 아직 미미한 실정이다... 돈과 삶의 관계를 분석하고 성찰하는 철학적 작업은 그다지 활발하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돈은 사람들에게 가장 공통적인 관심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토록 중대한 관심사인 돈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 돈은 지구를 하나로 엮어내는 거대한 시스템이지만, 동시에 가장 프라이버시가 중시되는 대상이다. 그래서 우리는 타인의 수입이나 재산상태를 함부로 물어보지 않는다....지갑은 화장실만큼이나 은밀한 공간이다...

  이렇듯 돈은 개인의 가장 깊은 곳에 감춰두는 문제다. 돈의 액수만 숨기는 것이 아니다. 돈에 대한 나의 느낌이나 욕망도 솔직하게 털어놓지 않는다. 그리고 돈이 자신의 삶과 마음에 어떤 모습으로 깃들어 있는지, 스스로에게도 명료하지 않다. 매스컴에서는 돈에 대한 정보가 쏟아지고 일상에서 돈 이야기를 많이 주고받지만, 돈과 삶의 관계를 성찰하는 언어는 익숙하지 않다. <돈의 인문학>은 그 공백을 겨냥한다. 돈에 대한 자신의 이미지를 대면하고 직시하는 것은 삶의 본질을 드러내는 지름길일 수 있다. 사랑 내지 섹스, 그리고 죽음과 함께 돈이 인문학의 핵심 주제가 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돈에 대한 경험과생각과 느낌을 꺼내놓고 비춰보면서 우리는 자아의 내밀한 세계를 포착할 수 있다....



지난 주 콩땅이 그랬습니다. "쌤, 점점 말이 바뀌는 것 같아요" ㅋㅋㅋ

그랬나요? 아마도!!

저한테도 이번 <마을경제아카데미>는 (그 형식과 관련하여) 도전이고 실험이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매주 생각이 많아지고 고민이 깊어집니다.


출발은 '글쓰기'였습니다.

지난해 마을경제워크숍과 마을교육워크숍을 경험하면서 전, 여전히 우리의 경험과 지식에 비해 우리의 전달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한테 부족한 것은 전달의 기술(글쓰기)이라고 생각했고 그것의  단련과 습득을 세미나의 책읽기와 결합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좀바르트와 베버와 짐멜을 읽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현장성이 강한 글쓰기훈련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죠. 고미숙샘와 김찬호샘의 책들을 길잡이 삼아보자고 제안했습니다.



한편, 이건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 최근에 저는 <무진장>을 통해  '돈'에 대해 새로운 질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무진장>의 경험은 그간 문탁에서 '마을경제'담론을 생산하기 위해 해왔던 공부들, 실제 실험들(작업방식, 임금, 활동비 논쟁)과 좀 달랐습니다.

<무진장>을 통해 저는 우리 대부분이 '4인가족경제공동체'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  '4인가족경제공동체'와 '문탁인문학공동체'는 결코 '돈'에 대한 공통개념을 형성하기 어렵다는 것을 깊이 알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이러저러한 사태(^^)를 겪으면서 '돈'이 사회과학의 분석대상이라기 보다는 심리학이나 정신분석의 대상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는 명료하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이 내신 글들을 읽었습니다.  원래는 여기에서 한, 두개를 선택해 다음 스텝 (예를 들어 칼럼쓰기)을 진행하려고 했던 것인데 막상 여러분의 글을 읽고 나니 맘이 매우 복잡해졌습니다. 우리는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다룰 수 있을까?  

돈과 관련된 나의 조건("나는 정말 돈이 있으니까 공동체 활동을 할 수 있는 걸까" / "남편의 유일한 불만은 내가 경제관념이 없다는 것이다" /"난 자식된 도리와 돈의 경계에서 흔들렸다."), 돈과 관련된 나의 감정("남과 비슷해지려는 욕구" / "나는 빚을 가장 싫어한다" /"아무 고민도 계획도 욕망도 없다" / "돈은 그 자체만으로 뿌듯한 만족감을 안겨준다. 일상에서 얻지 못했던 만족과 안도감을 대신해주는 역할" /"여자 친구가 돈이 없다고 할 때, 혹은 오늘은 돈을 좀 아껴야 한다고 말할 때면 기분이 좋지 않았진다"/ "돈에 대한 무관심과 무노력으로 일관하고 살아가고 있다." / "돈이 없을 경우의 공포를 미리 경험하는가"/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간이었으면 좋겠다는 욕망"/ "상속받을 게 아무것도 없는 친정을 둔 '내'가 조금은 초라하다" )을  함께 나누고 성찰하는 인문학적 언어는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을까?, 라는. 

한마디로 전 (문탁판) '돈의 인문학' (노하우)을 쓰려고 했던 것인데 고민은 말 그대로 (문탁판) '돈 인문학'(본질)이 되어버렸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여러분과 제가 쓴 낙서같은 글들을 출발로 삼을 수 밖에 없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만.... 함께 논의해봅시다. 



3.jpg  ...나는 '정치경제학'에 문외한이다. 정치경제학을 모르면 살아갈 수 없는 시대가 있었다. 1980년대가 그런 시대였다...정치가 바뀌고 경제가 달라지면 아주 다른 삶을 살게 될 거라고, 물론 많은 것이 달라졌다. 참 역설적이게도 가장 달라진 점은 이젠 정치와 경제를 모르고도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내가 '몸과 우주'라는 새로운 지도로 '정치경제학'을 만나게 된 연유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몸과 우주'라는 키워드로 새로운 길을 찾다 보니 '정치경제학'이라는 생생한 현장과 다시 조우하게 된 것이다. 몸과 우주, 그리고 정치경제학, 이들은 지금껏 정면으로 마주친 적이 없다. 솔직히 좀 떨린다. 하지만 금융자본의 버블이 꺼져 가는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성장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 '부드러운 몰락'의 기예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하지만 살아보니 그건 픽션이고 판타지였다. 의식주의 기본을 제외하고 돈으로 해결되는 일은 거의 없었다. 타인의 마음을 살 수도, 마음을 치유할 수도, 운명의 비전을 탐색할 수도 없었다. 돈으로 가능한 건 소비와 상품 뿐이었다. 그것이 길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는가. 이것이 "바보야, 문제는 돈이 아니라니까"를 제목으로 삼게 된 이유다.

  이 말의 청자는 나 자신이다. '문제는 경제야'라는 풍문에 휩싸여 엉뚱한 곳을 헴다가 이제야 비로소 길을 찾은 것이다. 적막 뒤에 오는 환희는 역시 짜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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