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인문학축제

파지사유에서 스몰웨딩을!


이번 축제 중 합성의 피로연 코너가 있다. 나는 그 코너 이름을 “파지사유에서 스몰웨딩”으로 하자고 계속 우겼다. (지금도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아무도 호응을 해주지 않는다. 이유는 ‘스몰웨딩’이 너~무 신선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제 그것은 전혀 소수적 양식이 아니라나 뭐라나... 친구들은 이것이 나의 오랜 드림이라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다. 쩝! 

‘드림’의 시작은 2012년이었다. 지원이가 제대를 했고, 문탁에서 공부를 하겠다고 발심을 했다. 나는 지원과 청년들이 ‘쪼그만 공연’을 넘어 뭔가 새로운  –공부도 하고 활동도 하고 돈도 버는- 일을 도모하기를 바랐다. 내가 제안한 것은 프로젝트 베이스의 청년네트워크. 아예 사업체를 차리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내가 강력하게 밀었던 프로젝트/사업이 바로 ‘웨딩 사업’이었다. 그 즈음 나는 몇 건의 결혼식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건 정말 이상하고 야릇한 경험이었다. 한편으로는 이제 청년세대들은 연애하기도 결혼하기도 힘들고, 막상 결혼했다고 하더라도 출산을 포기한다는, 청년=삼포세대라는 새로운 명명법이 막 등장하여 유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목격한 결혼식들은 대개 천편일률적이었고, 훨씬 더 형식적/전시적이었고, 돈은 꽤 많이 들어보였고, 대개는 전문가(웨딩 플래너)에게 의존하여 진행되고 있었다. 
“이건 너무 이상하잖아?" "이건 정말 아니야!"  "다른 ‘워너비 결혼식’이 필요해! " 그 때 내가 떠올린 개념이 ‘스몰웨딩’, ‘N개의 웨딩’ 같은 것들이었다. 둘 만이 치룰 수도 있고, 친구들 몇 명과 함께 할 수도 있고, 부모님을 모실 수도 있고, 풀밭에서 할 수도 있고, 주민쎈터를 빌려서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아무것도 안 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파티형식도 있고, 세미나형식도 있고, 연극형식도 가능할 것이다. N개의 웨딩이 N개의 가족으로 이어진다는 어떠한 논리적 연결성도 없지만, 나는 마치 꼭 그렇게 될 것처럼 혼자서 신났었고, 가족주의 타파의 사명감^^을 갖고서 그 사업을 강력히 밀었었다. 하지만 지원 등은 콧방귀. 결국 지원이 만든 것은 ‘러닝맨’을 하는 <해봄>이었고, ‘스몰웨딩’은 2015년 결혼한 원빈과 이나영이 가져가 버렸다. (아, 아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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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파지사유가 만들어졌다. 마을까페, 마을살롱 등 여러 컨셉을 전전하다가 마을공유지라는 컨셉으로 최종 낙착이 되었다. 모두가 맘에 들어했다. 문제는 용법의 발명! 청년들을 모이게 해야지. 이제 남성과 아저씨들도 공부하러 와야 해. 노인들도 교회나 노인정을 넘어서는 우정의 커뮤니티가 가능하지 않을까? 이런 일은 상상만으로도 기쁜 일이었다. 양생과 건강, 명상과 침묵 같은 새로운 활동도 시도되었다. 파지사유를 공연장으로 쓰자는 것은 기본옵션이었다. 설계와 인테리어에 처음부터 반영되었으니까. 
뿐만 아니라 난 그곳이 공동체의 생,로,병,사를 함께 겪는 곳, 그것을 위한 우리만의 의례가 새롭게 구성되고 시도되는 곳이어도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이미 우리는 겸서의 첫돌, 두 돌, 세 돌까지 함께 치워낸 경험이 있지 않는가? 나는 세월호 2주기 때의 2주간의 백팔배도 우리 식의 상례(喪禮)였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의 의미, 결혼에 대한 담론과 의례, 타자의 죽음을 애도하는 형식의 발명, 병과 회복에 대한 철학적 성찰, 만남과 헤어짐에 대한 성숙한 태도와 의식. 공동체란 무릇 이런 것들에 대한 문화를 만들고 이어가는 곳이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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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합성이 찾아왔다. 문탁에서 공부하다 또래들이 우글거리는 우동사로 이사를 했고, 덕분에(?) 합성은 남자친구가 생겼다. (내, 그럴 줄 알았었어!) 물론 우리도 문탁과 우동사를 부지런히 오가는 합성 덕분에 합성 남친 뿐 아니라 우동사 전체를 친구로 삼게 되었다. 그런 합성이 올 12월쯤 “결혼식은 아니지만”, 부모님끼리 상견례 한번, 우동사에서 친구들과 함께 인사 한번, 문탁에서 친구들과 함께 인사 한번. 그렇게 나름의 결혼식을 하겠다는 말을 했다. 그 순간 나는 “드디어 때가 왔다”는 것을, “파지사유에서 스몰웨딩을!”을 실현시킬 때가 왔다는 것을 직감했다. 으하하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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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이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축제의 한 코너로 넣어달라고 해야지. 합성의 친구들인 <길드다> 멤버들과 파지사유 큐레이터들이 함께 고민하다보면 멋지고 새로운 의례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난 마구마구 바람을 넣었다. 그리고 얼마 전 합성의 피로연을 위한 기획팀의 첫모임이 열렸다. 그리고 확인된 것은, 우리들의 생각이 가지가지라는 것. ㅋㅋ....나는 그것이 결혼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여겼지만 다른 친구는 피로연은 피로연답게, 축하와 덕담 위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양립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막상 모여 보니, 그 ‘새로운 의례’를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 지 우리의 아이디어가 참으로 빈곤하다는 사실이었다.  이러다가 정말 이도 저도 아닌 의례가 될까봐, 이제는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해보지 않으면 우리의 능력도 무능력도 확인할 수 없지 않을까? 

자, 어째든 축제 포스터는 찍혔다. 합성의 피로연은 열릴 것이다. 그러니 여러분!  모두 모두 새로운 의례에 관심을 갖고, 거들고 참견하고 아이디어를 좀 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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