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인문학축제

<축제통신4>김기택시인을 섭외하다

2018.11.22 00:49

새털 조회 수:295

20181121_김기택특강_포스터.jpg



내가 문탁 와서 처음 해보게 된 일들 가운데 하나가 '섭외'다.

문탁에서 하는 행사에 외부인사를 섭외하려면 시작부터가 쉽지 않다.

아......문탁을 뭐라 소개해야 하나....

아......행사의 취지를 뭐라 설명하나.....

아......어떤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이라 알려드려야하나....

그러다 보니, 나는 실패를 각오하고 말을 꺼내게 된다.

아마....잘 이해 못하겠지....그래도 할 수 없지 뭐....이렇게...


그러나, 강사샘들은 이런 섭외를 받는 데도 달인들인지라

대충 말하면 척! 하고 알아듣는다.

그래도 친분이 없는 사람에게, 그것도 '이름'만 아는 아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거나 메일쓰는 일은 멋쩍다.


나에게 가장 감동을 주었던 섭외는 송경동시인이다.

웹진100호 기념호를 내며 '거리의 정치'에 대한 칼럼 한 편 써주시라

청탁전화를 걸며 늘 그렇듯이 '안 될거야!'라는 확신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너무나 선선히 수락해주셨고 원고도 마감에 맞춰서 도착했다.

'거리의 시인'의 품격이 느껴졌던 순간이다. 

철학자 김상봉선생님의 답장도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인터뷰요청을 드렸는데, 본인은 일정상 어렵다며 전남대 철학과 대학원생들을

소개해주셔 광주로 내려가 무사히 인터뷰를 마쳤다.


거절을 하더라도 정중히 메일을 보내는 작가들도 기억에 남는다.

김선우시인과 김애란소설가인데, 참 글도 잘 쓰는 사람들답게

마음 상하지 않게 본인들의 상황을 잘 전달해주셔

'다음 기회를 기대해봅니다^^'라는 답메일을 보냈다.

그러고 보니, 이분들에게도 그 다음 기회가 실현되도록 연락해봐야겠다^^



KakaoTalk_20181121_185415659.jpg


지금까지의 인트로는 모두 이번 축제 특강에 오시는 김기택 시인을 소개하기 위한 '레토릭'이었다.

김기택시인은 문학한다는 사람들이 교과서로 생각하는 시인이다.

나도 그의 시를 교과서처럼 읽었다.

그리고 대학원에 갔을 때, 교과서의 저자가 학생으로 강의실에 앉아계셔 화들짝 놀랐다.

내 생각에 우리 학교 대학원에 김기택 시인에게 시를 가르칠 교수는 없는데,

그는 왜 학생으로 앉아 있는가? 뭐 이런 놀라움이었다.

그래서 놀랐고 신기했고 좋았다. 

물론 과제를 같이 하거나 밥을 같이 먹는 막역한 사이는 결코 될 수 없었다.

그저 나의 무수한 섭외리스트에서 언제나 김기택시인은 윗줄을 차지하고 있었다는 점만 밝혀둔다.


이번 축제를 준비하며 드디어 '카톡'을 보냈다.

뭐라 답장이 올까....혹은 묵묵부답이 아닐까 좌불안석이었는데

흔쾌히 오신다고 하셔 또 놀라고 신기했고 좋았다.


이런 나의 사적인 친분이 아니라 김기택의 시는 정말 좋다.

첫 시집 <태아의 잠>의 해제에서 김훈은 김기택의 시를 '저울대 위의 말과 삶'이라고 했다.

김기택의 시를 읽어본 사람은 김훈의 표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시어는 저울에 달은 듯 정확하다. 감정의 잉여 없이 똑떨어지는 그의 시를 읽고 있으며

뒤늦게 감정의 블랙홀에 빠져든다. 매일 출근하는 고행을 수행하였더니 '의자'가 되어버린 사무원,

운전이 몸에 베어서 운전기사가 졸아도 운전대와 바퀴가 자율주행하는 버스......

대패삼겹살로 구워먹는 돼지의 나이테에 대한 관찰에 이르면, 

나는 아무말이나 막 하고 사는 사람이구나 하는 부끄러운 자각을 하게 된다. 

그의 시는 너무 익숙해서 낯설고, 냉철해서 뜨거워지는, 미묘한 불일치가 있다.

그의 시에 대해 '침착한 명랑, 즐거운 우울'이라고 쓴 어느 평자의 표현을 듣고

나는 적확하다고 감탄했던 적이 있다.


이번 축제를 시로 물들이려는 것은 아니다.

시를 쓰자는 것도 아니다.

모처럼 시를 읽어보자는 권유는 해보고 싶다.

그리고 시인의 시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며

문탁생활의 9할을 차지하는 '글쓰기의 고통'에 대해

우리도 면역력을 길러보자는 것이 이번 특강을 기획한 솔직한 바람이다.

우리도 이제 글쓰기와 친해질 때가 되지 않았나...

뭐 궁금한 점, 잘 안 풀리는 점이 있으면 시인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책 보는 걸 아예 포기하고 책상에 엎드렸다

기다렸다는 듯 단내 나는 잠이 한꺼번에 밀려와

바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는 생각 하나가

잠 속에서 말똥말똥 눈을 뜨고 있었다


-김기택, <책 읽으며 졸기>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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