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인문학축제

결혼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습니다.

열흘 뒤 문탁 축제에서 혼인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예식을 열흘 앞둔 신부치고는 아주아주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청첩장 제작과 청첩장을 돌리기 위한 밥 약속 릴레이, 주례 섭외, 웨딩드레스와 반지 준비, 웨딩사진 촬영, 마사지 및 다이어트, 예식장 예약, 함께 살 집 마련 등 보통의 결혼에서 하는 것들을 거의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기 싫은 것, 혹은 불필요하게 느껴지는 것을 하지 않다보니 특별히 할게 없는 것 같은데, 그냥 이렇게 결혼식을 맞아도 되는 건가, 너무 성의가 없는건가 하는 찜찜함도 있습니다. 한 가지 하고 있는 것은 있습니다. 결혼을 하는 것은 무엇을 하는 것일까’ ‘관계가 어떻게 변하는 것일까생각하면서 동네 친구들과 이야기 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다보니, 역시 더욱더 결혼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계약이라는 관점에서의 결혼, 즉 상호 독점적 성관계(외부와는 배타적), 공동소유, 육아의 공동 책임, 서로의 부모에 대한 공동책임 등 강제하고 속박하는 결혼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럼 어떤 결혼을 하고 싶은가? 혹은 그럼에도 결혼을 하고 싶은가? 결혼은 관계의 변화이고 결혼식은 그것을 알리는 행사인데, 의례로서의 예식을 어떻게 하고 싶은가? 등 궁금한 것이 더 많아질 뿐입니다. 그렇지만 어쨌든, 결혼과 결혼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 결혼을 하게 된 과정, 문탁 축제에서 혼인식을 하게 된 연유를 되짚어보며, 나는 어떤 결혼과 혼인식을 하고 싶은가 좀더 생각해보았습니다.

  남자친구의 이름은 서정진, 고향은 양산, 1988년생입니다. (이 정도의 인적 정보는 알려드려야할것 같아서^^) 3년전 우동사에서 만나서 연인관계가 되었고 자연스럽게 같이 살게 되었습니다. 공동주거로 같은 집에서 생활한 것이 먼저이고, 연애를 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한 이불을 덮고 지내게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생활을 같이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가족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히 우동사 친구들과 가족처럼 지내고 있는 관계 속에서, 정진과 연인으로 지냈기 때문에 서로를 더 가족처럼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결혼을 통해 가족이 된다'라는 발상이 필요없게 되었습니다. 이미 일상을 같이 보내고 미래를 같이 고민하고 경제적인 부분 역시 (내돈 니돈 없이) 같이 해나가고 있는데 결혼식이라는 행사를 통해 결혼을 하는 과정이 필요할까?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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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이라는 것을 하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들의 제안 때문이었습니다. ‘어차피 그렇게 계속 같이 살 거라면 결혼을 해라’. ‘조카들이 정진을 삼촌으로 부르고 있는데 삼촌으로 계속 부르면 될지, 이모부로 부르는 게 좋을지 판단이 잘 안된다’, ‘아버지한테 친척들이 자꾸 물어오는데 공식적으로 알려야하지 않겠냐라는 이야기들이 있었습니다. 진선의 남자친구가 아니라 집안의 사위로, 조카들에게는 일반 호칭으로서의 삼촌이 아니라 이모부로 바뀌는, 우리 가족의 일원이 되는 과정이 있어야하지 않겠냐는 것이었습니다. 남자친구는 가족 예정자정도의 위치인 것 같습니다. 내년이면 마흔인 제 나이도 큰 이유 중에 하나이고요. 어쨌든 그런 가족들의 제안에 의해, 가족과 가까운 친척분들을 모시고 간소한 결혼식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서로의 가족이 된다는 신고식의 의미로. 결혼 혹은 결혼식이 불필요하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절대 하면 안될 이유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결혼식이라는 것을 하자라고 정하고 나니, 혈연가족만큼이나 가족처럼 가깝게 지내고 있는 이들에게도 알리고 싶었습니다. 2의 친정 같은 문탁분들께도 남자친구를 소개하고  지켜봐주십사 인사드리고 싶었습니다. 가족처럼 지내고 있는 우동사 친구들과 밥 한끼 먹으면서 우리 결혼하기로 했어라고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문탁샘께 전했고 그렇게 문탁 축제 속의 합성의 혼인식이 탄생했습니다.

처음에는, 요즘 문탁에서 공부하고 있지도 않은데 축제 프로그램에 들어가는 것이 문탁 분들에게 뜬금없지 않을까 조금 걱정스러웠습니다. 식사하고 인사 나누는 자리가 아니라 결혼으로써 한다는 것도 부담스러웠습니다. 뜬금없을까 하는 부분은 일단은 문탁샘에게 맡겼습니다. 영 무리라면, 다음에 다른 자리로써 하면 되겠지 하고. 결혼에 대한 부담은, 오히려 축제의 한 프로그램으로 한다면 축제의 즐거운 분위기에 어우러져갈 수 있겠구나, 좋은 기회다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고은이와 길드다 친구들, 둥글레가 적극적으로 자리를 기획하고 만들어주겠다고 하니 그 뜻과 마음에 묻어가면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결혼식의 주인공은 신랑과 신부지만, 신랑과 신부가 초대받아가는 느낌의 결혼식이랄까요. 좀 재미있습니다.


일반적인 결혼식은 신랑과 신부가 바쁜 시간 쪼개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경제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무리해서 치러내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용을 써서 치러내는 결혼식이 아니라, 친구들이 만들어주는 결혼식이라니 참 황송합니다. 어찌보면 이런 것이 더 자연스러운 것 같기도 하고요. 문탁에서 오래 공부하면서 그리고 우동사에서 3년째 살면서 사람들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우동사 친구들과의 관계가 있기에 남자친구와의 관계도 더 안정적인 느낌입니다. 결혼 역시 오롯한 두 사람 일이 아니라,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는 두 사람이 각자의 배경 위에서 새로운 관계로 나아가는 것이구나. 주변으로부터의 독립이 아니라 주변과 더 연결되는 것이고, 결혼식 역시 그런 것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자리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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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탁과 우동사의 만남이라고 느껴졌던 스즈카 스터디 투어사진입니다. )


결혼을 하기로 했어라는 말이 아직 어색합니다. '결혼을 하고 있는 중'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 것 같습니다. ’축하해라는 인사를 들으면 고맙긴 한데 결혼을 축하하는 것은 무엇을 축하하는 것일까궁금해집니다. 결혼을 계속 알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다만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앞으로도 지금까지처럼 가족 친지 친구 동료들의 지지와 보살핌 속에서, 두 사람이 서로를 알아가고 사랑하며 건강하게 꽃피워가고 싶다는 것입니다.

지켜봐주세요 ^^

 

Ps. 문탁 스몰웨딩 후에도 두 번의 결혼식을 예정하고 있어요. 결혼식을 안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세 번을 하게 되었네요. 내년 5월에 가족과 친지분들을 모시고 식사하는 자리가 있고, 역시 내년 5월에 갯벌이 아름다운 섬 볼음도에서 파티같은(사실은 엠티같은) 결혼식을 하려고 해요. 볼음도 결혼식 때도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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