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장편세미나

<금병매>3권 후기. 송혜련 너는 뭐니?

2017.11.13 11:12

코스모스 조회 수:177

송혜련, 너는 뭐니?

 

야한 책이라는 풍문을 듣고 시작한 장편 <금병매> 읽기다. 그런데 야한 것만 가지고서 중국의 고전으로 읽혀져 왔을 리는 없을 터라 우리는 매 편을 읽을 때마다 야한 것 말고 <금병매>가 가진 고귀한 가치를 찾으려 열일 중이다. 사실 2권까지는 그다지 야한 것도 없었다. 뭘 보고 야한 책이라는 건지 싶었다. 그러나 3권은 사뭇 질퍽하다. 아니 그들의 섹스놀이는 아주 흉하다. 돈 많고 정력 좋은 서문경과 그의 여인들은 계속 먹고 또 먹고 놀고 지치지도 않고 그짓을 한다.

 

3권을 읽으며 우리가 주목했던 인물은 송혜련이다. 송혜련은 서문경의 집에서 일을 보던 내왕의 처인데 어쩌다 서문경과 눈이 맞아 서문경의 여인이 된다. 서문경은 내왕은 멀리 쫓아보내고 송혜련과 놀아난다. 내왕이 돌아와 이 사실을 알고 불평을 하자 서문경은 내왕에게 되려 죄를 뒤집어 씌워 죽게 만든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은 송혜련이다. 송혜련은 남편인 내왕이 돌아오자 온갖 구박을 하고 쫓아버리고 싶어 했지만 내왕이 억울하게 죽자 깊은 슬픔에 빠져 자살하고 만다.

송혜련에게는 걸리적거리는 남편이라는 존재가 없어지면 서문경이랑 붙어먹기도 좋고 재물도 더 가질 수 있을 터인데 남편의 죽음을 그토록 애통해하는 이유는 뭘까?

사실 반금련이나 이병아도 남편이 있을 때 서문경과 내통하다 남편은 죽이거나 죽게 하고 서문경의 부인으로 들어앉아 아무 죄의식 없이 호의호식하고 있지 않은가. 더욱이 혜련은 서문경으로부터 얻어낸 재물을 뽐내고 서문경의 부인들과 어울리며 작은 발로 금련을 조롱하기까지 하면서 서문경과의 은밀한 관계를 즐겼는데 말이다.

우리는 <금병매>의 다른 인물들과는 전혀 다른 감정선을 보여주는 혜련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었으나 혜련의 슬픔과 자살에 대해 속시원한 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우리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그저 우리가 이해하기 힘든 어떤 감각이 있었을 것이라는 정도.

 

사실 텍스트의 많은 부분에서 우리는 감각의 차이에 부딪힌다. 우리는 <금병매>의 이야기 속에서 등장인물들이 나누는 이야기의 웃음 코드나 모욕을 느끼는 어떤 말들이 전혀 공감되지 않을 때가 많다. 왜 웃긴지, 왜 기분 나쁜 건지 그리고 송혜련이 왜 슬퍼하며 죽음 선택했는지. 모든 텍스트는 시대적이고 역사적인 것일 수밖에 없지만 소설이나 희곡은 특히 그러한 것 같다.  10권까지 모두 읽으면 그래도 지금보다는 조금은 더 그들과 공감할 수 있을까.

 

<금병매>의 배경이 되는 시대는 북송의 휘종치하다. 작자는 당시를 돈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고 탐관오리가 들끓는 세상이라 말한다. 그리고 서문경을 통해 돈으로 뭐든 되는 세상을 보여준다. 서문경은 돈으로 벼슬을 얻고 여자를 얻고 세상을 얻는다. 주변에는 그의 돈에 붙어 사는 인간들이 우글댄다. 아직까지 서문경은 위세 등등하지만 돈 때문에 엮인 인연은 돈이 궁해지면 금세 돌아설 게 뻔하다. 우리가 벌써부터 서문경이 출세가도의 정점을 찍은 후 어떻게 추락할까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다음 세미나부터는 12월 학술제 준비를 위해 2권씩 읽습니다.

그니까 4,5권을 읽고 옵니다. 발제는 세콰이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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