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공방

내공프로젝트 <고전공방>은 근대의 외부를 탐사하기 위해 동아시아 사유의 정수를 공부하는 장입니다.

<曰可曰否논어>7회-효, 어기지 않는 것

2018.04.16 09:19

여울아 조회 수:30

●  <曰可曰否논어>는 '미친 암송단'이 필진으로 연재하는 글쓰기 입니다.


孟懿子問孝, 子曰, 無違,

樊遲御. 子告之曰, 孟孫問孝於我. 我對曰, 無違.

樊遲曰, 何謂也. 子曰, 生事之以禮 死葬之以禮, 祭之以禮.


맹의자가 효에 대해 묻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어긋남이 없는 것이다.”

번지가 수레를 몰고 있을  공자께서 그에게  일을 말씀하셨다.

맹손씨가 나에게 효에 대해 묻기에 ‘어긋남이 없는 것이다라고 대답하였다.”

번지가 여쭈었다. “무슨 뜻으로 말씀하신 것입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부모가 살아 계실 때는 예로써 섬기고,

돌아가신 후에는 예법에 따라 예법에 따라 장례를 치르고 제사를 지내라는 것이다.(위정 5) 

                                                                                                                                   


          내가 어릴  가장 많이 들었던 잔소리 “부모님 말씀  들어라!”

          제사를  년에 스무  가량 지내던 우리집은 집안 어른들의 만남의 장소였다. 친척들은 집안의 맏딸인 내가 동생들을 건사하고 부모님을  봉양해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나는 매번 같은 레퍼토리를 십대 때부터 듣다 보니 어른들의 잔소리가 아주 징글징글했다. 그래서 내가   있는  가장 멀리 가족으로부터 도망쳤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내 머리카락이 히끗해지고 나니, ‘()’ 다시 묻게 된다. 왜냐하면 말로만 듣던 부양의 문제가 나의 현실이 되었기 때문이다.


                                                          제사상.jpg                    

 

노나라 대부 맹의자도 아버지 임종을 앞두고 공자를 찾아와 물었다. “효도란 무엇입니까?” 당시 노나라는 맹손, 숙손, 계손씨의  대부가 군주보다   권력을  쥐고 있었다. 그렇게  나가는 집안 맏아들 맹의자가 공자를  찾아왔을까? 그의 아버지 맹희자가 유언으로 아들 맹의자에게 “공자를 스승으로 모시고 예를 배우라.” 당부했기 때문이다. 맹위를 떨치던 삼환(三桓)  하나였던 맹희자가  공자를 언급하고 심지어 아들이 제자가 되기를 바랐을까? 이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지만, 어쨌든 당시 공자는 천하 주유를 시작하기 ,  젊은 나이임에도 세도가들이 찾아와 예법을 배우고자 청할 정도로 유명했다.

 

잔뜩 기대하고 찾아온 맹의자가 공자로부터 얻은 답변은 간단하다. “무위(無違), 어기지 말라.” 아마도 나처럼 부모님 말씀을 어기지 말라는 말을 귀에 딱지 앉게 들었을 맹의자는 공자의 말에 별다른 감흥을 받지 않은  같다. 이후로 맹의자가 공자의 제자가 되었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 이어진 장면에서 번지가 말을 몰고 있다. 제자 번지는 공자보다 35 어린 제자라고 알려진 인물이다. 제자들의 생몰연대가 정확하지는 않지만, 훌쩍 세월이 흐른 어느  공자는 제자 번지를 위해 맹의자와의 문답을 가져와 그에게 효에 관한 배움의 장을 열어준다. 공자의 예상대로 아니나 다를까 번지는 무위가 무엇인지를 묻는다.

 

공자는 번지에게 친절히 무위를 풀어준다. 무위란 부모가 살아계실 때는  모시고, 돌아가시면 장례를 치르고 제사 지내는 , 이것이 바로 효도라고 설명한다. 공자는 어린 제자에게 효도란 부모 살아계실 때뿐만 아니라 돌아가신 후에도 예법이 있다는 것을 깨우치려 했던  같다. 왜냐하면 이어지는 6, 7, 8장에서는 각기 다른 인물들이 효에 관해 묻지만 공자는 그들 상황에 맞게 부모 살아 생전에 어떻게 마음을 다해 효를 실천할 것인지에 주목한다. 그렇다면 처음 맹무백과의 대화에서 시작된 무위라는 말을 다시 검토해봐야 하지 않을까? 왜나하면 맹의자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무위할 대상이 없지 않은가? 도대체 무위,  무엇을 어기지 말라는 의미일까?


                                                                효.jpg                                                                                       

 아버지 임종을 앞둔 아들이 앞으로 어기지 말아야  것은 ‘아버지의 이다. 리인편 20장에는 “아버지의 도를 3년간 고치지 말라(三年無改於父之道)” 문장이 나온다. 효도는 부모의 눈앞에서만 알짱거리는 겉치레가 아니라 영영 부모를  수도 없고 목소리를 들을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지만 최소한 3 동안은 돌아가신 분의 일처리 방식이나 생활양식을 함부로 바꾸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따라야  아버지의 도는 무엇일까?


여기서 아버지의 도는 () 실천하는 군자의 도를 의미하는  같다. 학이편 2장에서 유자는 말한다. 효제(孝悌) 좋아하면서 윗사람 해치기를 좋아하고, 질서를 어지럽히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군자는 근본에 힘쓰니, 근본이 확립되면 도가 생겨나고, 이것이 인을 실천하는 방법이다. 여기서 효도와 공경은 인간관계의 근본이 되고, 나아가 나라의 근간이 된다는 공자의 사상을  대변하고 있다. 이것을 공자는 ‘무위라는  마디 말로써 ‘예법에 맞는 삶을 살라.’ 일침을 놓고 있다. 맹의자뿐 아니라 당대 세도가들은 마치 천자라도 되는 , 자신의 집안에서 천자의 예법을 침범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러니 공자가  발로 찾아온 맹의자를 그냥 돌려 보냈을리 없다. 맹의자는 무위가 ‘어버이의 도를 어기지 말라 더불어 ‘군주를 해치지() 말라 이중적 메시지를 담고 있음을 알아챘을 것이다.  


이건 조금 여담인데, 아무래도 맹의자가 효에 대해 물었을  공자는 ‘무위라고 단답형으로 대답했을  같지 않다. 왜냐하면 이후 그의 아들 맹무백이 <논어>   나오는데,  번은 자기 아버지처럼 똑같이 효를 묻고, 다음에는 공자의 제자들   사람씩 ()한지를 묻는다. 비록 맹의자가 공자의 뜻을 받들지는 않았지만,  번이든 아니면  다른 자리에서든 효제가 인의 근본이라는 공자의 사상을 접했던  같다. 그런  맹의자가 그의 아들에게 효와 인의 관계를 기능적으로 전달하지 않았을까? 가령 사람을 뽑아 쓰려거든 그가 인한지를 보아야 한다는 식으로 말이다.


                                                                        불원유.jpg


나에게 효도란 부모님 말씀을  듣는 것이라고 말했던 어른들의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공자는 무위 부모의 안위에 촛점을 맞췄던 것은 틀림 없다. 특히 생전에는 마음을 다해서 봉양하고 부모의 뜻을 거스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효도는 부모님 살아계실 때만  해드리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돌아가신 후에도 부모님의 도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다른 자기의 길을 만들어 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무위,  어기지 않으려면 부모와 사회의 명령으로부터 꼼짝 않고 꼭두각시처럼 살아서는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자기 부모든 최고의 성인(聖人)이든  삶을 대신 살아   없다. 그래서 무위는 오히려 자기 본성대로, 본성을 거스르지 않고 사는 것에 가깝지 않을까. '무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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