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공방

내공프로젝트 <고전공방>은 근대의 외부를 탐사하기 위해 동아시아 사유의 정수를 공부하는 장입니다.

<曰可曰否논어> 효도, 공경은 어떻게?

2018.05.14 06:43

인디언 조회 수:222

●  <曰可曰否논어>는 '미친 암송단'이 필진으로 연재하는 글쓰기 입니다.








爲政-7

子游 問孝 子曰 今之孝者 是謂能養 至於犬馬 皆能有養 不敬 何以別乎


자유가 효를 묻자 공자가 말했다. 요즘은 봉양만 잘하면 효도한다고들 하는 것 같다.

하지만 개나 말도 다들 먹이기는 하지 않는가. 공경하지 않는다면 무엇이 다르겠는가?







     아버지 돌아가신 후 거의 매주 엄마를 보러 간다. 갈 때마다 뭔가 먹을거리를 준비해가는 것이 내가 하는 일 중 하나. 엄마가 잘 드실만한 것을 챙겨서 가능하면 식구들 모아 엄마와 함께 식사를 한다. 식사 준비를 하면서 어질러져 있는 주방을 치우고 시간이 되면 엄마랑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일주일에 하루 이렇게 엄마 챙기는 것과 한 달에 한두 번 엄마를 모시고 병원에 가거나 짧은 여행을 가는 것. 그리고 이삼일에 한번 안부 전화. 내가 엄마를 챙기는 이런 것들은 봉양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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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집에는 나이 든 반려견이 있다. 매일 밥과 물을 챙기고 바깥 나들이를 시키고, 밖에 나갔다 오면 진드기가 붙어있지 않은지 꼼꼼히 살핀다. 한 달에 두어 번 목욕을 시켜주고, 두어 달에 한번 털을 깎아준다. 외출하고 돌아오면 눈 맞추고 예뻐해 주고 함께 놀아주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다리를 약간 저는 듯하고 잘 먹지도 않고 누워있기만 해서 걱정이 되어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도 찍어봤다. 특별히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나이 들어 고관절이 안좋은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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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경(敬)이 없다면 부모를 봉양하는 것이 강아지를 기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공자님 말씀을 읽으니 나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새삼 생각해보게 된다. 봉양(養)과 공경(敬)의 차이. 공경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공경하는 마음은 어떻게 드러날까?
  어머니에게 남달랐던 효자 남편에게 물어봤다. 어머니를 공경했어? 공경했지. 어떻게 했어? 어머니 뜻대로 하려고 애썼지. 그게 공경이야? 어머니 마음을 헤아려서 그것을 받들어 모시는 것이 공경아닐까? 그래서 항상 어떻게 하면 어머니가 기뻐하실까 생각했지. 마음을 헤아려 그 마음을 받들어 기쁘게 한다?


  나는 엄마의 음식을 어떤 마음으로 준비하는가. 엄마의 주방을 치우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가. 걷는 것이 불편한 엄마를 병원에 모시고 다니면서 어떤 마음이 일어나는가. 생각해본다. 그것이 그저 봉양인지 혹은 공경인지.

  엄마의 주방은 지저분하다. 씻어놓은 그릇에 고춧가루가 남아있기도 하고 냄비도 이것저것 음식이 조금씩 담긴 채 어질러져 있고, 양념들은 뭐가 뭔지 모르겠고, 냉장고에는 썩어가는 음식재료가 섞여 있다. 일단 짜증이 난다. 왜 엄마는 주방을 이렇게 둘까. 치우면서 드는 생각. 몇 십 년을 해 오던 집안 일이니 이제는 하기 싫기도 하겠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드는 생각. 이제 그릇에 묻은 고춧가루가 안 보이시는구나. 냉장고에 무얼 넣어두었는지 기억하지 못하시는구나. 그래, 우리 엄마도 노인이지. 부모의 나이는 잊으면 안된다고 했는데. 
  엄마는 병원도 혼자 잘 다니셨다. 그런데 작년부터 병원에 같이 가자고 나를 부르신다. 처음에는 그냥 힘들고 짜증이 나서 그러시는 줄 알았다. 알고 보니 조금만 걸어도 허리가 아프고 심하면 다리에 쥐가 나서 혼자 대중교통으로 병원 다니기가 겁이 나서 그런 것이었다. 나보다 걸음이 더 빨라 늘 앞장서서 걸어다니던 엄마였는데. 워낙 몸도 정신도 건강했던 엄마가 자신이 이런 상황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아마 내가 엄마를 노인으로 인정하는 것보다 더 어려울 것이다.


  지저분한 주방을 소리 없이 치우고, 옛날 이야기를 하고 또 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도 싫어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끝까지 들어주고, 걷는게 힘들 때 보행보조기를 사주는 대신 내 팔 내밀어 주고 천천히 엄마 걸음에 맞추어 함께 걸어가면 그것이 공경일까? 주방을 치우며 혹여라도 잔소리를 할라치면 제발 주방 치우지 말고 그대로 두라고 하는 엄마, 보행보조기 사주겠다는 걸 기어코 싫다는 엄마, 이런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면 그것이 공경하는 마음일까? 인간이라면 당연히 해야할 의무감, 그것 이상일까?

  난 엄마를 한 인간으로 존경해왔다. 그런데 이제는 존경심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더 크다. 엄마는 자신의 인생을 잘 살아왔는데, 여전히 잘 살고 있는데 왜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일까. 엄마의 삶을 이해하고 인정하고 여전히 존경하는 그 마음으로 엄마를 대하면 그것이 공경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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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엄마와 딸은 너무 가까운 사이다. 그래서 잔소리를 해도, 싫은 소리를 해도 그게 잘못하는 거라는 생각이 별로 안든다. 마음 깊은 곳에는 사랑하고 믿는 마음이 있으니까. 그렇다면 그것은 공경이 아닌가? 아마 장자라면 당연히 그것도 괜찮다고 했을 것이다. 장자는 장터에서 남의 발을 밟으면 실수를 정중히 사과해야 하지만 어버이의 발을 밟으면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으니까.(『장자』경상초)

그러나, 공자는 달랐다. 공자님은 안자를 사람을 사귀는데 훌륭하다고 평하면서 오래 사귀어도 공경할 줄 알기 때문이라고 하였다.(공야장 16) 사람 사이는 오래되면 가까워져서 그만큼 공경하는 관계를 유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가장 가까운  부모 자식 간은 더더욱 공경하는 마음을 갖기가 어려울 것이니 공경을 이렇게 강조한 것이 아닐까?

  아, 효도는 정말 어렵다. 그래서 효를 모든 것의 시작으로 보았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마음을 다하는 효도. 그 마음이면 천하도 다스릴 수 있다. 효도 잘 해서 군주가 된 순임금이 이제 정말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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