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공방

내공프로젝트 <고전공방>은 근대의 외부를 탐사하기 위해 동아시아 사유의 정수를 공부하는 장입니다.



<어리바리 주역>은 고전공방 학인들의 주역 괘글쓰기 연재물의 제목입니다.

    말 그대로 어리바리한 학인들이 어리바리한 내용으로 글쓰기를 합니다. 형식도 내용도 문체도 제 각각인 채 말입니다.

    하지만 압니까? 언젠가는 <주역>, 그 심오한 우주의 비의, 그 단 한 자락이라도 훔칠 수 있을지^^ 


친구 따라밀양 가기

 

   요즘 매주 금요일에 스피노자 세미나팀의 고수다가 열린다. 에세이와는 달리 하나의 키워드로 실제 경험이나 예를 들어 설명해주니 어렵기만 했던 스피노자가 좀 친근해지려고 한다. 지난번에는 밥당번과 공동체에 대한 발표 이후 활발한 토론이 있었다. 그 중 난 문탁샘의 말씀에 귀가 번쩍 뜨였다. “선물의 노래에 이름을 적는 것은 따라하게 하려는 것이다. 따라함을 통해 공동체는 구성된다.” 이번에 내가 써야할 택뢰수(澤雷隨)의 따라함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때를 알아야 따르지

 

   수()주역의 주제어라고 할 수 있는 수시변역(隨時變易)의 수와 같은 한자로 따르다의 뜻을 가진다. 서괘전의 순서에 의하면 수괘는 예괘 다음에 자리한다. 많이 가졌는데도(大有) 겸손하니() 즐거운데(), 즐거움이 있는 곳에서는 사람들이 기쁘게 따르기 때문이다. 언뜻 태평성대한 세상에서 기쁘게 사는 사람들이 연상된다. 괘상을 보면 연못 아래에 우레가 있다. 우레가 즐거움에 요동치니 연못이 따라서 기쁘게 화답하는 모양이다. 이것을 다른 괘의 강()이 와서 유()를 따르기 때문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즉 양이 와서 음에게 낮추니 음이 좋아하여 따른다는 것이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낮추고, 귀한 사람이 천한 사람에게 낮추면 사람들은 당연히 기뻐하며 따르게 된다 

 隨 元亨 利貞 无咎. ()는 크게 형통하니 정()함이 이롭다. 허물이 없으리라.

 

   수의 시대는 기뻐하며 따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크게 형통하다. 그런데 기쁘고 즐겁다고 해서 무조건 따라도 좋다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여기에는 조건이 붙는다. 따르는 것이 모두 바른 도=이치에 합당해야 할 것. 바른 도이기 때문에 천하가 기뻐하며 따르는 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치에 맞는 바른 때가 과연 언제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며, 그 때에 맞게 따라야 한다.

   그렇다면 바른 때라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역시 공부가 답이다. 군자는 낮에 힘써 공부하다가 밤에는 쉰다.(우린 낮에 세미나하고 일하고, 밤에 공부하고 글 쓰느라 끙끙댄다. 군자되긴 애당초 틀렸다^^) 이것은 군자가 천지운행의 자연스러운 변화에 맞추어 그 때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때를 따른다는 것은 단순히 낮과 밤, 계절의 변화 등에 맞추어 산다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시시각각 변화하는 때에 어떻게 마땅히 잘 판단하여 가장 최선의 선택을 내리는가에 있다. 그리고 그 때마다 기미를 잘 살펴서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하며, 이것은 중용을 잘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용은 군자가 추구해야할 덕목이며, 그 첫걸음은 격물치지의 수신부터라고 할 수 있겠다.

    

                                                                            레밍 (2).jpg       

 


따라쟁이의 사는 법


   수의 초구는 남을 따르기 쉽고 움직여서 바꾸기가 쉬운 때이다. 변하여야 할 때인데도 무조건 자신의 것만 주장하고 지켜서 변하지 않는 것은 때를 따르는 뜻이 아니다. 그런데 자신이 주장하여 지키던 것을 바꿀 때는 바른 도를 따라야 한다. 평소 가지고 있던 자신의 가치관과 생각이 사사로운 욕망에 따르는 것이었다면, 여기에서 벗어나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 이것을 초구에서는 문을 나가 사귀면 공이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이는 편벽된 자신의 가치관, 사적인 관계를 떠나서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이 평소에 고수하던 것들, 주장, 사람들과의 관계 등, 그런 것들을 바꿀 때 방향설정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의 문제일 것이다. 이것은 자신이 어떤 삶을 살려는가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직장생활 경험이 짧다. 다니다 말다 한 것을 합쳐봤자 3년도 되지 않는다. 결혼 이후에는 몇 명의 친구 외에 만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과의 만남과 관계 맺기,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하는 방법 등에 서투르다. 문탁에 온 이후에야 나는 이런 것들과 새롭게 마주치고 배워나가는 중이다. 나에게 초구에서 말하는 문밖은 문탁이었다.

   보통 문탁에 처음 올 때는 공부하러 온다. 나 또한 공부로 접속했다. 그러나 딱히 책읽기를 아주 좋아하지도 않았고 그저 배운 일본어나 좀 해볼까 하는 마음에 왔지 공부에 대한 욕망은 전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좀 지나면서부터는 문탁에서 계속 공부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했다. 그런 시간 속에 자의반 타의반 이런저런 활동을 하다보니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사람들이 하는 공부와 일들과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과 다른 사람들과 관계 맺는 것을 보면서 생각했다. 난 책이 아니라 먼저 저 사람들에게 배워야겠구나. 그 때부터 내 공부는 그 사람들을 따라하기였다. 어려운 공부도 같이 하는 친구들 따라 기운내서 하게 되고, 월든의 활동에서도 친구들 덕분에 배우는 것이 정말 많다.

    

                밀양.jpg

 

   지난여름 밀양을 다녀온 것도 친구들 따라하기였다. 물론 작년에도 밀양을 갔었다. 그러나 그 때는 친구 따라 강남 가듯이 문탁의 중요한 행사니까 그저 따라갔을 뿐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좀 달랐다. 밀양 가기 전, 친구들 따라 회의도 하고, 공부도 하고, 이것저것 준비도 하고. 따라하면서 배우는 것이 참 많았다. 다녀와서는 더 많은 고민이 생겼지만 그것도 앞으로 친구들 따라하면서 해결해보려 한다. 만약 요즘 내가 주역점을 친다면 수괘의 초구효를 뽑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남을 따르면서 나를 바꿔나가는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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