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공방

내공프로젝트 <고전공방>은 근대의 외부를 탐사하기 위해 동아시아 사유의 정수를 공부하는 장입니다.

<어리바리주역>20회 바람의 눈으로 - 풍지관괘

2018.10.11 17:44

담쟁이 조회 수:48

<어리바리 주역>은 고전공방 학인들의 주역 괘 글쓰기 연재물의 제목입니다.

그대로 어리바리한 학인들이 어리바리한 내용으로 글쓰기를 합니다형식도 내용도 문체도 제 각각인 채 말입니다.

하지만 압니까언젠가는 <주역>, 그 심오한 우주의 비의그 단 한 자락이라도 훔칠 수 있을지^^



바람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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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프로그램에서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10명의 사람들에게 몇 개의 장면들과 상황을 똑같이 보여준 다음 몇 분 후 각 자 자신이 본 것들에 대해 말하게 했다. 짧고 단순한 장면들이었고 실험하는 시간도 길지 않아 나는 모두는 아니더라도 반 이상은 같은 답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외의 결과가 나왔다. 10명 중 단 한 사람도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험의 결과로 보자면 우리가 감각기관인 눈으로 보는 것은 정확하게 본다고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인간은 시각을 통해 본 것들을 다시 자기만의 인식 방법으로 재저장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그래서 눈으로도 보지 못하는 것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어떤 마음으로 보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 주는 실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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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바람은 바라봄

주역의 64괘중 관괘는 바로 본다는 것에 관한 것이다. 우리가 만나는 세상과 운명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관괘의 상괘는 손()은 바람을 그리고 하괘인 곤()은 땅을 의미한다. 땅이 아래에 있고 바람이 위에 있으니 이는 땅위를 쓸고 지나가는 바람의 모습이다. 관괘의 주제가 본다는 것인데 왜 땅 위의 바람을 말하고 있을까. 관괘의 바람은 높은 곳에서 시작되어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오며 온 세상 어디든 가지 못하고 미치지 못하는 곳이 없는 바람이다. 아무리 높은 산도, 커다란 숲 속도, 작은 구멍 틈새까지 바람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세상의 온 구석구석을 닿는 바람의 눈처럼 잘 본다는 것은 잘 관찰한다는 것이다. 세상과 운명을 바라보는 일도 그러해야 한다. 그래서 바람은 곧 바라봄이다.

 

관괘의 괘사에서는 먼저 우리가 남에게 어떻게 보여져야 하는가를 말하고 있다.

제사를 드릴 때 손을 깨끗이 씻고 난 후에 제물을 올리는 것과 같은 정성으로 임한다면 사람들은 신뢰하고 존경할 것이다.”

제사를 시작하기 전 손을 씻는 의식은 정성스럽고 경건한 마음을 새기는 행위이다. 제사의 시작은 바로 이 경건한 마음을 놓치지 않게 다잡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처럼 인생에 있어서도 모든 일에 초심을 잃지 않고 실천하는 일관된 삶의 모습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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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세상을 바라보는 세 가지 눈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관괘의 효사를 통해 알아보자. 관괘의 효사는 네 개의 음효들과 두 개의 양효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네 개의 음효가 두 개의 양효 즉 군주인 구오와 상구를 밑에서 받들며 우러러보고 있다.

아래 세 개의 효사에서는 세상을 바라보는 세 가지 눈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첫째.어린아이의 눈(初六)이다. 이것은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어린아이의 눈이 아니라 아직 세상의 이치를 알지 못하는 미성숙의 눈이다. 이는 나이의 적고 많음과는 상관없으며 오히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깨닫지 못하는 철부지 아이같은 소인배이다. 소견이 좁은 소인배에게는 별 문제가 없지만 군자로서는 부끄러운 일이다.

둘째 문틈으로 엿보는 여인의 눈(六二)이다. 옛날 여자들은 집안일을 전담하며 바깥 사회 활동은 남자들에게만 허락되었기 때문에 여자들의 삶은 대문 안에 갇힌 삶이었다. 그래서 여자들은 어쩔 수 없이 세상을 문틈으로 엿 볼 수밖에 없었다. 엿본다는 것은 그 범위가 지극히 제한적이므로 정확한 판단과 주관을 갖기가 힘들다. 그러나 좁은 문 틈사이로 본 것을 마치 전체를 본 것처럼 말하고 제멋대로 판단한다면 이 역시 군자다운 모습이라 할 수 없다.

세 번째 나를 돌아보는 군자의 눈(六三)이다. 세상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 제일 먼저 봐야 할 것은 바로 나이다. 어린아이처럼 핵심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엿보는 여인처럼 불충분하게 세상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밖으로만 향하는 시선을 거두어 안으로 자신을 냉철히 성찰하고 올바른 삶의 도리에 맞는지를 점검해야만 한다.

 

3. 무엇을 볼 것인가.

아래 세 개의 효사가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말한 것이라면 위에 있는 나머지 세 개의 효사는 내가 세상에서 봐야 할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나는 나의 바깥 세계에 있는 세계를 보는 것((六四)이다. 관괘에서는 이것을 나라의 빛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군자의 식견과 덕망이 온 세상에 미치고 있음을 바라보는 것이다.

또 하나는 나에게서 나오는 것을 보는 것(九五), 즉 자기를 돌아보는 것이다. 삶에서 어려운 일에 부딪칠 때 그 원인을 남에게 돌리지 않고 자기 성찰의 기회로 삼아 자신을 먼저 되돌아본다. 이러한 자기 성찰의 정신은 군자가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중 하나이다. 군자는 윗사람으로서 아랫사람을 담는 그릇과도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자역시 제대로 자기를 되돌아보기 위해서는 아랫사람이라는 거울이 반드시 필요하다. 자신을 밑에서 받쳐주고 잇는 네 개의 음효들(아랫사람)을 거울로 삼아 자신이 군자다운 면모를 가지고 있는지 소인배에 지나지 않는지를 성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역은 미리 정해진 운명을 보여주거나 미래를 알려주는 예언서가 아니다. 주역은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이라는 거친 항해길 에서의 나침판이다. 주역은 순풍과 역풍의 반복 속에서도 방향을 잃거나 포기하지 않고 운명에 대처하는 법을 알려준다.

역풍으로 한발자국도 떼기 힘들 때 주저앉지 말고 견디는 지혜를, 순풍이 불어도 내가 닻을 올리고 조절하지 않는다면 배는 저절로 나아가지 않는다는 진리를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순풍은 언제든 역풍으로, 역풍은 언제든지 순풍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 역시 잊지 않아야 한다는 것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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