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공방

내공프로젝트 <고전공방>은 근대의 외부를 탐사하기 위해 동아시아 사유의 정수를 공부하는 장입니다.



子路曰 不仕無義 長幼之節 不可廢也 君臣之義 如之何其廢之 欲潔其身而亂大倫 君子之仕也 行其義也 道之不行 已知之矣
자로가 말하였다. “벼슬을 하지 않음은 의(義)가 아니다. 장유의 예절을 폐할 수 없거니, 어찌 군신의 의를 폐할 수 있을까. 제 한 몸 깨끗할 요량으로 대륜을 어지럽히는 일이로다. 군자가 벼슬을 하는 것은 그 의를 행하는 것이니, 도가 행하지 못해지지 못하는 것은 이미 알 것이니라.” (「미자,7」 중)









1.JPG


  요즘 갑작스레 입소문을 타고 상승세를 타고 있는 케이블TV 프로그램이 있다. 산 속에서 홀로 살고 있는 사람들을 취재한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이다. 사회에서 매일 같이 분노할 일이 생기기 때문일까? 세속에서 벗어나 자연을 더불어 살고 있는 사람들이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공자가 살던 시대에도 은둔하는 지식인이 많았다고 한다. 특히 초나라에 많았다는데, 그래서인지 『논어』에서 공자가 은자(隱者)를 만난 에피소드는 모두 주유하던 중, 초나라 근처가 배경이다.



1.png

  초나라에서 제나라로 돌아가던 적에 자로는 어째서인지 공자 무리에게서 떨어져 뒤쫓아 가게 되었다. 그러다가 지팡이를 짚고 삼태기를 어깨에 걸친 노인을 만났다. 노인에게 공자를 보았느냐 물었더니만 공자에 대한 비판을 쏟아낸다. 역시 초나라 근처엔 범상치 않은 인물이 많다.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고 곡식을 분별하지도 못하는데 누구를 선생님라고 하는 겁니까?” 어쩐지 이 노인의 예리한 이 지적은 사회생활에 치여서 자신의 몸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는, 작물을 직접 기르지는 못하고 먹기만 잘 하는 우리를 향하는 듯하다. 노인의 말마따나 사회에 생활하는 것 보단 자신의 몸을 챙기고 흙을 만지며 숨어사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자로는 뼛속까지 공자의 제자이다. 그는 노인의 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했을까? 자로는 비록 노인을 알아보아 공손히 인사했지만 그와 같은 삶을 살지는 않을 듯이 보인다. 물론 자로도 의(義)를 지키며 사는 삶은 결코 쉽지 않다. 온갖 질서가 흐트러지던 때인 춘추시대 한복판에 살았으니 더 말하여 무엇하랴. 어쩌면 이 노인과 같이 은둔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도가 행해지지 못하는 것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벼슬에 나아가지 않는 것, 사회로부터 거리를 두고 생활하는 것, 의(義)를 지키려고 애쓰지 않으며 사는 것은 자로에 따르면 좋은 선택이 아니다. 



29089_17718_599.jpg

  인사를 받은 노인은 자로를 데려가 하룻밤 재워줬다. 그냥 재워준 것이 아니라 닭을 잡고 기장으로 밥을 해 먹이고, 자신의 두 아들을 보여 인사하게 하였다. 자로는 그런 노인을 보고 의구심이 들었던 듯하다. 비록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기는 하지만 그 노인은 정말 사회를 떠났다고 할 수 있을까? 사회적 관계로부터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 노인의 경우만 보더라도 인간은 사회적인 관계를 떠나서는 살 수가 없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복잡한 세상의 관계, 이를테면 임금과 신하의 관계 같은 것에서는 거리를 두어 “제 한 몸 깨끗할 요량으로” 피해있는 것이다. 

  TV 프로그램에서도 어떤 자연인들은 그를 찾아온 사람들을 아주 기쁘게 맞이하고, 슬프게 떠나보낸다. 사람과의 관계를 떠나 살 수 있는 인간은 정말 극소수일 것이다. 대부분은 관계없이 삶을 지속하지 못한다. 세속을 떠나면 더 잘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망상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훗날 자로는 비록 복잡한 일에 휘말려 죽음을 당하기는 하였지만 제 한 몸 깨끗할 요량으로 삶을 살지는 않았다. 도리어 어지러운 세상에서 도가 지켜지지 않을 것임을 알면서도 매순간을 도를 지키며 살아가는 자로의 삶이 제 한 몸 위해 숨어 살던 노인의 삶 보다는 멋져 보인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四書德厚 세미나 회원 모집! [1] 게으르니 2018.11.12 98
공지 모집- <주자평전> 읽기세미나 송명유학 2018.04.21 332
공지 2018 <송명유학> 세미나 [3] 진달래 2018.02.05 315
공지 2018년 <주역세미나> 같이 하실래요? [5] 자누리 2018.02.05 425
공지 <무료특강> 지금, 고전을 읽어야 할 때 [24] 관리자 2018.02.04 987
공지 2월14일 고전공방 개강 안내 [4] 문탁 2017.01.30 983
공지 2017 고전공방 - 사대부의 탄생(북송오자 해석자혁명) [12] 관리자 2017.01.17 1057
공지 <고전공방>고전공방탈핵액션의 날 & 3분기 공지 [7] 문탁 2016.07.14 838
공지 <고전공방> 2분기 공지 [3] 문탁 2016.04.28 1436
공지 2016 고전공방 - 2월18일 개강 공지 [5] 문탁 2016.01.30 1853
공지 2016 學而堂 - 고전공방 : 대학/중용 [13] 관리자 2015.12.21 2176
공지 2015<불독-학이당> 시즌2 '맹자' [3] 불독반장 2015.05.03 3877
공지 <반짝 학이당> 중국 고대사 세미나 2 시작합니다 [5] 진달래 2015.03.05 2475
공지 2015<학이당> 복습편 -<학이당-불독(不讀)> [11] 게으르니 2015.02.02 2322
공지 <반짝 학이당> 중국 고대사 세미나를 하려고 합니다. [11] 진달래 2014.12.19 2822
공지 2014 <학이당> 장자 - 모집 [19] 관리자 2013.12.16 8637
공지 2013 [학이당] 제자백가의 정치적독해 [17] 관리자 2012.12.04 6342
공지 출범- 內功 프로젝트 ! [58] 관리자 2011.12.03 9951
857 <어리바리 주역> 24회 지뢰복 - 돌아와 다시 돌아와 file 진달래 2018.11.08 35
856 <주역-축제글쓰기> 2차 피드백 결과 [1] 문탁 2018.11.07 79
855 <주역-축제글쓰기> 초안 [5] file 자누리 2018.11.05 35
854 <어리바리주역> 23. 산지 박(剝) - 석과불식(碩果不食) file 향기 2018.11.01 31
853 <주역-축제글쓰기> 돌입한거죠? 문탁 2018.10.26 58
852 <曰可曰否 논어> 공자의 꿈 [1] file 인디언 2018.10.25 26
851 <어리바리주역>22회 혼자 감당하기에는 벅찼던 비(賁)의 시대 [2] file 게으르니 2018.10.25 53
850 주역 글쓰기 초초안 [4] file 자누리 2018.10.23 59
849 <曰可曰否 논어>32회 - 내가 공부하는 이유 [1] file 여울아 2018.10.22 49
848 <어리바리주역>21. 법정드라마의 주인공-서합괘 file 느티나무 2018.10.18 51
» <曰可曰否 논어>31회 - 자연인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있다 [1] file 고은 2018.10.16 55
846 <어리바리주역>20회 바람의 눈으로 - 풍지관괘 [2] file 담쟁이 2018.10.11 56
845 <송명유학> 3분기 에세이 데이 file 진달래 2018.10.09 34
844 <曰可曰否 논어>30회-내 삶의 내공을 위하여 [2] file 게으르니 2018.10.08 61
843 <송명유학> 주자평전 에세이 [2] file 자작나무 2018.10.04 52
842 <어리바리주역> 19회-지택림, 군자가 세상에 임하는 법 [2] file 봄날 2018.10.04 79
841 [고전공방] 10월 회의록 진달래 2018.10.03 36
840 <4분기공지> 합체+축제글쓰기 돌입 [8] 문탁 2018.10.03 154
839 <주역세미나> 3분기 9회차 메모 [6] file 자작나무 2018.10.01 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