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공방

내공프로젝트 <고전공방>은 근대의 외부를 탐사하기 위해 동아시아 사유의 정수를 공부하는 장입니다.

<어리바리 주역>은 고전공방 학인들의 주역 괘 글쓰기 연재물의 제목입니다.

그대로 어리바리한 학인들이 어리바리한 내용으로 글쓰기를 합니다형식도 내용도 문체도 제 각각인 채 말입니다.

하지만 압니까언젠가는 <주역>, 그 심오한 우주의 비의그 단 한 자락이라도 훔칠 수 있을지^^ 


 


돌아와 돌아와, 다시 돌아와



주역64괘 중 24번째 괘인 복()괘는 돌아온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돌아오는 것은 양()이다. 앞에서 본 산지박이 양이 다 깎여서 양이 맨 위에 하나 남아 있는 것이라면 지뢰복은 이제 양이 아래에서 막 하나 생긴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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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인의 시대에 군자가 왔으니


주역에서는 주로 음()은 소인으로 양()은 군자로 본다. 그러므로 양이 맨 아랫자리에 하나 생긴 것을 소인의 시대에 군자가 등장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복()은 형통한 것으로 본다. 하지만 혼자는 아직 힘이 없기 때문에 친구가 와야 일을 할 수 있다. 이는 앞으로 양이 계속 불어날 것을 의미한다.

()의 의미를 돌아온다고 풀었지만 엄밀히 말하면 여기서 복은 반복, 순환을 의미한다고 본다. 괘의 모양을 보면 땅 아래에 우레가 있는 모양이다. 땅 속에 뭔가 막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이 기운은 아직 땅 속에 있기 때문에 이를 봄의 생장하는 기운이라고 보긴 어렵다. 그래서 역을 푸는 사람들은 이 괘를 절기 상 동지(冬至)로 풀었다.

동지는 1년 중 해가 가장 짧은 날로 실질적으로는 동지가 지나면 그 해가 끝났다고 본다. 만물은 봄에 싹을 틔우고 여름을 지나 가을이 되면 열매를 맺고 다음 해를 준비한다. 그 사이, 겨울엔 땅 위에 자라는 것이 아무것도 없지만 사실 땅 속에 앞으로 봄에 싹틔울 씨앗이 자라고 있다. 복괘의 양은 바로 겨울 땅 속에 자리한 씨앗과 같다. 그리고 이 씨는 봄이 되면 싹을 틔우고 자라서 꽃을 피우고 다시 열매를 맺을 것이다. 이러한 순환이 복이다. 그리고 단전에서는 이를 천도(天道)라 하였다. 또 이는 만물을 생생(生生)하게 하는 천지의 마음()이다. 그리고 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모두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 국경선의 관문을 닫고 장사꾼들이 오고가지 못하게 하고 제후들은 함부로 순시(巡視)를 다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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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주역8괘는 복희씨가 만들고, 괘사는 문왕이 쓰고, 효사는 주공이 달고, 거기에 대한 주를 공자가 달아서 십익(十翼)을 완성했다고 한다. 그러나 주역은 어떤 특정한 사람이 만들었다기보다. 오랜 시간을 걸쳐서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정리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특히 효사(爻辭)를 보면 어떤 괘의 경우 각기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이는 것도 꽤 있다. 그런데 복괘의 효사를 보면 초구(初九)부터 상육(上六)에 이르기까지 일관성 있게 정리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초구(初九)-불원복(不遠復), 

육이(六二)-휴복(休復), 

육삼(六三)-빈복(頻復), 

육사(六四)-독복(獨復), 

육오(六五)-돈복(敦復), 

상육(上六)-미복(迷復)


이렇게 복, , 복으로 정리된 효사는 이 괘가 사람들에 의해 속칭 손을 많이 탄 괘라는 것을 말해준다.

 

불원복

초구부터 보자면 앞서 말한 대로 여섯 개의 자리 중에 유일한 양()이다. 복괘의 주인공이다.  “멀리 가지 않고 돌아오는지라 뉘우침에 이름이 없으니, 크게 선하여 길하다.(不遠復 无祗悔 元吉)” 이는 양이 다시 돌아온 것을 말하는데, 이렇게 돌아올 수 있는 이유를 수신(修身)한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리고 이 때 수신의 방법으로는 물론 공부하는 것 밖에 다른 것이 없다고 했다. 예를 들면 어떤 일이 잘못되었음을 알았을 때 자기를 닦은 사람만이 그것을 빨리 그만두고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혹은 잘못을 빨리 고치고 선()을 따를 수 있다.

 

휴복

다음은 육이이다. 이 자리는 원래 음의 자리이며, 이 괘의 유일한 양과 가장 가까이 있는 자리이다. “아름다운 복이니, 길하다.(休復 吉)” ()은 원래 순()의 성질이 있다. 음의 자리에 음이 온 육이는 아래의 양에게 자기를 낮추고 따르기 때문에 길하다.

 

빈복

복괘를 형통하다고 했기 때문에 쭉 좋은 것만 있을 것 같지만 육삼은 썩 좋다고 할 수 없다. “돌아오기를 자주 함이니, 위태로우나 허물이 없으리라.(頻復 厲 无咎)” 여기서 돌아오기를 자주 한다는 것은 왔다갔다, 이랬다저랬다 하는 것을 말한다. 복괘는 위에는 땅, 아래에는 우레의 형상이다. 우레는 움직임을 뜻하는데 육삼은 이러한 기운을 가지고 조급히 움직이는 모양을 말한다. 그러나 이렇게 왔다갔다 하는 모양이 위태롭기는 하지만 돌아오려는 뜻이 있기 때문에 허물은 없다고 한 것이다.

 

독복

음 가운데를 행하나 홀로 돌아오도다.(中行 獨復)” 육사는 유일한 양인 초구와 짝(正應)이다. 하지만 앞뒤에 음으로 둘러 쌓여있고 초구는 힘이 약하기 때문에 육사는 홀로 돌아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도 혼자라도 돌아올 수 있는 것은 도()를 따르기 때문이다.

 

돈복

육오는 돌아옴에 도타움이니, 뉘우침이 없다.”고 한다. 육오의 자리는 중()의 자리이기 때문에 중을 따르는 덕()이 있다. 그래서 돌아오는 것이 도탑다, 안정되다, 혹은 확고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때 육오를 도와주는 이가 딱히 없기 때문에 형통하거나 길하다고 하지 않는다.

 

미복

복괘의 효사는 썩 좋지만은 않지만 그렇게 나쁘다고도 하지 않는데 상육은 주역전체에서도 보기 드물게 좋지 않다. “돌아옴에 혼미하므로 흉하니, 재앙과 허물이 있어서 군을 동원하는데 쓰면 끝내 대패하고 나라를 다스림에 쓰면 군주가 흉하여 10년에 이르도록 능히 가지 못하리라.(迷復 凶 有災眚 用行師 終有大敗 以其國 君 凶 至于十年 不克征)” 드물게 긴 효사이기도 하다. 이제 막 자라나는 양들에 의해서 이제 밀려나야 하는 음들의 맨 윗자리에 있는 상육. 만약 이제 물러나야 할 때를 알고 얼른 물러나면 좋겠지만 음은 소인이라고 하지 않았나, 쉽게 자기의 시대가 끝났음을 알기 어렵고, 자기 자리의 높음만을 알고 이를 가지고 군대를 일으키거나 나라를 다스린다면 결국 망한다는 것이다. 이는 도에 반대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육과 짝이 되는 육삼 역시 이랬다저랬다 하여 안정되지 못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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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 ()으로 돌아와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약간의 의문이 생긴다. 복괘의 어떤 점이 사람들의 마음을 끌었기에 이렇게 정성스럽게 복, , 복으로 맞추어 풀이했을까? 앞서 산지박은 양이 음에 의해서 깎이는 때로 어려움의 시대였다. 군자가 핍박받는 시대에서 돌아서서 이제 군자의 도가 막 싹트는 복의 시대를 희망의 시대로 보았기 때문일까? 아직 땅 속에 있는 씨앗이지만 그 등장만으로도 희망을 주는 것, 이런 점들이 혼란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높은 점수를 준 것일까?

그러면 이들이 말하는 복, 즉 돌아옴은 어디로 돌아오라는 것인가. 이천은 그의 주에 돌아옴을 모두 선()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풀었다. - 왕필은 복()을 근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 아직 복괘의 시대는 소인의 시대이다. 이제 막 자란 군자의 도를 통해 이들이 돌아가야 하거나 혹은 회복해야 하는 것은 선이다. 아니 회복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회복 될 수밖에 없다고 본 것은 아닐까? ()에 달하면 반()하기 때문에. 결국 모두 선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천도가 그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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