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이야기

처음 밀양으로 농활을 가게 되었습니다.
가기전 엄마의 대학시절 농활이야기를 듣고 겁에 질렸었어요. 
안그래도 일못하는 내가 가서 방해만 하고 오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제나처럼 버스는 지겨웠고 기차는 정겨웠습니다.

첫날은 비가 왔어요. 주말 내내 비가 온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더 걱정했지만 다행히 하우스에서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깻잎 밭에서 잡초를 뽑았는데 쌤들은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면서도 앞서나갔어요. 저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속도가 나지 않아 속상했습니다. 후에 보니 제가 맡은 쪽에 잡초가 많긴 했나보드라구요.
그러다가 송전탑에 가본적 없는 사람들은 송전탑에 가보는 게 어떻겠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지원이형과 어진이형이 저,안나누나,대로,서울대생 한분을 데리고 96번탑으로 올라갔습니다. 문탁샘이 뒷산으로 산책이라도 다녀와라 라는 말투셔서 비가와도 올라갈만 한 줄 알았습니다. 안간다고 뺀질거리던 어진이형이 낫을 드는 걸 보고 큰일났다 싶었죠. 그렇게 있는길 없는길 뚫어서 송전탑에 도착했습니다. 
어진이형에게 송전탑 스토리를 듣고 기분이 묘해졌습니다. 전자파 소리도 시끄러워 머리도 아팠구요. 멋진 경치가 앞에 있음에도 거대한 송전탑 앞에서 편히 즐길 수 없었습니다.
내려와서는 맛있는 저녁과 술을 즐겼습니다. 얼갈이 배추에 밥을 비벼먹는 저를 보며 ‘마 니 서울 아 아니제? 아가 무을줄 아네!’ 라고 하신 귀영쌤이 기억에 남네요. 이게 제가 들은 마지막 칭찬이었어요. 참고로 제일 많이 들은 말은 ‘고마 비키라 답답해가 몬살것다’ 였답니다.

둘째날엔 당근농장을 갔습니다. 쌤들은 모두 서울로 돌아가시고 지원이형,안나누나와 제 또래들만 남았어요. 어색했던 첫날과는 달리 같이 일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날씨도 맑게 개었구요. 
당근 윗부분을 자르고 상자에 담는 일이었습니다. 썩거나 못생긴 것들을 구분하는 건 좀 어려웠습니다. 어려워 하는 걸 본 아저씨는 자기가 다시 점검 할테니 편하게 하라고 하셨어요. 나중에 생각해보니 우리가 일을 늘리고 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래 있다가는 것도 아니고 일을 잘하지 못한다면 농활의 의미가 있을까, 그래도 와서 관계를 맺고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드리는게 좋은 것일까에 대한 생각을 좀 했습니다. 결론은 잘 모르겠네요. 저는 후자에 대한 즐거움이 크기 때문에 계속 다닐 것 같습니다.
귀영샘 댁으로 돌아와서는 마당을 정리했습니다. 텃밭을 다듬고, 잔디를 깎고, 청소도 했어요. 꽤 힘들었지만 즐거웠습니다.
저녁엔 배불리 밥을 먹고 2층평상에서 별과 경치를 감상했어요. 눈 아픈 간판불빛도, 시끄러운 차소리도 없는 곳에 있으면 어찌나 행복한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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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날엔 몽구,록희와 함께 동네를 한바퀴 돌았습니다. 최근 살이 좀 쪘다는 록희와 록키 노래를 부르면서 다이어트도 했어요. 강아지들에게 이렇게 사랑받아본적이 없어서 당황할 정도였답니다. 보고싶다 록희 몽구! 
돌아와선 텃발일을 조금 도우고 돌아갈 준비를 했어요. 지원이형 차에 해은,새은,초희, 안나누나가 탔고 저와 대로는 밀양역까지 귀영쌤의 배웅을 받았습니다. ‘이리 역까지 태워다 주는 곳이 으딨노! 농활오는 아들은 다 알아서 버스 타고 댕겨야 하는기다!’ 라며 역까지 바래다 주신 귀영쌤께 다시한번 감사말씀 드립니다. 농활인데 너무 호강만 하다 가는 것 같아 죄송스럽기도 합니다. 다음에도 찾아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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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는길엔 대로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답니다. 대로도 즐거웠다고 해요. 첫날에는 다음에도 오겠냐는 질문에 한참고민했는데, 돌아가는 길에 똑같은 질문을 하니 망설임없이 ‘와야죠.’ 라고 답했던 게 인상깊었어요.

'3' 댓글

요요

2018.05.16
07:01:31
(*.178.61.222)

하하하.. 우현이 후기를 읽으니

귀영쌤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리는 것 같네.^^

새은

2018.05.16
16:43:36
(*.238.37.229)

ㅋㅋ귀영쌤 목소리가 들린다.

일 하느라 수고많았소!

히말라야

2018.05.16
21:34:06
(*.130.92.221)

귀영샘 앞에서 랩 한번 했으면 팔자 풀렸을텐데...ㅋㅋ 고생해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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