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이야기

문탁네트워크에서는 신고리 공론화과정이 우리 사회의 실질적 민주주의를 진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고 생각하여, 신고리공론화를 둘러싼 다양한 쟁점 (공론화란 무엇인가? 과학기술정책은 어떻게 결정되어야 하는가? 숙의민주주의란 무엇인가? 탈원전은 가능할까? 등)에 대해 회원연속칼럼을 게재합니다. (<문탁뉴미디어> 편집자)




[신고리5,6호기공론화-연속칼럼 ]


팩트체크는 답이 아니다

    



 

글 : 요산요수




최근 인터넷 언론 오마이뉴스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와 관련하여 핵노답(발전에 대한 골적인 가짜뉴스에 하다의 준말)’이라는 기획기사를 연재하고 있다. 핵노답은 핵발전 찬성 쪽의 주장을 조목조목 비판한다. ‘대만에서 건설 중단한 원자력 발전소를 다시 짓기로 했다는 보도는 거짓이다’, ‘독일이 전기 수입국이라는 주장은 틀렸다’, ‘탈핵을 결정한 뒤 독일의 이산화탄소배출량은 늘지 않았다’, ‘한국이 원자력 안전국가라는 주장은 터무니없다, 정말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보물 같은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다. 기사도 기사려니와 그래픽도 아주 훌륭하다. 알아야 할 내용이 한 눈에 쏙 들어온다.


오마이뉴스의 핵노답은 핵발전에 대한 꼼꼼한 팩트체크이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당시 jtbc 뉴스룸의 눈부신 활약 이후 팩트체크는 사람들을 매혹하는 말이 되었다. ‘팩트체크에는 뭔지 모를 아우라가 있다. 이 말을 입에 올리는 순간 세상의 온갖 네트워크에 떠도는 수많은 말들 가운데 무엇이 진짜인지 가려내고야 말겠다는 뜨거운 열정이 자연스레 솟구친다. 지난주에 파지사유 공동식탁에서 세 차례 진행된 탈핵퀴즈 역시 이런 시대정신이 반영된 일종의 팩트체크였다.


팩트체크사실 확인에는 사실은 파악될 수 있고, 사실만이 믿을 수 있다는 생각이 전제되어 있다. 그런데 바로 이 패러다임, ‘팩트에 대한 신뢰야말로 과학에 대한 신뢰이자 근대적 사고의 출발이 아닌가. 핵발전 찬성론자들 역시 반대론자들에게 정확한 데이터에 근거할 것을 요구한다. 그들은 오랜 기간 갈고 닦은 전문지식을 모르는 일반인들이 핵발전에 대해, 국가 에너지 정책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공론화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팩트체크에 대한 일반인들의 열정과 과학적 지식의 우월성을 확신하는 전문가들의 태도는 같은 지반 위에 서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 찬핵과 탈핵 방향은 다르지만 양쪽 모두 팩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양쪽 모두 가짜뉴스팩트체크라는 진실게임의 동일한 구도 속에 있다. 진실은 이미 주어져 있다고 전제된다. 이렇게 되면 핵발전 찬성과 반대 양쪽 중 하나는 거짓을 진짜라고 믿는 바보가 되거나 정보수집에 게으른 집단 아니면 사실을 왜곡하는 거짓말쟁이가 되어 버린다. 이것은 뭔가 이상하다. 팩트체크는 우리에게 참된 정보를 향한 열정을 불러일으키게도 하지만 다른 한편 팩트를 알지 못하는 사람을 무시하거나 계몽의 대상으로 대하게 하는 위험이 있다.


파지사유에서 탈핵퀴즈가 진행된 사흘 동안 나는 이런 위험을 느끼고 마음이 복잡했다. 퀴즈를 만들 때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경험이었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론화는 신고리 5,6호기를 계속 지을 것인지 그만둘 것인지 결정하기 위한 절차이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공론화는 공론의 장을 펼치는 과정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에너지 문제를 숙고하는 당사자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공론화는 에너지의 소비와 생산의 메커니즘과 자신의 삶을 연결시켜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물론 공론화의 형식적인 결정은 시민배심원단에 들어가는 몇백명이 내리게 되겠지만, 삶의 현장 어디나 실질적인 공론의 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는 탈핵퀴즈쇼라는 퍼포먼스를 기획했다. 그런데 퀴즈쇼를 해보니 재미있기는 했지만 관심을 촉발하는 것 이상의 어떤 효과가 있을까 답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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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함의 정체를 찾다가 퍼뜩 퀴즈쇼와 같은 형식이 자칫하면 모든 것을 지식의 문제로 환원해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론화에서 문제의 핵심은 핵발전소에 대해 얼마나 많은 지식을 갖고 있느냐가 아니다. 공론화는 팩트가 아니라 오히려 어떻게 문제를 설정할 것이냐를 둘러싸고 벌어져야 한다. 이를테면 핵발전을 포기할 때 전기요금이 얼마나 오를지 가능한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만일 전기요금이 오른다면, 밀양송전탑투쟁과 같은 문제가 생기더라도 핵발전소 건설 강행에 동의할 것인가와 같은 문제이다. 전기요금이 얼마나 오를지 정확히 모를지라도 우리는 어떤 사회가 좋은 사회인지 생각해 볼 수 있다. 그것이 진짜 공론화이다. 그러니 공론의 장을 연다는 것은 누가 더 많이 알고 있는지 내보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함께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서로에게 묻는 것일 수밖에 없다.


그동안 문탁의 녹색다방에서는 매주 탈핵릴레이 1인 시위를 2년 반 넘게 계속해 왔다. 특히 동네로 탈핵릴레이를 옮겨온 이후 60여주 가까이 어떤 피켓을 들고 나가야 할지 어떤 퍼포먼스를 해야 할지 항상 고민이었다. 그런데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를 계기로 우리는 문탁에서 늘 만나는 친구들과 이 문제를 어떻게 나누어야 할지 스스로에게 다시 묻게 되었다. 그러면서 탈핵퀴즈니 파지사유 1인 시위니 하는, 거리 시위와는 다른 형식을 시도해 보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는 이야기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 보다 습득한 지식을 전달하려는 의욕을 앞세우고 있다. 파지사유에서의 탈핵퀴즈도 마찬가지였다.


팩트는 사회적 실천이 놓인 맥락 속에서 직조되고 생산된다. 엄밀히 말해 팩트체크, 사실확인이란 그저 말일 뿐이다. 이미 주어진 특정 맥락 속에서의 팩트의 구성과 재구성이 있을 뿐이다. 팩트체크의 효과는 그 맥락을 재생산한다. 어떤 경우에도 팩트가 구성된 맥락을 해체하고 해석하는 실천은 팩트체크로부터 나오지 않는다. 팩트가 우리 대신 생각하거나 답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탈핵퀴즈를 통해 고준위핵폐기물은 10만년 이상 보관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것을 안다고 해서 그의 삶에서 무엇이 달라질까? 무엇인가 달라지려면 스스로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하기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팩트를 둘러싼 진실게임의 패러다임에 갇히지 않고 계몽의 대상이 아니라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공론화는 팩트체크만으로는 불가능하다. 파지사유에서 벌어지는 공론화 퍼포먼스들이 아주 작은 것이라도 삶을 바꾸는 공부거리가 되려면 우리는 재미있는 탈핵퀴즈쇼를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이번 주 월요일부터 9월말까지 이어질 파지사유 1인 시위에서 탈핵퀴즈쇼를 훌쩍 뛰어넘는 문탁학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만나고 싶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마이뉴스의 핵노답은 생각을 촉발하는 좋은 재료임에 틀림없다. 당장 클릭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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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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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히말라야

2017.09.06
08:50:11
(*.130.92.221)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예측하는 것은 팩트라고 말할 수 없는데...사람들이 특히 잘 계산하는 사람들이... 아무데나 팩트라는 말을 갖다 붙이는 것 같아요. 과거에 어떤 사건이 정말로 일어났었다...후쿠시마에서, 체르노빌에서 원전이 폭발했다...이런게 팩트이고..사실 이런 팩트를 체크하는 것은 중요한 것이죠. 어떻게...원전이 멈추면 전기요금이 얼마 올라간다가 팩트일까요? 그건 예측치이고, 상황을 변경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변수인 것이고, 우리가 함께 만들어 내야할 미래의 시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 

2017.09.07
08:04:49
(*.186.85.102)

퀴즈할때.. 나도 내가 모르는 너무 많은 사실들때문에 무엇인가가 주장하기가 겁이났었는데... 그러면서 나도 팩트팩크 한거같기도한게^^;;ㅋㅋㅎ말라야말대로 어떤 예측에대한 것조차 팩트라고 생각했던거 같기도하네요.

근데 생각해보니 팩트나 지식 이상으로 생각되어야하는 가치들도 있는듯싶고요. 옳다고 믿는것에대한 내 주장을 소심하게 생각만 하고있던 참에 적극적으로 실천으로 옮기는 모습들에 응원을 하고싶어요 . 그리고 퀴즈가 너무 쏙쏙 들어와요 ㅋㅋㅋ 그 쏙쏙이 울림이 되고있는듯 하고요~ 화이팅~!!!!

자누리

2017.09.10
09:27:48
(*.238.37.229)

원자력발전 멈추어도 전기세가 올라가지 않는다고 말하는게 중요할까요?

우리는 이미 그간 축제나 탈핵활동 등을 통해 전기세가 올라도 상관없는 삶을 살겠다고 했던것 같아요.

아니 오히려 내가 사는 기반이 지구를 너무 파괴했으니 그 댓가를 지불하겠다고 할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도 그런 얘기를 하지 않고 전기세 별로 안올라가요 하는건 아마 공론화라는 형식때문이겠지요.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려줘야하고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하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다가도

바로 그 순간 계몽적이 되지 않나 하는 걱정도 되네요.

정말 어떤 말들을 해야 하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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