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이야기

루쉰액팅스쿨이 16주의 장정을 마쳤습니다.

마지막 날, 모두 모여 1장짜리 미니에세이를 발표했습니다.

그 중, 천지혜의 글을 공유합니다.




루쉰 선생님께
                                                                                                                                                                                    2017.12.22 천지혜






나는 루쉰이 되지 못했다.


길진 않지만 16주 동안 루쉰의 글을 읽고 그의 삶을 들여다보기 위해 베이징도 가고 대망의 연극까지 하며 루쉰을 공부했다. 그러나 나는 루쉰이 되지 못했다. 나는 그냥 쿵이지가 안쓰러운 사환일 뿐이다. (비하인드가....)  세미나 초반에 나는 루쉰을 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딱히 알지 못하는 것 같다. 루쉰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떤 책을 썼고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았는지에 대한 나의 지식은 매우 부족하고 한계를 느꼈다.
가장 크게 연극에서 느낀 점은 ‘아, 루쉰은 그냥 루쉰 일뿐 그 누구도 루쉰이 되긴 어렵구나. 루쉰이 되려면 많은 내공과 어쩌면 그의 피까지 필요하겠구나.’ 그리고 내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루쉰이 되는 것이 어렵다고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나의 핑계이고 회피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조금 더 자세하고 깊게 공부했다면 어땠을까?...”


4.jpg




나는 루쉰을 알고 싶다.


나는 책을 안 좋아한다. 아니 책을 안 좋아했다. 그러나 루쉰의 비판적이고 당당한 글에서 지금 내가 느끼는 이 현실에서의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었다. 그래서 다른 책보다 루쉰의 글이 어렵지만 재밌었다. 물론 매우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글은 읽을 땐 짜증이 나서 루쉰을 데려와 물어보고 싶을 정도였지만 그 의미를 여러 사람과 같이 공유하며 또 나름대로 찾기도 하는 게 우리의 숙제가 아니었나 싶다.
연극 마지막을 장식했던 ‘<들풀> 제목에 부쳐’는 멋있지만 소름 돋게 만들어 주는 글이었다. 그래서인지 내용이 바로 와 닿지 않았지만 언젠가 깨달음이 “불같이 닥쳐오길 바란다”.
나의 한 줄 평은, 어렵지만 재밌고, 어렵지만 마음이 아프고, 어려워서 답답하지만 또 알게 되면 감동이다, 이다.


7.jpg




루쉰 선생님께


나는 루쉰을 몰랐다. 지금도 루쉰을 안다고 하긴 어렵다. 처음 이 세미나를 하겠다고 한 이유는 베이징여행과 연극 때문이었다. (에세이를 쓰지 않는다는 것도...) 우리는 루쉰 책을 읽고 루쉰을 알기위해 베이징여행을 가고 루쉰을 표현하기 위해 연극을 했다. 그런데 막상 끝내보니 이 두 가지의 연관성은 ‘일반적’으로 생각하긴 어려운 것 같다.
주위에서도 루쉰을 공부하러, 연극을 위해 베이징을 갔냐며 다들 놀란다. 그러나 ‘일반적’인 것을 싫어하는 나에겐 매우 흥미롭고 재밌던 경험이었다. 비록 막판에 ‘나는 루쉰이 아니에요!’ 하며 울부짖으며 무기력하게 있었지만 나 자신의 ‘일반적’인 것을 깨트리게 된 계기가 되었다. 루쉰은 나에게 힘이 되기도, 고민거리가 되기도, 숙제가 되기도 하며 올해 하반기에 내 생각 한 켠을 차지했다.
루쉰은 아직 내 머리 속에 들어오긴 벅찬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루쉰이 내 머릿속에 들어올 때까지는 루쉰을 절대 못 잊을 것 같다. 나중에 ‘루쉰을 알고 있는 사람’이 된다면 이 연극을 다시 한 번 해보고 싶다. 물론 많은 시간과 공부가 필요할 것이다. 그래도 한 번 시작한 일, 끝맺음을 잘 짓고 싶다.



8.jpg

'7' 댓글

세콰

2017.12.27
12:29:35
(*.238.168.139)

연극이 어떻게 배움이 될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지혜의 글을 보니 짧은 시간 많은 배움이 일어난 것 같아요.

책을 읽은 것 보다 더 강렬한 배움이.


루쉰이 되지 못한 지혜,

루쉰이 되기 위해선 어쩌면 그의 '피' 가 필요할 지 모르겠다는 표현이 강하네요. ^^

글 쓰기의 강약을 아는 듯. ㅎㅎ


지혜가 문탁에서 공부하며 쓰는

앞으로의 글이 기대됩니다.


(부담스러우려나! ㅋㅋ)

달래냉이씀바귀

2017.12.27
15:50:11
(*.214.115.52)

그레잇  지혜!!!animate_emoticon%20(27).gif

정정

2017.12.27
16:05:26
(*.222.29.106)

지혜야 감격스럽다아~~ 우리는 에세이도 잘쓴다는 것을 보여주었구나 ㅎㅎ

지혜글을 읽고 참신하고 담백한 느낌이 참 좋았어^^

부럽부럽~ㅎㅎ

잎사귀

2017.12.27
17:06:44
(*.33.201.70)

솔직한 글은 읽기도 편하고 울림도 있지.

지혜의 글이 꼭 그렇네~ 

2017.12.27
20:02:41
(*.7.59.16)

쉽게 읽히는데 생각하게 되는 글이에요~

루쉰처럼??!!!ㅎㅎ(막 부담?!..ㅎ)

이뻐~! 뿌듯해~! 자랑스러워~!ㅎㅎ

인디언

2017.12.28
07:19:53
(*.186.81.96)

시작한 일의 끝맺음...지혜 멋쟁이!!!

무심함 듯 그러나 속마음이 은은히 드러나는 사환 역, 기억에 남는 연극이었어 ^^

2018.01.05
21:49:34
(*.121.203.183)

"루쉰을 데려와서 물어보고 싶다"는 말에서 지혜의 열정이 보이는듯... ^^

차근차근 루쉰을 알아가면 좋겠네요. 

문서 첨부 제한 : 0Byte/ 40.00MB
파일 크기 제한 : 40.00MB (허용 확장자 : *.*)
옵션 :
:
:
: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1월25일 목요일 <꿀잠> 방문갑니다 [1] updatefile 주술밥상 2018-01-17 94
공지 2018 문탁 전체 프로그램 - 한 눈에 보기 file 관리자 2017-12-27 542
공지 김장데이!! 11월 23~24일 [18] file 주술밥상 2017-11-12 377
공지 2017년 밀양가을농활 (11월 3일~7일) 함께 가요 [19] file 광합성 2017-10-24 391
공지 한 밤의 인터뷰, 문탁샘과 <아동의 탄생> [4] file 오영 2017-10-03 453
공지 [복아고라] 중국어 기초 강좌 - “중국어야, 게섯거라!” [11] file 자작나무 2017-09-22 453
공지 '탈핵' 관련 도서 가져다주세요! 탈핵장터팀에게 [3] 녹색다방 2017-09-13 148
공지 9월16일 정희진의 페미니즘 특강 [2] file 요요 2017-09-11 423
공지 꿀잠에 집들이 선물했어요!! [1] file 주술밥상 2017-09-10 163
공지 문탁-마을경제 워크샵에 초대합니다 [40] file 자누리 2017-08-04 1190
공지 뉴미디어가 웹진 시대를 마감하고 그리스 여행기로 문을 엽니다!!! [1] 봄날 2017-07-24 246
공지 문탁 연대기금 통장!!! 콩세알 2016-03-11 2229
1390 청송 "고구마 굽는 영화관"에 다녀왔어요~ newfile 히말라야 2018-01-21 20
1389 공동체 밥상의 명실상부한 이름을^^! [11] update 밥상이름 2018-01-19 137
1388 새해목표가 운동인 분을 위한 희소식!^^ 활총생 2018-01-15 77
1387 봄추장들의 첫 회의 - 천기 누설 [3] 추장단 2018-01-11 134
1386 낙서 - 고전공방이 스피노자를 만난다면? [3] moon 2018-01-11 121
1385 상추쌈에서 "새촙한" 책이 왔어요~ [2] file 히말라야 2018-01-11 59
1384 문탁, 밀양, 광주, 우동사 그리고 스즈카. [5] file 광합성 2018-01-10 114
1383 파지스쿨과 수아 이야기가 경향신문(20180108)에 났네요^^ 관리자 2018-01-09 86
1382 악어떼에서 책을 구합니다~ [2] 여울아울 2018-01-08 94
1381 2017년 마지막 주술밥상 이모저모 file 주술밥상 2018-01-06 66
1380 밀양 송년회에 다녀왔어요~ [10] file 고은 2018-01-03 125
» [Essay] 루쉰선생님께 [7] file 교장 2017-12-27 123
1378 2017 연대기금을 말하다 녹색다방 2017-12-20 72
1377 11월 주술밥상 이모저모(2) [3] file 고로께 2017-12-13 84
1376 띠우의 일본어문법초급교실 안내 [2] 일본어강독 2017-12-06 101
1375 [파필랩크루] 규문에 다녀왔습니다 [1] file 고은 2017-12-02 82
1374 [추장통신]12월 첫날부터 회의회의회의회의... [1] file 봄날 2017-12-01 62
1373 밀양 학술제가 열린답니다. [2] file 관리자 2017-11-30 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