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이야기

대박을 터뜨린 진태원샘의 강좌가 시작되었다. 문탁에서 꾸준히 고전공부를 하던 사람들이 대거 스피노자 강좌를 신청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도대체 왜? 스피노자가 궁금해서? 진태원샘이 유명해서? 친구와의 의리 때문에? 문탁의 클래식이니까? 설마 나의 압력으로? ㅋㅋㅋ


강의가 끝난 후 깜깜하고 추운 바깥에서 게으르니와 진달래가 수다를 떨고 있었다.

신=실체=자연=우주....그리고 양태.........이거,  '리일분수' 잖아?

하하...사실 우리는 작년(아니, 벌써 재작년이 되었다) 대학과 중용를 공부하면서 '천명지위성'이니 '품수'니 '인심과 도심'이니 '천도의 유행'이니 '생생불식'이니 '체용'이니 진짜 난리 부르스를 떨었었다. 그게 헛된 게 아니어서 스피노자의 '실체'에서 이 둘은 곧바로 '(우주)본체'를 떠올렸고, 동시에 그것의 본질로 리일분수를 떠올렸던 건 아니었을까?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스피노자의 신은 데카르트의 자연을 어떻게 넘어섰는가의 문제. 즉 자연을 이성화(수학화)한 댓가로 데카르트의 자연(=extention)은 역능(포텐샤)을 잃어버리게 되었다는  진태원샘의 언급. 그러니 스피노자의 포지션은 (데카르트처럼)창조론을 넘어서되 (데카르트와 달리)신=자연을 거대한 생산 과정으로 이해했다는 것인데... (사실 데카르트 공부를 하지 않은 나로서는 데카르트 전문가인 -그래서 하이델베르크의 교수로 초청받은 것이니까- 스피노자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데카르트 공부가 필요한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ㅠㅠ)


그래서 갑자기 떠오른 사람이 왕부지였다. 심성론적 리학을 넘어선 기학의 대가, 왕부지의 생몰이 1619년~ 1692년이니, 정확하게 스피노자(1632~1677)와 동시대인물이다. 소위 명말청초 3대 사상가 중의 한 명이며, 중국 2,000년 역사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중요한 사상가로 평가받고 있는 인물. 프랑수아 줄리앙은 왕부지의 독해를 기초로 동서양 사유를 비교분석하는 <운행과 창조>라는 책을 펴낸바도 있다. 아주 무식하게 단순화시키자면 동양적 사유의 에피스테메가 운행(process)라면, 서양적 사유는 창조론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인디.... 어쨌든 아무곳이나 펴서 몇개의 문장을 인용해보자.


왜냐하면 항구적으로 거듭나는 세계의 생성 속에서 '하늘'은 운행의 절대적인 차원임과 동시에 땅의 배우자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하늘은 주체 자체가 갈망하는 자기극복의 이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하늘의 무한함은 사물의 추이에 외적인 것으로 이해되지 않으며, 하늘의 속성인 '초월' 역시 사실은 모든 작용에 불가분한 내재성의 절대화에 다름 아니다. (<창조와 운행> 25쪽)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역시나 '속성'이라는 개념인데 난 느닷없이 중용의 첫문장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이 떠올랐다.^^  천의 자기실현이라는 의미의 '命' 개념을 혹시 "실체의 본질을 구성하는 것"이라는 속성의 개념과 연관지어 생각해보면 재밌지 않을까, 라는. (속성은 결국 실체의 표현/실현이지 않는가? 어떤 점에서는 실체의 다른 말이기도 하고) 뭔 말이냐구? ㅋㅋ... 나도 뭔 말인지 모른다. 그냥 그런 생각이 스쳤다는 것.


지금부터가 요점인데, 대학/중용(성리학)의 공부와 2018년 주역 공부 사이에 기묘하게도 스피노자 강좌가 끼어있다는 것이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리고 그게 우리한테 매우 행운이라는 점이다. 다시말해 고전공방은 대학/중용/근사록(성리학)에서 주역(아마 우리는 정이천 주역을 공부할 것이다)에 대한 본격적 탐구로 나아가고 있는데(왕부지 철학의 근간 역시 그의 <주역>연구이다), 스피노자 강좌가 이후 주역공부의 문제설정에 상당히 도움을 줄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스피노자>가 아무리 어렵다고 한들, 그의 기하학적 증명이라는 문체가 아무리 까다롭다고 한들, "乾은 크고 형통하고 이롭고 바르니라" (건괘 괘사)라거나 "육이는 이루려 하지 않고 안에서 음식을 맡으면 바르고 길하리라"(가인괘 육이 효사)보다 어려울까? ㅋㅋ... 그러니 우리는 <주역>을 통해 스피노자를 이해하는 것보다 스피노자를 통해 <주역>을 읽는 지침과 문제의식 몇가지를 얻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도찐 개찐인가..ㅋㅋ).

어쨌든 결석하지 말고, 졸지 말고 (리일분수를 떠올리든, 근사록 1장을 떠올리든, 중용을 떠올리든, 노자를 떠올리든)열심히 듣자. 개인적으로는 <스피노자와 왕부지>라는 제목을 개인연구목록에 추가하였다. (추가만 했다는 것이다.)


자, 모두 홧팅!




조회 수 :
118
등록일 :
2018.01.11
16:16:57 (*.8.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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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새털

2018.01.11
17:32:53
(*.99.89.6)

도찐개찐에 한 표 던집니다!!

뭐 그래도 이렇게 저렇게 엮어서 이해해보려는 노력이 가상하다고 말하지 않을까요?

누가?

신? 자연? 스피노자? 진태원샘? 우리?

뭐 그렇게 귀신씨낟알 싸먹는 소리같은

'실체, 속성, 양태' 스피노자월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근데 이거 생활이야기가 아니라 강좌후기 게시판에 올려야 하는 거 아닌가요^^



관리자

2018.01.12
09:23:27
(*.8.78.3)

음...고전공방 게시판에 올려야 할 듯...ㅋㅋㅋ

2018.01.12
14:21:03
(*.186.85.102)

이거... 낙서 이신거죠??!!!ㅎㅎ

진태원 쌤 강의는 시간이 안맞아 못듣는것이 너무 안타깝네요

단기 집중 들으며 첨으로 스피노자를 접했는데 

개념들이 너무 궁금하더라구요 

내가 그동안 너무 숙고 없이 살았구나.... 싶구요

자극적인 이런 낙서 종종 남겨주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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