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탁풍경

페미니즘 특강~ 세 번째 날.

슬슬 가을향이 번지는 토요일 오후,

문탁에서는 지금 여기, 우리의 민주주의라는 주제의 권김현영 선생님의 강의가 있었습니다.

두 번째 강의를 하신 홍혜은 선생님도 말이 빠른 편이셨는데...권김현영 선생님은 정말 말이 빠르셨습니다.

처음에 선생님의 말 템포를 못 쫒아가서 약간 당황스러웠지만...

정신줄을 바짝 당겨 선생님의 얘기 속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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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는 진영논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진영논리는 사회구성원이 소속된 세계에 공적 권리와 의무에 대한 이해가 불가능하게 되고,

사회-심리적 긴장이 팽배해지지만 막상 이 긴장을 이해할 만한 문화적 자원이 결여되었을 때 등장합니다.

권김현영 선생님은 우리에게 1990년대가 그러하다고 말씀하십니다.

1997IMF 이후 겪게 된 구조조정 과정에서 공적 권리에 대한 이해와 의무에 대한 전제가 다 깨져나가는 등

우리 사회는 그때 크게 달라졌다고 합니다.

이때 새로운 사회적 규범을 만들어 내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그러하지 못했습니다.

이때 구조조정에서 가장 타격을 입은 것은 여성이었습니다.

가장 타격을 입은 집단은 보험 및 금융산업에 종사하던 30~49세 여성들과

자영업의 붕괴로 일할 곳이 없어진 10대 여성들이었습니다.

20~29세 여성은 신규취업이 어려워졌습니다.

여기서 결혼도 구직도 하지 않은 채 어딘가로 사라진 인구집단이 생깁니다.

권김현영 선생님은 날로 커지는 성산업에 이 집단이 흡수되었을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는 통계가 있다고 하시네요.

2007년 이후 20대 여성 자살율은 동세대 남자들을 초과하며(일반적으로 남성들의 자살 성공률이 높아서 남성 자살율이 높습니다),

2008년 경제 위기까지 겪으면서 저임금·장시간 일자리가 여성 일자리의 기본값이 됩니다.

여기서 저출산은 당연한 귀결이었죠.


그러나 1997년의 경제위기는 아빠~ 힘내세요!”가 말하듯 우리사회에서 남성의 위기로 재현됩니다.

후에 통계에서는 당시 40대 남성들이 타격을 가장 적게 받았고,

그 다음이 41~49세 남성, 그 다음은 31~40세 남성 순으로 타격을 가장 덜 받았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권김현영 선생님은 여기서부터 40대 서울 남성이 사회적 운을 독점하면서

사다리걷어차기를 가능하게 하는 정치·경제·문화적 맥락이 형성되었다고 진단하십니다.

이들은 소위 말하는 386세대입니다. 386세대는 우리사회에서 운이 좋았던 시기를 살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대학입학의 문이 가장 넓었을 때 대학에 갔고, 취업이 가장 쉬었을 때 졸업하여,

남자의 경우 학점이 아무리 낮아도 대기업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들이 취업을 해서 집을 살 시기에 IMF로 부동산이 폭락했고,

집을 소유한 이들이 이 후 집값 상승을 주도하여 2000년 초반 부동산 폭등을 이끈 주체가 됩니다.

이렇게 40대 서울 남성이 주도하는 사회의 흐름은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는데 일등공신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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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김현영 선생님은 이명박 대통령이 탄생하게 된 주요한 정치적 환경의 변화 속에

지금도 우리가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이명박은 대통령 선거에 나왔을 때 먹는 장면을 참 많이 보여줍니다.

이명박 때부터 먹고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되고, 정치는 경제의 뒤에 숨습니다.

성공하세요”, “돈 많이 벌고 행복하세요를 말하는 대통령 후보.

이때부터 정치는 기복신앙과 유사해진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이러한 이명박 정부를 탄생시킨 것이 40(지금은 50) 서울 남자입니다.

이들은 실용주의적 신자유주의 노선을 산업화세대라고 이야기 합니다.

산업화vs민주화프레임 속에서 세상을 보면서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는 이들은,

경제적으로는 이해관계를 충실하게 추구하고 정치적으로 민주화운동 당시의 기억을 바탕으로

자신들을 진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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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후 광장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권위주의에 저항하는 10대와 여성들이 모이게 됩니다.

2008년 광우병 시위에서 촛불소녀’, ‘유모차 부대’, ‘배운 여자들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정치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2009년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 이후 광장은 이전의 다양한 색깔들을 지우고 노란색으로 단일화되어 버립니다.

광장의 작고 다른 목소리들을 지우고, 다시 40대 남성들이 진영논리 아래 뭉치게 된 것이죠.

<진보집권플랜>, <나는 꼼수다>, <강남 좌파> ...

이들은 자신들의 젠더에 대한 상상력의 한계를 보이며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전형적인 온화한 가부장의 이미지로 부각합니다.

그러나 50~80대 여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박근혜에게 패하고 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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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권의 몰락은 이대의 정유라 시위로 촉발되었습니다.

이렇듯 박근혜를 무너뜨린 감각 중 큰 부분이 공정성에 대한 감각입니다.

그러나 이는 정치가 사라진 시대의 감각으로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권김현영 선생님은 보고 계십니다.

랑시에르는 policethe political을 정치에서 구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치안으로의 정치는 몫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끼리 배분을 해주고, 각자의 몫을 지키게 만드는 기능을 합니다.

한편 the political로서의 정치는 몫이 없는 자들이 셈법을 다시 하자는 것입니다.

몫이 없는 자들이 많아진 사회에서

정당한 몫을 가질 티켓을 손에 쥐면 안전하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차별에 동조합니다.

같이 살아간다는 감각자체가 삭제되고, ‘사회가 사라진 지금 여기,

우리에게 이제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자원은 가족밖에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가족의 행복이 선거판의 이슈로 자주 등장해왔습니다.

권김형영 선생님은 개인의 성공과 가족의 행복을 정치가 책임져주겠다고 약속하는 이유는

보통 스캔들을 덮거나 성별관계를 둘러싼 주요한 변화에 직면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1990IMF 이후부터 지금까지 20년간 여성들은 젠더전쟁 속에 있었지만,

진영논리가 우위를 차지하는 우리의 정치 환경에서 여성들의 목소리는 계속 사소한 것이 되고 무시되어왔습니다.


한편 1990년대 IMF에서 자신들이 가장 큰 위기를 겪었다고 생각하는 남성들은

서로를 위로하며, 각자도생 사회의 우울을 여성혐오 콘텐츠를 통해 견뎌보자며

문화판 리버럴(룸살롱 남성연대)을 형성합니다.

그리하여 여성들은 경제적 위기와 함께 문화적 폭력까지 견뎌내야 하는 지금의 현실이 만들어지게 되었죠.


이제야 비로소 지금 여기, 우리의 민주주의와

페미니즘이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이해되기 시작합니다.

영페미니스트들의 목소리와 감수성이 어떤 맥락에서 나오는지도 조금씩 이해되구요.

민주주의는 무엇인가 라는 질문부터,

진영논리를 넘는 민주주의를 고민한다면 우리는 지금 여기서 어떤 의제들에 주목해야 하는가 등등

권김현영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며 많은 생각들이 떠밀려왔습니다.

이제부터 이날 떠오른 질문들을 하나, 하나 풀어보는 시간들을 찬찬히 가져보아야 하겠습니다.


좀 더 요약해서 후기를 올려야 하는데...더 이상 요약이 어려워 다소 길게 후기를 올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5' 댓글

꿈틀이

2018.09.10
20:23:41
(*.143.212.95)

이날 강의를 정리해보면

페미니즘이 소환되어야 하는 사회는

정치적으로 또는 민주주의가

성숙하지 못한 사회입니다

그렇다면 페미니즘 담론은 결국 페미니즘의

소멸을 향해 나아가야되더군요..

자기모순 같지만

권김현영 샘의 민주주의와 페미니즘 강의를

듣다보니 이런결론에..

페미니즘 정체성이 자꾸혼란스럽고

뭔가 모순에 부딪치는 느낌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여여

2018.09.12
19:19:28
(*.226.117.49)

지금의 페미니즘조차 진영논리에서 못벗어난것 같아요

진영논리는 사회구성원이 소속된 세계에 공적 권리와 의무에 대한 이해가 불가능하게 되고,

사회-심리적 긴장이 팽배해지지만 막상 이 긴장을 이해할 만한 문화적 자원이 결여되었을 때 등장합니다.

매실

2018.09.11
12:45:07
(*.168.0.247)

권김 선생님 강의 듣고 와서 며칠간 참 울적했습니다. 제가 짐작했던 이상으로 사회가 끔찍하게 망가져 있고 한국 사회 어디에도 퇴로는 없는 거 같아서요. 오늘자 뉴스를 보는데...치솟는 집값을 보면서는 과연 정부가 집값을 잡을 생각은 있는걸까 싶더라고요. 경제적으로 보수적인 문재인 지지자들이 과연 부동산 자산을 포기할 수 있을까 싶고요. 이런 상황 속에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를 악물고 비연애. 비혼으로 무장하고 노력하는 20대 여자들과 자기들이 역차별당한다며 도리어 징징대며 성을 매수하고 자기가 사귀는 여성을 전시하는 남성들. 여기가 지옥인가 싶어 눈물이 나네요.  

둥글레

2018.09.11
20:08:28
(*.168.48.172)

386세대의 끝자락에 속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 세대가 얼마나 많은 것을 누렸는가를 세삼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청년 세대들에 대해서도 더 관심이 생기게 되었네요.

정말 감사가 절로 나오는 강의였습니다.

작은물방울

2018.09.13
02:31:25
(*.34.153.110)

페미니즘 강의를 들으면서....

구조적으로 남성화된 여성으로 살지 않으면 세상과 연결될 수 없을 것 같은 공포감으로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살아온 날들이 조금 아프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네요~~

세대는 다르지만(?)..... 사실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제가 바로설 수 있도록 또는 함께 다름을 인식할 수 있도록 여성주의와 무엇을 함께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해 볼수 있어 좋았습니다.

더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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