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탁풍경

마치 영화처럼 기차가 10분 연착을 하고 

내가 내리자마자  반대편으로 기차가 들어오고 히말라야가 떠났다.

설핏 떠나는 그녀의 뒷모습만 보았을 뿐... ...

밀양의 차가운 공기에 코끝이 시리고  맑은 하늘에 눈이 시리다. 


마중나온 인디언, 건달바, 장금샘과 점심을 먹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식당에서 우연히 이계삼샘을 만났다. 인디언샘과 이계삼샘은 점심값으로 서로를 배려하느라 눈치게임을 한다.

전날 점심에 인디언 샘이 한발짝 빨랐다면 오늘은 이계삼샘이 빨랐다. 주거니 받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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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림님 댁이 있는 위양마을은 마을이 참 조용하고 아름다웠다.

그래서인지 마을 위로 심어진 철탑의 흉물스러움이 더 도드라져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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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해 보니 이미 낯익은 분들이 많이 와 계셨다.

내주신  달달한 식혜로 목을 축이고 바로 상담에 들어갔다.

89세의 최고령이신 사례할머니부터 가장 어리신 59세 아이돌급의 주민분까지.

사주를 보기 보다는 열띤 토론장 같기도 하고,  손금 본 이야기에서 부부금슬과 건강까지 사주에 다 나온다며 신통방통해 하신다.

해지기 전 저녁 먹을 때쯤에 태어나신 사례할머니는 순한 눈매에 주름을 잡으며 웃으시다가도

박근혜를 나무라실 때는 금새 눈빛이 매서워 지신다. 여전히 할머니들은 전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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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를 통해 꼼꼼하게 건강까지 챙겨드리던 세 분(장금샘, 인디언, 건달바)은 진짜 도사님들 같다.

자식 얘기에, 손자, 조카,  집안 내력까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눈다. 친정엄마 흉도 보고 남편 흉도 보고

그렇게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으며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가까워지 있었다. 

마을분들이 모두들 돌아가시고

우리는 저녁을 먹고 가라는 말씀도 뿌리치고 일어섰으나  황토방의 유혹에 눌러 앉았다. 아니 드러누워 버렸다.

윤여림 어른이 손수 만드신 황토방에서 눕자마자 어제부터 강행군에 지친 세 분은 기절한듯 잠이 들었다.

저녁 먹으라고 문을 두드리실 때까지

그리고 우리는 정말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청국장에 땅콩을 찧어 넣어 만든 장으로 텃밭에서 캔 냉이와 배추를 살짝 삶아 조물조물,

가늘게 채썬 무우를 소금에 절여 당근과 같이 볶아 낸 나물과 김치

지난 해 봄에 캐서 냉동시켜 놓은 쑥으로 끓인 쑥국, 그새 한상 뚝딱 채려놓으셨다.

우리는 연신 맛있다고 감탄을 하면서 밥그릇을 깨끗이 비웠다.

황토방 찜질에 저녁까지 든든히 얻어 먹고서 위양마을을 떠나 너른마당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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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옆으로 달이 뜨고 있었다.


새로 리모델링을 마친 너른마당은 어제에 이어 거의 모든 분들이 출석을 하셨고 새로 두 분이 더 오셨다.

평소 보기 드물다는 실장님 내외를 비롯해서 이번 겨울 인문학에는 유독 부부가 함께 오신 분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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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녀가 달라졌다. 13.jpg

귀영샘은 진짜 공부를 열심히 하셔서 보조교사의 역할까지 척척 하신다.

(이번엔 강아지 몽구와 록키도 엄마를 따라 공부를 했는지  무지 얌전해져서 놀랐다. )

강의가 끝나자 목공소를 하시는 너른마당의 박재일님이 편백나무 도마를 선물로 주셨다.

미쳐 사진을 찍기 못했지만 은방을키친에 밥하러 가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2일차 일정을 마치고 동화전으로 돌아가는 길

세 분 도사님들의 몸에 이상이 생겼다. 

점심도 저녁도 마다하며 컨디션 조절을 하면서 버티던 장금샘, 강의 도중 식은 땀까지 흘리시더니 조금 마신 생강차 마져 토해내고

아픈  허리에 복대를 차고 다니시던 인디언샘이 기침을 하기 시작하고, 건달바는 연신 코를 훌쩍댄다.

이 세분을 지켜보며 안절부절, 노심초사 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3일차 아침

언제 일어나셨는지 귀영샘은 아침으로 호박죽을 끓이고 기차 안에서 점심으로 먹으라며 고구마도  삶아 놓으셨다.

그리고 일찍 서둘러서 단장면 구미현샘 댁으로 향했다.

14.jpg 이 방이 옷을 만드는 작업장이다. 우리 월든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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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장면 분들은 사주에 거의 수기운이 없고 구미연샘 부부 두분에게만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이 단장면 분들이 모이는 사랑방이 되는 것 같다.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고 북돋아 주며 다시 새로운 시간을 살고 계시다.


 그리고 우리는  교대로 뜸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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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직한 목소리로 꼼꼼하게 정성을 하시는 구미현샘의 뜸은 그 기운이 몸 속으로 들어오는 것이 느껴진다.

아침까지 토하며 물도 마시지 못하던 장금샘이 뜸을 뜨고 일어나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몸과 뜸의 기운, 신비롭다.

황토방에 뜸까지 제대로 힐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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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장면 주민분들과 다같이 찰칵. 이것으로 겨울 밀양인문학 일정을 마쳤다.

금방 부친 호박전 한 접시를 개눈감추듯  먹어 치우고  기차시간에 맞춰 먼저 일어섰다.


여름과 다르게 소규모로 직접 마을 분들과 만나니 좀 더 가까워지고 서로를 알게 되는 것이 좋은 점이 많다.

또 너른마당이나 어책(어린이책 공부 모임)분들은 기존에 하는 활동이는 독서 모임 등을 진행하고 계신다고 한다.

 '달공부'라고  6개월 정도를 한 주제로 공부를 하는데 한 달에 한번씩은 초청강의 방식으로 진행하는 공부도 있다고 한다.


선물과 환대를 듬뿍 받고 돌아오니 날씨가 춥지 않다.

그 사이 기온이 올라가 추위가 풀린 탓인지, 밀양에서 데워진 마음 탓인지 나는  모르겠다.



 





'8' 댓글

자누리

2018.02.01
07:30:10
(*.238.37.229)

수고하셨고.. 고맙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는 시간들..아름답네요~

새털

2018.02.01
08:52:29
(*.212.195.119)

그림같은 사진들이네요!!

향기

2018.02.01
09:32:41
(*.223.19.205)

따뜻하고 아름답습니다.

고생많으셨어요~

사주명리학을 공부해야 하는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네요^^

문탁

2018.02.01
09:39:18
(*.8.78.3)

"조촐하고 소박하지만 정겹고 알차게!!"는 백프로 달성했지만!!animate_emoticon%20(5).gif

덕분에 장금이, 인디언, 건달바를 너무 부려먹었다. ㅠㅠㅠ animate_emoticon%20(21).gif


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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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 :
2.jpg [File Size:17.4KB/Download8]

요요

2018.02.01
10:18:50
(*.178.61.222)

가만히 앉아서 이 마을 저마을 사진으로 풍경도 보고

이집 저집 구경도 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어르신들 모습도 뵈었네요.

모두 밀양 다녀오신 분들의 공덕입니다.ㅎㅎ 

고단한 몸, 푹쉬고 얼른 회복하셔요~~


밀양인문학 이모저모 살피다 보니 미처 해결못한 궁금증 하나.

너른마당의 부엌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느티나무

2018.02.02
00:14:31
(*.168.240.189)

부엌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칸막이를 만들어서 공간읗 분리했고 개수대가 안으로 들어갔어요.

청량리

2018.02.02
07:33:33
(*.23.196.254)

도사님들 고맙습니다~ 그리고 옆에서, 후기까지 많은 일을 해 주신 도우미님들 고맙습니다~

얼른 몸이 나아지셨으면 좋겠네요...힝~


작은물방울

2018.02.04
19:56:18
(*.34.153.110)

후기를 보니... 마음이 짜아~안  하네요!!


건달바, 인디언님

너무 많이 아프지 말고 일어나세요!! 쌍화탕 쏠께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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