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술밥상게시판

 

청소하는 밥티스트

 

 

2016년 7월 22일 금요일 세콰이어가 쓰길

 

3년 만에 돌아온 문탁은 모든 것이 낯설었다. 동학들의 얼굴도, 공간도.

낯섦은 세미나가 끝난 뒤 점심을 먹을 때 보다 강렬하게 다가왔다.

예전 문탁의 주방은 현재 담쟁이 베이커리 공간이라 세미나 끝나면 직행해서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좁은 공간이라 자리를 고를 세도 없이 안쪽부터 차곡차곡 자리를 채우면 되었다.

그러나 지금의 주방은 문탁의 공부방과 다른 건물에 있어서 세미나 끝나고 밥을 먹을지, 말지 고민하게 만들었다.

어색하고, 서먹한 분위기 속에서 쉼 없이 젓가락질만 하며 묵묵히 밥을 먹느니 집에 가서 편하게 먹으려고

세미나 끝나고 바로 집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건 좀 아니다 싶었다.

문탁이 ‘밥상 공동체’인데 밥상을 피해서야 말이 안 되지 않는가. 

 

보다 적극적으로 동학들과 이야기도 하고, 친해지려면 활동을 하는 게 최고다.

활동에 앞서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니 딱히 할 만한 게 없었다.

머뭇거리고 있는 내 마음을 꿰뚫어 보았는지 루쉰팀 회식자리에서 문탁 선생님이 활동을 해보라며 권유하셨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파지사유 토요인문학 매니저에서 지금의 밥티스트 자리로 옮기게 되었다.

사실 밥티스트는 나와 가장 관계가 먼 활동 중의 하나라고 생각했다. 나에게는 ‘밥티스트 = 인디언, 풍경’이었다.

인디언, 풍경님의 손맛이야 문탁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지 않은가.

(두 분은 나의 친정엄마도 안하시는 요리를 뚝딱뚝딱 해내셔서 나는 늘 감탄했다.)

기껏해야 보조만 가능 할 텐데 내가 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일단 시작하기로 했다.

 

image3.jpeg

 

더 이상 월회원 생산을 하지 않는 주술밥상에 드디어 여유가 생겼다.

바쁘게 음식을 만들어 내느라 분주한 주방을 대청소하기로 했다.

오호, 청소라! 청소는 집안일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자신 있는 분야다.

이럴 때 상대적으로 젊은 피의 힘을 보여줘야지.

가장 먼저 하수구 악취가 올라오는 배수구 뚜껑을 열었다. 윽. 음식물 찌꺼기,

재료를 다듬고 흘러나온 흙, 곰팡이가 뒤섞여 있었다.

흙을 거둬내고, 베이킹 소다를 풀어 곰팡이를 지우고 윤이 나게 닦았다.

새털, 여름, 고로께님은 버릴 것을 구분했다. 냄비와 믹싱볼, 보관용기를 꺼내서 잘 사용하지 않는 것, 중복되는 것,

뚜껑이 없는 것을 골라내었다. 청소의 기본은 ‘버리기’다.

그런데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면 청소가 표 나지 않는다.

다행히 밥티스트들은 매의 눈으로 버릴 것을 과감하게 골라내고, 정리하는 선수였다.

 

image2.jpeg

 

조리대를 닦고, 도구들을 정리하고, 양념통을 제자리에 배치하고 라벨링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약 세 시간 남짓 염천 더위 속에 주방을 쓸고 닦고 정리하다보니 제법 깨끗한 주방의 꼴이 갖춰져 갔다.

문탁의 주방은 많은 사람의 손이 거쳐 가는 곳이다.

익숙하지 않은 공간이기 때문에 밥을 할 때마다 양념과 도구들을 찾는 곤란함은 어쩔 수 없다.

주기적인 청소와 정리정돈은 밥당번들의 수고를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맛있게 먹는 음식을 만들 자신은 없다.

한 번도 김치를 담가 본 적이 없고, 흔한 갈비찜 요리도 할 줄 모른다.

스마트폰이 없이 할 수 있는 요리는 손에 꼽을 정도이다.

그래도 주방은 여차저차 굴러갈 것이다.(고로께님이 있으니까. ^^;)

난 주방이 잘 굴러갈 수 있게 청결을 도맡는 역할을 자처할까 한다.

수저를 소독하고, 행주를 삶고, 냉장고를 청소하고...(물론 모든 밥티스트들이 하는 활동이긴 하지만)

많은 사람의 밥을 책임지는 주방은 맛과 함께 청결도 중요하니까.

 

주술밥상로고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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