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송유랑단

<낭송 이옥>2회 후기

2018.01.23 09:59

느티나무 조회 수:153

이옥, 그는 유머러스합니다.

그런가하면 애잔하기도 하고, 담백하다가, 질펀하다가, 섬세하기까지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오늘밤 그를 위해 죽어도 좋을 연분을 만났으나

누가 알았으랴. 그는 남들이 능하지 못한 것에 능하면서 오리려 남들이 능한 것에 능하지 못하고,

남들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가졌지만 저 홀로 남들이 가진 것을  가지지 못했음을.

하여 분명 만났으되 만나지 못했다는 한탄만 남았으니, 아, 끝이로구나! 이 세상에서 이 사람이란 진실로 만날 수 없는 것인가!"

하는 연분에 대한 한탄이 있고


술이 맑아도 마시고 탁해도 마시고, 달아도 마시고 시어도 마시고, 진해도 마시고 묽어도 마시고, 벗이 있어도 마시고 벗이 없어도 마시고... ...

그러나 술은 걱정을 잊으려 마시는 거라는데 걱정은 마음이 처하는 곳에 있으니 그 마음을 다른 곳으로 옮겨 걱정이 따라오지 못하게 한다.

술을 마시면 술병을 잡고 흔들면 마음이 술병에 있게 되고, 장을 잡아 술이 넘치는  것을 조심하면 마음이 술잔에 있게 되고, 안주를 잡에 목구멍으로 넘기면 마음이 안주에 있게 되고...생략

하는 애잔함이 있고


결혼한 여인의 비애를 담은

차라리 가난한 집 여종이 될지언정 서리(胥吏) 마누라는 되지 말고,

차라리 서리 마누라는 될지언정 군인 마누라는 되지 말고,

차라리 군인 마누라는 될지언정 역관 마누라는 되지 말고,

차라리 역관 마누라는 될지언정 장사꾼 마누라는 되지말고,

차라리 장사꾼 마눌라는 될지언정 난봉꾼 마누라는 되지 말라.

하는 절절한 사연도 있다.


또한 그의  글을 읽으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혹은 늘 상 보고 있지만 무심히 지나치고 있는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도 된다.


 이옥은 문체반정의 억압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글을 쓰겠노라, 내가 본 것을, 내게 일어난 일들을, 나의 언어로, 나만의 글을 쓰겠노라고 선언했다. 

 또한 그는 '글쓰기의 세가지 어려움'을 말하는데

채운의 해석에 의하면 이것은 그의 글쓰기가 기존의 영토로부터 달아나는 세 가지 도주선이라고 한다.


첫번째 도주선, 일난(一難)

자아에 붙들리지 않기-자신이 소유한 감정, 의식, 의무가 만들어 낸 단단한 돌덩이,

이 모든 것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만이 모든 것과 만날 수 있다. 

자신이 끊임없이 사라지는 새로운 공간을 향한 자기 버리기다.


두번째 도주선 이난(二難)

이념으로부터 달아나기-글쓰기를 가능하게 하는 건 순수한 이념(예: 성리학, 민중적, 혁명적, 진보적...)이 아니라

오물과 피로 얼룩진 현실, 번뇌와 칠정으로 요동치는 리얼한 마음자리다. 글쓰기의 자리는 이념과 선악의 저편이다.


세번째 도주선 삼난(三難)

지배적 언어로부터 달아나기-누구나 자신이 속한 시대의 코드를 완전히 버리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자들의 웅성거림에 귀기울일때 그들의 언어는 내가 갇힌 영토의 빗장을 풀 수 있는 패스워드가 된다.


이옥의 글쓰기는 성리학의 단단한 지배논리에 미세한 균열을 내는 망치질이었다.

해학과 철학 사이를 오가며 유희를 펼치는 그의 글쓰기

곱씹고 곱씹어서 몸에 새긴다면 글쓰기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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