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

지난 3월 20일! (적어 보니 더욱 실감 나네요. 뒷북 후기.. 너무 늦은 후기.. 반성합니다...;;;)

<더 북>의 2018년도 첫 뉴스가 있었지요.   

주제는... (오래 되어 기억하실런지 모르겠습니다만 ^^;;) "체르노빌-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였습니다. 

그 생생했었던 디저트 뉴스 현장의 원고를 지금!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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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png 안녕하세요? 더북 뉴스쇼, 블랙커피입니다

2018 번째 더북 뉴스쇼는 체르노빌-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다루고자 합니다체르노빌 사고는 1986 4 26, 후쿠시마 사고는 2011 3 11일에 있었습니다. 각각 32, 7년의 시간이 지난 2018 3월 오늘, 우리는 체르노빌과 후쿠시마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먼저,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오늘을 말씀해 주실 곰곰 기자 모시겠습니다.


#1. 현장리포트 -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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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png 안녕하세요? 곰곰입니다. 저는 이번에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오늘을 정리해 보았는데요

~ 화면을 보실까요1986 4 26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에서 벌어진 최악의 원전사고로 유령도시가 프리피야트 라는 도시입니다

원전 노동자들을 위해 계획적으로 조성된 곳은 ‘꿈의 도시’로 통했습니다. 체르노빌 사고 도시 평균 연령이 26세밖에 되지 않았고 

4만명 이상이 살던 활력있는 도시였는데요. 이제 숲과 동물에게 완전히 정복당했습니다.

블랙.png 원전 노동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도시가 30년이 넘은 오늘날, 유령도시가 되었군요.

그런데 지금 수치는 무엇을 뜻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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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png   , 폐허가 프리피야트 놀이공원 앞에서 최근에 측정한 방사능 수치입니다

지금도 37.25 μsv/h(마이크로시버트) 서울 평균의 370 수준입니다. 30년이 지났어도 수치가 매우 높습니다.

블랙.png  저렇게 방사능 수치가 높은 곳에서 아직 사람들이 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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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png  , 체르노빌 거주금지구역을 보시겠습니다. 곳에는 현재 자발적 귀환자 168명이 살고 있습니다

대부분 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온 이들입니다. 그린피스 보고서에 따르면 이곳 거주제한지역의 뿌리채소와 베리류 등에는 여전히 세슘137 같은 방사성 물질들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2009 후부터 우크라이나 정부는 식품에 대한 방사능 오염 모니터링을 중지했다고 합니다.

블랙.png  방사능 오염이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인데...방사능 오염 모니터닝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방사능 오염 식품을 그냥 먹으라는 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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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png 그렇죠? 좀 어이가 없습니다. (위) 다음으로 보실 것은 지금의 체르노빌 발전소 모습입니다.

발전소는 전력만 생산하지 않을 뿐 신석관 공사와 같은 폐로 작업이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하루에 5천여명의 노동자들이 근무하는데 이들은 개인 피폭 허용량을 넘지 않는 선에서 교대한다고 합니다. (아래)이것은 폭발한 체르노빌 원전 4호기의 현재 모습입니다. 사고 당시 4호기를 봉인한 석관이 노후화되어 고농도 방사선이 누출되자, 이를 완전히 봉인하고자 2016 3조원을 들여 강철돔을 제작했습니다.

블랙.png  아! 저렇게 강철돔을 사고 원전에 씌웠군요.

곰곰.png, 강철돔을 씌웠지만 방사능 유출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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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png 특히 풀밭이나 이끼가 있는 곳은 방사능 오염이 심각한데, 체르노빌 발전소 내부를 이렇게 주인없는 개들은 떠돌아 다닙니다.

블랙.png 3조원을 들여 강철돔을 씌었다고...자연을 구성하는 생명들의 피폭을 완전히 막지는 못하네요.

곰곰.png. 그렇습니다. 체르노빌 사고가 난지 32년이 지났지만 체르노빌에서의 피폭은 계속 진행 중입니다

다음으로 후쿠시마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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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png 일본 정부는 지난 5년간 지도상에 노란색으로 표시된 ‘거주 제한 구역’과 녹색으로 표시된 ‘피난지시 해제 준비 구역’에서 방사성 오염을 제거하는 제염작업을 시행해 왔습니다. 특별한 작업은 아니구요. 민가와 도로 20m 반경 지역 지표면의 오염된 흙을 약 5센티미터가량 걷어내 밀폐된 플라스틱 자루에 담는 방식입니다. 후쿠시마 현의 75% 이상을 차지하는 산림은 아예 건드리지도 못했습니다. 제염 후에도, 이 지역 대부분 지점에서, 일본 정부가 설정한 목표인 0.23μSv(마이크로시버트)를 넘는 방사선 수치가 측정되었습니다.

블랙.png 방사능 오염제거 작업을 해도 높은 수치의 방사능이 계속 검출되고 있군요.

곰곰.png . 이렇게 효과는 미미했지만, 제염작업으로 발생한 핵폐기물의 양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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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png 사진과 같은 핵폐기물 자루가 주택과 농지 인근 노지에 그대로 쌓여 있는 곳이 후쿠시마 현 내에 이미 146천 개가 넘게 있습니다. 보낼 곳도 없이 산처럼 쌓여있는 핵폐기물 앞에 서면 그 누구라도 할 말을 잃게 됩니다.

블랙.png! 저런 곳이 14 6 곳이 넘는다구요? 정말 놀랍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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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png 이런 상황인데도 일본 정부는 여전히 방사능 관리 기준치를 넘어서는 피폭 위험 지역으로 사람들을 돌려보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거액의 건설비를 들여 가설소각시설을 곳곳에 건설하고 아까 보신 폐기물 더미를 소각한다고까지 하는데요. 이곳 연기에서 나오는 미세한 입자가 다시 사람들의 내부 피폭을 일으키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블랙.png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해 발생한 어마어마 양의 피폭물은 2, 3차의 피폭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군요.

곰곰.png  . 일본에서는 이렇게 피폭의 연쇄가 한참 진행 중이지만, 이것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기에 쉽게 감추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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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png 그리고 최근 들어 도쿄역과 오다이바 등 관광객들이 자주 오가는 금싸라기 땅에 후쿠시마 지역특산물을 알리고 판매하는 일이 잦아졌고, 후쿠시마에서는 벌써부터 관광 부흥을 위해 각종 시도가 한창이라고 합니다. 체르노빌과 다른 점이 있다면 민간이 아닌 정부가 나서서 공격적으로 관광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죠. 그러나 이들은 후쿠시마 자연의 아름다움이나 야외활동을 부각시킬 뿐 방사능 정보는 별로 언급하고 있지 않습니다. 안전이나 교육보다는 지역경제부흥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입니다.

블랙.png 후쿠시마 수산물에 대한 우리 정부의 수입금지 조치를 둘러싸고 일본 정부가 2015 WTO 제소했는데, 결국 우리가 1차에서 패소했죠. 방사능이 눈에 보이지 않고, 당장 유해성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이렇게 밀어붙이는 일본 정부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정말 기가 막히네요그런데, 일본의 시민들은 후쿠시마 사고 후부터 지금까지... 어떤 반응들을 보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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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png  후쿠시마 사고는 일본 시민들에게 원전의 잠재적 위험성을 일깨웠습니다. 어디에서도 제대로 정보를 제공하지 않자 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배우고 조직화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합니다.일본의 반원전 활동가들은 도쿄 경제산업성 청사 앞에서 지속적으로 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 농민들은 방사능 기준치에 한참 못미치는 수준의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제품의 생산 과정을 모두 공개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원전 관련 소송도 크게 늘어났습니다. 원전 사고 피해자들이 도쿄전력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 외에, 원전 ‘재가동 반대 소송’과 같은 다양한 유형의 소송이 일본 전역으로 확산되는 추세라고 합니다.

블랙.png 시민들이 원전의 위험성에 뜨고 원전 재가동 반대 소송 반원전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 참으로 반갑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후쿠시만 사고 후에도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 지역에서는 원전추진파 의원들이 당선되기도 했다는데요. 아직은 원전에 대한 전체 합의를 이루어내진 못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여기까지 현재까지도 피폭이 진행 중인 체르노빌-후쿠시마의 현지 소식을 곰곰기자가 정리해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2. 현장리포트 - 3.11 전후의 일본 젊은이들의 일상


블랙.png 다음으로 후쿠시마 사고 전후의 일본의 청년들에 대해 취재해오신 매실 기자를 만나보겠습니다.

매실.png 안녕하세요? 매실입니다.

저는 일본의 사회학자 후루이치 노리토시가 2011, 26세의 나이에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이라는 책을 중심으로 3.11 동일본 대지진 후의 일본 젊은이들의 상황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책은 출간 15 부를 돌파하며 일본 열도를 충격에 빠뜨린 문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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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가 악화 일로에 접어든 상황에서 집계된 <일본 국민 생활 만족도 조사>에서 무려 20대의 75% “나는 지금 행복하다”라고 응답했다고합니다경제 발전을 기대할  없는 저성장 시대꿈과 목표를 상실한 시대에 어떻게 스스로 행복하다고 여기는 기묘한 안정감이 가능할까요더욱이 흥미로운 점은 이런 현상이 3.11 대지진 이후가 아니라  전부터 이미 익숙해진 상황이었다는 겁니다좌절감과 무력함은  이전부터 이미일상화되었다는 것이죠

후루이치 노리토시는 미래의 가능성이 남아있는 사람이나 장래의 인생에 희망이 있는 사람은 ‘불행하다’ 말해도 자신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일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바꿔 말하자면 이제 자신이 이보다 더 행복해질 일은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 인간은 오히려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 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일본의 젊은이들은 자기와 비슷한 처지의 동료들과 맥주 한잔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큰 돈 쓰지 않는 소비를 즐기고 주말에 짧은 여행을 다니면서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을 누리며 지금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최근 한국 사회의 트렌드로 부상한 ‘소확행 - 작고 확실한 행복’을 보면 우리 사회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걸로 보입니다.

공통의 목표나 삶의 보람을 상실한 시대에 일본 젊은이들이 행복을 느끼는 또 다른 이유는 ‘동료’가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지역 사회를 기반으로 한 작은 공동체들이 많이 있다고 합는데요, 젊은이들은 이런 공동체에서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확신을 받고, 상호 승인을 해주는 동료들을 만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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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 대지진 이후에도 일본 곳곳에서 <원전 반대> 운동이 벌어졌고젊은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지진 피해 지역으로 달려갔지만 과격한 시위와는 거리가 아주 먼, 편안하고 즐거운 축제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사회 운동을 하기 위해 모인 공동체라 하더라도 이 곳이 ‘마음 둘 곳’이 되면서 초기의 목적성이 냉각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특유의 느슨함 때문에 어떻게 와해될지 모른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도 협동조합, 마을공동체 사업이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매우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자본주의의 대안이라기 보다 체제와 공존하는 안식처가 되고 있습니다만, 각자 도생으로 내몰리는 사회에서 이렇게라도 나를 승인해주는 동료조차 없다면 어떻게 버텨나갈 수 있을지,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한편으로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 프리터로 살아가더라도 웬만한 정규직 직장인의 월급을 받을 수 있으면서 외로움을 나눌 수 있는, 크고 작은 공동체가 있는 일본 젊은이들이 부럽기도 합니다.

블랙> 어찌보면 재난은 일본 젊은들이들에게 3.11 이전부터 있어 왔고, 그래서 좌절감과 무력감이 일상화되어 왔다는 얘기가 무척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점들이 소소한 행복을 찾는 움직임으로 수렴되고 있다는 것도 여러 가지로 생각해보아야 할 점인 것 같습니다.


#3. 두 편의 칼럼 발표 


블랙.png  다음으로 꿈틀이 기자가 체르노빌-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대한 뉴스 쇼를 준비하면서 생각한 것을 ‘침묵’이라는 키워드로 정리했습니다. 함께 경청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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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png  우리는 지금까지의 경험과 지식으로 설명할 수 없는 원전사고라는 압도적 현실에 침묵할 수밖에 없었고, 원전사고를 은폐하고자 하는 자들에 의해 침묵을 강요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보이지 않고 말하지 않은 방사능은 계속 침묵하고 있을 것 같기만 합니다.

그러나 목소리들이 침묵을 깨는 순간... 그것은 희망이 될까요? 절망이 될까요

아마도 그것은 오늘을 살고 있는 바로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제 오늘 더북이 준비한 마지막 코너입니다이번 3 10일 나비행진에서의 김지원 기자가 발언한 글을 다시 들어보며 뉴스쇼를 마치겠습니다. 지금까지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원.png <무기력한 세대, 무력한 인간> 글 발표


저는 지난 몇 년 동안 "청년들이 무기력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때로는 누군가가 저와 제 친구들에게, 때로는 제가 저보다 어린 친구들에게 그렇게 말해왔습니다. 저는 두해 전까지 대안학교의 목공 강사로 일한 적이 있습니다. 수업을 나가면 아이들의 표정이, 행동이 무기력해 보였습니다. 그런 말을 누누이 들어왔기 때문인지, 그 말이 실제로 적합해서였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세상에 '무기력'한 젊은이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20대를 살아보니, 무기력하다는 말이 썩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무기력하다"는 말은 곧 "무기력하지 말라"는 말이고, "무기력하지 말라"는 말은 "뭔가 하라"는 말입니다. 그러나 제가 느끼기에 아이들과 청년들은 이미 너무 많은 것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들이 무기력한 것은 이미 하고 있는 것들이 그들에게 어떤 성과나 즐거움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노력해도 그만한 결과를 얻지 못하는 우리 세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기성세대들이 '무기력'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 아닌가, 저는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어렴풋이 문제는 사회에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세대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사회가 바뀔까? 그런 질문을 가지며 살다보니, 자연스레 다른 많은 사회 문제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밀양을 알게 되었고, 세월호를 알게 되었고, 쌍용자동차나 강정마을, 또 페미니즘 같은 문제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뒤늦게 후쿠시마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문제에 처해있는 사람들이, 무기력한 청년들과 비슷한 신세가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가 이 사람들을 안아주지 못한다는 점, 그리고 이런 문제들의 책임을 사회가 아니라 개인의 탓으로 만든다는 점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들은 밀양의 할매들과 세월호의 부모들을 보고, 돈 때문에 버티고 있다는 말을 합니다. 이 사람들은 왜 이렇게 말하는 걸까요? 분명히 문제는 사회적인 맥락에서 발생했는데, 책임을 왜 개인들에게 뒤집어씌울까요? 제가 만난 할매들과 엄마들은 돈 때문에 버티고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분들은 당신들에게 일어났던 것과 같은 비극이 누구에게도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사회가 품지 못하는 개인이 거꾸로 사회를 품으려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싸움을 존중하는 사람들마저도 때론 이들을 '무력'하다고 말합니다.

'무기력하다는 것'과 '무력하다는 것'은 같지 않습니다. 보통 '의지가 없어' 아무 것도 안 하려는 것을 '무기력하다' 말하고, '능력이 없어' 못하는 것을 '무력하다' 말합니다. 청년들도 실은 무기력한 것이 아니라 무력한 것입니다. 무언가를 계속해서 시도하지만 그것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입니다. 무기력은 그런 과정이 있은 뒤에야, 좌절이 있은 뒤에야 찾아오는 '결과'입니다. 청년들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건 자신들의 무력함을 깨닫는 순간이며, 이것은 사회적인 문제입니다.


저는 후쿠시마를 통해, 우리 세대의 '무력'이 무엇인가를 더 절절하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방사능은 보통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물에 섞여 흘러간 방사능은 불과 몇 년, 대기 중으로 흘러간 방사능은 고작 몇 달, 몇 주면 전 지구를 순환한다고 합니다. 사람들의 몸속으로 들어와 천천히, 조금씩 사람들을 파괴합니다. 저는 방사능이 무서워서 방사능 측정기를 사보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절망에 빠졌습니다. 저 같이 돈이 없는 청년은 방사능 측정기가 너무 비싸서 못삽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방사능 측정기를 사면 뭐하겠습니까. 내가 사먹는 음식들이 싼 음식들이고, 싼 음식들은 어디서 생산되고 가공되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습니다. 이것이 제가 실감하는 무력함입니다. 그런데 저는 후쿠시마를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이 '무력함'은 우리 세대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밀양을 비롯한 여러 사회 문제의 약자들에게만 해당되지도 않습니다. 오늘날에는 '전 인류가 무력합니다.'

일본의 사상가 사사키 아타루는 말합니다. 이 '압도적인 현실'앞에서 무력하지 않았던 것은 하나도 없다고, 도대체 '힘이 있다'는 게 무얼 의미하는 거냐고… 다만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습니다. 무력하지만, 그러나 무의미한 것은 아닙니다. 각각의 순간들에 무력했던 그것들이, 결국엔 좋든 싫든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오지 않았습니까? 그렇다면 문제는 어쩌면 간단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무력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다 알지는 못하지만, 내가 믿는 것에 건다. 다시 한 번 사사키 아타루를 인용하면서 끝내겠습니다. 

"원전 사고의 방사선 피해는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종류의 핵무기와 원전은… 폐기 돼야 합니다. 인류는 모든 지혜를 모아 진화해야합니다. 이는 후퇴도 철수도 아닙니다. 이는 변혁이자 새로운 세계의 시작입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즉 이쪽에 걸겠습니다.(이 치열한 무력을)" 

그리고 더 많은 분들이 이쪽에 거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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