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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게릴라 세미나> 2부 후기

2018.07.22 13:36

매실 조회 수:159



벨벳글라라님이 워낙 후기를 잘 정리해주셔서 저는 제가 발제한 부분에서 토론한 문제 위주로 간단히 정리해보겠습니다. 


백래시 2부에서는 '반격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면서 19세기 중반부터 1980년대까지 어떻게 페미니즘이 부상했다가 반격을 받고 후퇴를 반복했는지 서술했습니다. 미국에서 삼십년 전 상황인데도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 처럼 생생하게 다가왔습니다. 


1) 1980년대엔 '신전통주의'가 부상하면서 여성을 가정으로 돌아가게 하기 위한 '고치짓기'라는 허구적 트렌드가 나타났는데요. 흔히 '좋은 엄마 이데올로기'라고 할 수 있는 이런 '이미지'를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따라한 건 아니었습니다. 사실 지금 한국사회의 젊은 엄마들도 그렇습니다. '좋은 엄마'가 되진 못하지만 '좋은 엄마'를 준거로 삼고 끊임없이 자신을 비교하게 됩니다. 게다가 2000년 중반 이후 부상한 '신자유주의 모성'은 엄마 역할에 '성과'를 부여 합니다. 아이의 키도 엄마의 능력이라고 하는 거죠. 자식 키 작게 '방치'해두면 안 됩니다. 이러한 '관리하는 모성'에 의해 아이들의 인생은 주도면밀하게 기획되고 그걸 잘하는 엄마가 '좋은 엄마'라는 칭송을 받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런 엄마들은 매우 극소수에 불과하죠. 그럼에도 일반 엄마들을 '통제'합니다. 내가 '좋은 엄마'가 될 수는 없지만 좋은 엄마 이미지와 비교하게 되면서 엄마로서 자존감이 하락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지금으로도 충분하다가 아니라 계속 결핍을 가지게 됩니다. 이런 것도 '통치'의 한 방법이 아닐까 싶네요. 


2) '여성들이 불의를 공격하는 대신 적응하는 법을 배웠다'는 문장이 너무 와닿았습니다. 혼자 라고 느낄 때 여성들은 침묵하게 된다,. 또 혼자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독박육아'를 하면서 톡톡히 겪었는데요. 집에 있는 엄마들은 저마다 다 자기가 혼자라고 생각하고 구조적 원인을 바라보려 하기 보다 '다 내탓'이라고 여기게 됩니다. '좋은 엄마' 이데올로기와 싸우기 보다 좋은 엄마 이미지를 내면화하고 육아서와 자기개발서를 읽어가며 혼자 해결하려고 합니다. 아니면 심리치료를 받고요. 



3) 또한 가부장제와 남성중심문화와 싸우기 보다 지금 내가 사는 남자와 잘 사는 법으로써 남편을 큰 아들 삼습니다. 동등한 관계를 위해 같이 노력하기 보다 남성을 '돌보는 주체'가 되고 맙니다. 자식 살피듯이 남성을 챙겨줘야함을 요구받습니다. 위태로운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노력을 여성에게만 부여하는 식입니다. 남성들은 아무리 해도 말을 듣지 않으니까 사람을 바꾸긴 너무나 어려우니까 부부관계를 끝내지 않으려면 여자가 더 노력하고 남자에게 맞춰주고 달래고 어르고 챙기고 칭찬해주면서 살라고 합니다. 


요즘 남성 육아휴직도 늘어나는 추세인데 제 주변 많은 경우가 남성이 육아에 참여하면 '챙길 것과 돌볼 일이 오히려 늘어나 번거롭다'고 했습니다. 남성은 육아를 분담해도 적극적인 육아 주체가 되지 않고 같이 아이가 되어버리는 거죠. 그럼, 육아휴직은 쓸모가 없느냐, 아닐겁니다. 육아휴직은 필요합니다. 제도가 있어야 '남자도 애 보기 위해 회사를 쉴 수 있다'는 근거를 상상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제도의 정착은 개인의 노력입니다. 우린 계속 포기 하지 말고 싸워야 합니다. 저도 제 딸에게 '니가 참고 살아라' 이런 말은 하고 싶지 않거든요. 



4)  페미니즘이 성과를 거둘수록 남성들의 울화는 깊어지고 페미니즘의 희미한 성과에도 남성들은 정체성의 말살 위협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가장'으로서 권위를 더이상 가질 수 없는 맞벌이 시대, 남성들은 바람 불면 날아갈 듯 연약한 한 조각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발버둥 칩니다. 더군다가 요즘 10-30대 남성들은 남성으로서 기득권이나 특권을 아직 누리지 못했습니다. 그들 눈에 보기엔 모든 것이 '여성 중심'으로 돌아가는데 (집에서는 엄마가 권력을 쥐고 있는 걸로 보이고 학교에선 죄다 여자 선생이고 여자아이들이 공부를 잘하고) 오히려 자기들이 역차별 받는다고 주장합니다.  


손아람 작가의 경우 이런 것을 역차별이 아닌 '차별비용'이라고 말합니다. 40대 중후반을 넘어서면 사실상 이 사회의 거의 모든 부분이 '남성중심'으로 돌아가는데 아직 그것을 겪지 못했고, 그런 남성 기득권을 누리는 대신 남성들은 '차별 비용'을 어렸을 때부터 치루게 되는데 젊은 남성들은 그걸 역차별이라고 여긴다고요. 그런데 지금 남성들은 과연 아버지 시대처럼 남성으로서 기득권을 가질 수 있을까요? N포 세대로 그들은 취업, 결혼을 포기합니다. 극소수 엘리트를 제외한 대부분 젊은 남성들의 앞날은 암울해보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과연 '여자에게 당하고만' 살고 있느냐면 또 아닙니다. 10대부터 남자아이들은 '여성혐오'가 뭔지도 모른채 여성혐오를 일삼습니다. '아무리 소수의 여자아이들이 남자아이들을 이긴다 한들' 여전히 남성들의 젠더감수성은 미비합니다. 



5) '탈코르셋 운동'이 펴지며 이런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꾸미는 건 내 자유이다, 꾸미는 것, 쇼핑하는 건 나의 선택이다. 이런 말이요. 전 백래시에서 읽은 이 문장이 바로 연결되더라고요. 

"매스미디어는 여성의 정치적 발언을 막는 대신 쇼핑으로 자기 표현을 하도록 했다. 상품을 구매할 권리를 갖고 상품을 선택하는 페미니스트가 된다." 

모든 것이 개인의 '선택'인 시대, 우린 정말 '스스로 선택'한 거 맞을까요. 모든 걸 개인이 선택할 수 있다고 믿게 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또 '쇼핑'만큼은 마음껏 할 수 있기에 우리는 스스로 '자유롭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낳은 것도 아이를 낳고 직장을 그만두는 것도 다 나의 '자유로운 선택'일 뿐이고 내가 원해서 한 게 됩니다. "네가 선택했잖아." 이 말은 개인이 사회와 구조를 보지 못하도록, 개인과 사회를 분리시켜서 개인의 발언권을 차단해버립니다. 




다음 주는 백래시 3부를 읽어옵니다. 발제는 넝쿨샘과 기연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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