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2018 더치 커피 활동을 마무리 하며

2019.01.02 17:13

진달래 조회 수:50


포부는 크게

 

더치커피를 하라는 이야기는 진작부터 있었다. 안정적으로 들어오는 활동비, 사실 주 목적은 이것이었다. 하지만 커피를 내려서 판다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겁도 났고, 적자를 내지 않을 자신도 없었기 때문에 내내 거절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다 주학이해체되고 게으르니샘은 전격적으로 주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내게 또 말했다. “나는 이제 더치커피 못한다. 진달래가 안 받으면 담쟁이베이커리에 넘긴다.”

그 사이 파지스쿨의 배치도 바뀌었다. 주학이라는 든든한 뒷배 없이 달랑 나와 뿔옹이 맡게 된 것이다. 그래서 생각했다. ‘더치커피를 파지스쿨에서 하면 돈 좀 쓸 수 있지 않을까?’ 문탁 공부의 특징이 활동과 공부를 함께 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파지스쿨러들에게 이런 기회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스무 살이 넘어 파지스쿨에 들어오는 아이들은 대체로 돈을 스스로 벌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고, 우리가 보기에 얼마 안 되는 밥값이나, 차비 등에 예민했다. 아이들이 파지스쿨에 더 자주 오게 하기 위해서, 나는 단 돈 만원이라도 주면서 밥값이라도 보태라고 하고 싶었다.

더치커피는 활동비의 비율이 높다보니 늘 적자다. 하지만 혼자가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할 생각을 하니 힘이 좀 났다. 그리고 2월 큰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 교사인 사촌언니가 답례품으로 더치커피를 돌리고 싶다고 했다. 게으르니샘과 나는 대량납품(200ml*80)을 처음 해 보면서 이러다 더치커피 대박 나는 거 아니냐고 했다. 이 기세라면 파지스쿨러들과 함께 외부판매도 늘리고, 장터도 여기저기 나가면 금방 흑자가 날 것 같았다. 일찌감치 새은이 더치커피 활동을 함께 하기로 했고, 이제 파지스쿨에 친구들이 들어오면 커피도 공부하고, 홍보물도 함께 만들고, 나는 그걸로 글도 쓰고 꿈에 부풀어 있던 날들이었다.

 


파지스쿨은 하루, 그러면 활동은?

 

파지스쿨을 하루로 만든 것은 파지스쿨에서만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걸 통해서 문탁의 다른 활동과 공부를 더 많이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예시로 만든 파지스쿨러의 일과표는 수요일, 파지스쿨을 전후해서 밥도 하고, 세미나도 하고, 활동도 하면서 하고 싶은 공부를 찾아서 하도록 배치하려했음을 보여준다. 이런 파지스쿨의 계획은 절반은 성공했고, 절반은 실패했다. 파지스쿨에 끝까지 남은 친구들은 이렇게 생활하기도 했지만 처음 파지스쿨에 들어온 친구들은 파지스쿨 이외의 시간에 학원에 다녔고, 하루 더 나오는 일을 꺼려했다. 공부는 공부, 나머지는 글쎄요? 1분기에 들어온 친구 중 몸이 약한 지훈이와 음악을 배우는 동준이는 더치커피 활동을 함께 하자는 제안을 거절했다. 시간이 없어서, 혹은 힘들어서. 결과적으로 동준이와 지훈이는 1분기를 끝으로 파지스쿨을 그만두었다. 2분기 역시 비슷한 과정이 반복되었다. 3분기에 들어온 세현이는 집도 멀었고, 바쁘고, 그리고 시간이 얼마 없어서 더치커피 활동을 함께 하자는 제안도 해 보지 않았다.

커피를 내리는 일도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내게도 익숙하지 않은 일, 그리고 정확한 시간에 설치하고 정확한 시간에 포장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어떤 날은 하루면 커피가 다 내려지다가도 다른 날은 이틀이 지나도 내려오지 않는 일들이 반복되자, 무슨 요일에는 누가 생산한다는 계획도 자꾸 삐걱거렸다. 나는 문탁 공부방에 거의 매일 있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 땡볕에 커피가 어떤지 잠깐 보러 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장터 역시 만만치 않았다. 장사는 나도 낯설고 힘들었다. 다 같이 뻘쯤하게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기 일쑤였다. 길드다 홍보차 나온 동은이 도와주거나, 뿔옹샘 팔거나, 이도 저도 아니면 문탁 식구들이 문탁이 아니라 해도두리 장터에서 사주고 덤으로 옆집 친구에게 강매하는 진풍경 속에서 근근이 수지를 맞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아졌다. 옆자리에 익숙한 친구들과 아이들은 인사도 하고, 수아는 다 팔지 못할까 전전긍긍하면서도 뭘 팔아야 잘 팔릴지를 고민했다. - 수아는 커피가 아니라 쿠키를 팔았다. 하지만 파지스쿨이었기 때문에 자기 쿠키가 없는 날도 함께 장터를 지켰다. - 그건 새은이도 초희도 비슷하다. 그럼에도 토요일 오후를 통째로 그것도 매달 나가야하는 장터는 모두에게 조금씩 부담이 되었다.

 


함께 한다는 것은

 

파지스쿨을 신청한 이유는 단 한가지였다. ‘또래더치커피도 한가지였다. ‘친구들과 함께이때 친구는 또래 뿐 아니라 선생님도 포함 된다. …… 초반에는 더치커피 내리는 법을 배우는 시기였다. 그래서 다 같이 있는 시간도 나름 많았고, 회의도 꼬박했다. 장사가 별 진전이 없어도 좋았다. 함께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우는 시기가 끝나니 생산은 혼자해도 됐다. 그리고 사장님(진달래쌤)께서 바빠지시면서, 대로도 나가면서 회의는 사라졌다. 어제 커피설치를 누가했는지, 이건 지금 포장해도 되는 건지 매번 지레짐작으로 설치와 포장이 이루어졌다. 나도 우리 강아지가 아프면서 집에 있어야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러다보니 나는 생산을 거의 하지 않았다. 생산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내가 커피에 대한 흥미도 재미도 잃었던 것이다. 분명 함께 커피 장사를 하는 것이었지만, 결국은 개인이었다. 회의마저 사라지며 우리가 팀이었다는 걸 잊게 됐다. 그나마 해도두리를 갈 때에 팀이라는 걸 인식했다. 하지만 장사를 해본 적이 없었고, 당돌하지도 못한 나한텐 큰 숙제였다. 아마 모두 그랬을 것이다. 자립의 개념도 한 달에 한번, 돈 받을 때 느꼈다. 어쩌면 자립에 큰 관심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고, 더치커피를 함께하는 사람들끼리 그런 얘기를 해본 적이 없어서인 것 같기도 하다.” - 새은이의 더치커피 활동 평가 중

 

나는 함께 하는 것에 익숙하지만 사실 함께 하는 것에 능숙하지 못하다. 게다가 더치커피를 내리는 일 자체도 서툴고, 함께 활동을 만들어 나가는 일에도 서툴다보니 파지스쿨러들과의 관계도 삐걱거렸다. 대로가 그만둘 때도 나름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결국 왜 그만두는지 깊이 이야기하지 못했고, 새은이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지만 새은이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는 실패했다. 아직 남아서 내년에도 함께 하겠다는 초희는 어떤 마음일까? 그도 아마 내가 정확하게 이해하긴 어려울 것이다. 내 맘처럼 해주기를 바랐던 나도 아마 조금은 힘들었을 것이다. 함께 한다고 했지만 사람들의 눈에 더치커피는 진달래 혼자 동동거리고, 공부하는데 발목을 잡는, 매일 커피만 쳐다보고 있어야 하는, 뭐 그런 거 아니었을까?

파지스쿨러 뿐 아니라 이는 이층카페를 함께 운영하는 담쟁이베이커리팀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늘 바쁘고, 정신없는 날 보면서 담쟁이샘은 매번 의지가 된다고 했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았을 거다. 나는 이전에 주학 이외의 활동을 해 본 적도 없고, 고전공부 이외는 다른 공부를 한 적도 거의 없다. 그래서 월든이나 파지사유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것도 없다. 아마 2018년이 나에겐 제일 낯설고, 그리고 문탁의 많은 사람과 만난 한 해가 아닐까? 함께 고민한다는 것, 함께 활동을 한다는 것, 주학과 다른 방식으로 만나는 모든 것에 서툴렀던 나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2019, 잘 할 수 있을까

 

2019년 파지스쿨은 시작도 하기 전에 또 다시 도랑에 빠졌다. 별로 깊어보이지도 않는 도랑이지만 거기서 허우적거리느라 진 꽤나 뺀 상태이다. 그러고 나니 자칭 타칭 판매의 여왕인 노라샘과 함께 파지스쿨을 하게 되었다. 노라샘은 2019년엔 아예 금요일을 하루 더 나오라고 하면 어떠냐고 했다. 필수는 아니지만 권고사항으로. 함께 숙제도 하고, 더치커피 회의도 하고. 잘 될 진 모르겠지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거기다 여행경비 마련이라는 명목이 있으면 뭔가 더 의욕적으로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붙였다. - 2019년 파지스쿨은 1분기에 루쉰을 공부하고 샤오싱으로 여행을 갈 예정이다. - 하지만 지레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2018년 더치커피를 파지스쿨에서 하겠다고 한 건 잘 한 것 같다. 교통비라도 될까 싶어서 준 3만원을 여름쯤 초희는 5만원으로 올렸다. 별 것 아닌 돈 같지만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고, 버스를 타고 다닐 수 있게 해 줄 수 있어서 좋았다. 초희는 그 사이에 더치커피 로고도 만들고, 길드다에 합류했으며, 파지사유 큐레이터가 되었다. 그리고 돈이 없는 나도 활동비 받아서 친구들 떡볶이도 가끔 사 줄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여전히 파지스쿨의 공부와 활동이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는지 서로 어떤 공부가 되는지, 알 수 없다.

더치커피를 팔면서 누군가 나를 위해 그리고 파지스쿨을 위해 커피를 사주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대기업도 아닌데 정량이 아니면 좀 어떻고, 맛이 좀 다르면 어떠냐고 큰 소리쳤지만 사는 사람 입장에선 황당한 장사법이긴 하다. 이런 큰 소리의 이면에는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 그래서 말도 안 되는 시음회도 하고, 아무도 안 좋아하는 반짝 세트를 만들기도 했다. 더치커피를 함께 한 친구들은 계속 뭔가를 던져대는 내가 힘들었겠지만 뭐라도 계속 떠들고, 만들지 않으면 안 되는 내 입장도 있었다.

초희가 물었다. “내년에도 파지스쿨에서 더치를 하면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하나요?” 솔직히 바로 대답을 못했다. 또 매달 장터를 나가고, 계속 머리를 싸매야 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벌써부터 피곤해진다. 한참 뜸을 들이다 대답했다. “몰라. 그래도 같이 해야겠지?” 내년에 여행경비를 마련하려면 커피만 팔아선 안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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