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게시판

"신~난다~ 재미난다~~ 어린이 명작동화~~~" 이 노래가 퍼지면 딱 배고픈 시간이었다.

엄마는 저녁쯤 일 끝나고 돌아오시니,  엄마 오기 전까지 나는 티비 만화에 두 눈을 다 팔아야 꼬르륵 소리를 잠시 잊을 수 있었다.

플란더스의 개, 알프스 소녀 하이디.

어찌 잊으랴~. 눈물범벅으로 네로와 하이디에 감정이입함과 동시에 강렬하게 눈을 떼지 못하던 장면들!

네로가 할아버지와 우유를 앞에 놓고 맛있게 떼어먹던 빵.

그리고 하이디가 할아버지와 마을 사람들을 위해 프랑크푸르트에서 가슴에 품고 가져오던 하얀 빵. ..그 빵.


벨기에 시골 소년 네로와, 스위스 산골 소녀 하이디는 밀 생산량이 적은 나라 친구들이니,

얘네들이 주로 먹던 빵은 찰기 없고 뻑뻑한 호밀빵이었을 것이다. 

그러던 하이디가 도시에서 하얀 밀가루 빵을 처음 보고 넋이 나가던 그 장면.

도대체 얼마나 맛있었으면... 하이디는 하얀 빵을 할아버지 드릴 생각에 잠 못 이룬 걸까?

이때 이후로 난 빵에 확실히 꽂혔다고 주장하곤 한다.


초등학교 5학년 이후로 난 우리 집 주방을 접수했다!?

엄마보다 내가 더 오래 집에 머물렀기에,  퇴근해 돌아오는 엄마보다 내가 먼저 주방 곤로에 불을 댕기던 시절,

게다가 심심해 죽겠었던지라, 그 당시 나는 소꿉놀이를 실물로 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렇게 별걸 다 만들다가. 그 별것들이 저녁상에 올라가기 시작했다. 

주방을 접수했으니! 이제 엄마도 인정했으니! (내 기억에만 의존하자... ㅋ),  난 빵을 구워야만 했다.


하이디의 빵. 밀가루 반죽을 밀어서 설탕을 뿌려 프라이팬에 구워놓고 나의 첫 빵이라고 우겼다.

결과는 슬펐다.

이후로 오랫동안 빵은 시도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밀가루 반죽의 기억이 이후 나를 만두와 수제비의 세계로 이끌었지 싶다...;;)


사람과 물건 사이에도 인연이라는 것이 있다고 믿는다.

제과제빵 자격증을 준비하고, 알음알음 케익을 만들어 팔고, 아이들과 베이킹 수업을 하고.

빵과의 인연이 만들어낸 이야기들. 그리고 그 인연이  담쟁이베이커리까지 닿았다.


일주일에 한 번 작업장에서 빵을 굽지만, 그 빵은 밖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어느 식구의 아침이기도 할 것이며, 당 떨어진 누구를 일으키는 에너지일 것이며,  입 궁금한 어떤 이의 심심풀이 간식도 될 것이다.

내 빵이 만들어 낼 이야기들을 상상한다.

바라기는 내 빵이,

어느  빵굽는 사람의 소중한 추억이 될 수 있기를... 내 어린 시절 하이디처럼. ^^




어느날 내가 사는 사막으로 그대가 오리라
바람도 찾지 못하는 그 곳으로
안개비처럼 그대가 오리라
어느날 내가 사는 사막으로 그대가 오면
모래알들은 밀알로 변하리라
그러면 그 밀알로, 나 그대를 위해 빵을 구우리


( 유하 / 어느날 내가 사는 사막으로 그대가 오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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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8.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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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댓글

뚜버기

2018.05.08
07:54:34
(*.34.153.115)

저도 하이디의 그 하얀 빵 기억합니다. 

그래도 호밀빵이 더 건강한 빵이라는 대사도 있었던듯한 (조작된 것일지도 모를) 기억이 있네요.


빵굽는 사람은 아니지만 도라지 빵이 이번엔 어떤 맛일까 상상하며 베어물게 되는 한 사람이 여기에 있답니다~~

새털

2018.05.08
13:32:00
(*.212.195.119)

대학생 딸이 담쟁이베이커리 광팬리에요

여름방학에 베이킹클래스 열어주세요

도라지의 이야기가 있는 빵 집에서도 먹고 싶어요

진달래

2018.05.08
18:37:44
(*.223.33.101)

이야기하는 베이킹클래스도 재밌겠어요. ^^

세콰이어

2018.05.10
12:25:08
(*.233.107.252)

이런 사연이 있는 빵이었군요. 앞으로 담쟁이 빵을 먹을 때마다 도라지의 이야기가 생각날 듯. ^^

담쟁이

2018.05.13
16:56:20
(*.236.189.141)

 

나의 첫 빵에 대한 추억은 엄마가 막걸리에 노란 옥수수가루와 강낭콩을 넣어 만들어 준 찐빵이었어요

따근한 빵을 만들어 주던 엄마는 마치 마술사같았죠.

도라지 글을 보며 어린 도라지가 후라이팬에 굽던 빵을 상상해 봅니다.

 

수아

2018.05.14
14:00:26
(*.168.48.172)

도라지쌤에게 저런 귀여운 어린시절이 있었다니...!

새로워요ㅎㅎ 도라지쌤이 괜히 요리를 잘하는게 아니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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