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탈핵 특집01]

신고리 5,6호기 건설 승인에 반대한다

- 요요의 원안위 회의 방청기




글 : 요산요수









원안위 회의가 뭣이 중한디?

지난 62357차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는 72의 표결로 핵발전소인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승인하였다. 그 날 오전 나는 광화문의 KT빌딩 13층에 있는 원안위 회의장 방청석에 앉아 있었다. 원안위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에 대한 첫 번째 회의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 5월 말. 그 소식을 듣고 나는 갑자기 원안위가 궁금해졌다. 녹색다방이 매주 목요일 원안위 앞에서 열리는 탈핵집회에 참가하고 있지만 솔직히 말해 원안위가 어떤 곳인지는 잘 몰랐던 게 사실이다. 원안위는 무엇을 하는 곳이기에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결정하는 권한을 가진 것일까?

원자력 안전위원회는 핵발전의 위험성을 온 세상에 드러내준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에 만들어진 정부기관이다. 그 전에 원자력발전과 관계된 일은 원자력 위원회라는 이름의 기관이 맡고 있었다. 그런데 원자력 진흥과 원자력 규제가 한 곳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국제적 차원의 지적이 있었고, 게다가 후쿠시마 핵사고로 많은 사람들이 핵발전의 안전을 우려하게 되자, 2011년 원자력 위원회는 원자력 안전위원회와 원자력 진흥위원회로 분리되었다. 한 마디로 원안위는 이 나라의 원자력 안전을 책임지는 독립적인 정부기관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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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5,6호기 건설과 관련하여 원안위에서 어떤 이야기를 주고 받는지, 어떤 사람들이 원안위 위원인지 직접 보고 듣고 싶었던 나는 원안위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방청신청을 했고, 방청허가를 받았다. 위원장을 포함하여 아홉 명의 원안위 위원이 참가했고, 원안위 위원들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수십명의 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연구원들이 배석하고 있었다. 나는 오전 회의만 방청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신고리 5,6호기 건설과 관련한 쟁점이 무엇인지 알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신고리 5,6호기가 들어서면 부산 울산지역의 세계 최대 핵발전 단지의 핵발전소는 10기가 된다. 30키로 이내 지역에 사는 사람이 350만명이 넘는 만큼, ‘다수호기 안전성 문제가 회의의 핵심쟁점이었다.

회의에서는 다수호기 안전성을 묻고 따지는 김익중 위원과 김혜정 위원의 날선 질문이 이어졌다. 그러나 답변을 위해 배석한 연구원들은 아직 국제적으로 다수호기 안전평가 방법이 없다.’ ‘국제기준에 적합하다는 김빠진 대답을 되풀이했다. 대다수의 원안위 위원들은 침묵을 지키며 그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오전 회의의 분위기로 짐작컨대 신고리 5,6호기 건설승인은 기정사실화 된 것 같았다. 다만 원안위 회의가 두 위원의 문제제기를 얼마나 오랫동안 견딜지 그것이 관건인 듯 보였다.

 

우리 눈에도 모든 것이 클리어해졌다

방청석의 나는 회의에서 주고 받는 낯선 용어들을 주워 담으면서 오직 주의를 집중해서 듣는 일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질문과 답변이 이어지는 회의를 방청하는 내내 가슴이 답답했다. 바깥에서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승인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내가 있어야 할 자리는 방청석이 아니라 집회현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그저 안절부절 할 뿐이었다. 오전 회의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부산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반대를 외치러 올라온 시민들이 여전히 원안위 앞에서 집회를 계속하고 있었다. 오후에 표결이 결정되었을 때 항의하다 방청석에서 밖으로 쫓겨난 이계삼 선생님의 글을 통해 표결 전후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오후 6시가 넘어갈 무렵, 폐회 시점을 저울질할 줄 알았던 위원장은 이미 대부분 클리어해졌고, 종일토록 회의를 해서 피로하다고 운을 떼더니, 아무개 위원이 이를 받아 더 이상 답이 없으니, 표결하자고 했다. 지진, 해일에도 어쨌든안전할 거란다. 2기 이상의 핵발전 단지에서 새로운 발전소를 건설할 때 이웃 발전소와의 연관과 파급 효과를 동시에 고려하는 다수호기 안전성 문제아직 평가방법론이 개발되지 않았고, 현재 방식의 평가로는 확률적 가능성이 매우 낮으니, 일단 이대로 가자는 논리로써 그냥 밀어붙였다. 표결이 돌이킬 수 없이 진행되었을 때, 나와 함께 참관하던 밀양 사람 셋은 항의하다 끌려 나오고 말았다. 원안위 회의장에서 끌려 나와 입구에 내동댕이쳐졌을 때 이상하게 기분이 차분해졌다. 바로 그 전까지는 가슴이 터질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말이다. 아마도 여기가 더 이상 내려갈 데가 없는 바닥이라는 느낌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원자력 안전위원회는 526, 69, 623, 단 세 차례의 회의를 하고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승인했다. 무엇이 그리 급했을까? 그것을 알기 위해 원안위 회의록을 열람해 보았다. 내가 방청한 623일의 회의록은 아직 올라와 있지 않았지만 526일과 69일의 회의록은 열람할 수 있었다. 세 번의 회의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역시 다수호기 안전성 문제였다. 이 문제에 대해 원안위는 세 차례의 회의를 통해 충분히 검토한 것일까. 앞서 이계삼 선생님의 글에서 원안위 위원장이 말한 것처럼 모든 것이 클리어해 져서 원안위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승인한 것일까. 회의록을 살펴보자.

 

다수호기의 위험성을 평가할 기술이 없어서 평가하지 않는다고?


어쨌거나 다수호기 위험성, 안전성에 대해서 평가할 기술이 아직 없는데 우리는 지금 다수호기를 건설하려고 한다라는 거죠. 저는 PSA(확률론적 안전성 평가) 방법론을 정확히 모르겠는데, 나성호 위원님 얘기하신 그 얘기가 사실은 안전성평가에 반영이 돼야 될 것 같거든요. 한 쪽에서 원전이 사고가 났다, 그러면 옆에 있는 호기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아이고, 나 여기서 근무 못 하겠다.’라고 나갈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 같고 그런 것들에 대한 평가가 지금 안 돼 있는 거니까. 그래서 혹시 PSA 3단계에서, 아니면 다수호기에 대한 평가에서 나 위원님이 지금 말씀하신 이런 게 평가하는 방법이 있나요? 아니면 반영되는 그런 얘기를 들어본 적 있으세요? 거기에 대한 리스크 평가가 되느냐, 그런 것이 평가되는 리스크를 하는 걸 본 적이 있니, 그런 기술이 있느냐, 들어본 적이라도 있느냐, 이런 걸 좀 물어보는 거죠.” (526, 김익중)

 

지금 나성호위원님하고 김익중 교수님이 얘기한 그 사례는 후쿠시마에서 있었어요. 1호기 사고 났을 때 현장소장이 와서 사고 수습하라고 했는데 그 안에 있는 작업자의 90%2호기로 도망갔어요, 실제로. 그런 일이 발생했습니다. 그러니까 금방 김익중 교수님이 말한 실제로 한 기()에서 사고가 났을 때 거기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행태 변화 이런 것을 그냥 면진동(免振棟, 발전소 안에 마련된 안전한 장소)으로 옮긴다, 이거는 이론상으로는 가능해요. 사고 났을 때 여기의 90%가 다 도망갔다니까요. 일본 국회에 진상보고 할 때 그게 보고가 됐어요. 그래서 실제로 사고 수습에도 더 영향을 미친 겁니다. 그리고 매뉴얼도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 다 외우지 못했고 그러니까 훨씬 더 사고가 폭증(暴增) 되었던 거죠. 14km 떨어져 있는 방재센터 거기는 면진동이 아니라고 그랬잖아요. 면진동은 지금 한수원에서 가지고 있는 상황인데, 이 직원들이 다 면진동으로 가기도 힘들고요. 그러니까 이 PSA라는 게 막연한 게 아니에요, 지금 우리가 얘기하는 게. 반영된 위험 리스크 이런 것들이 당연히 나와야 되는 거죠. 실제의 상황에서 벌어진 일인데, 우리는 안 그러겠어요? 당연하죠,” (526, 김혜정)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생각하는 겁니다. 지금 전 세계에서 10개 원전을 한 부지에 지은 경험이 한 번도 없기 때문에 우리는 인류로서 최초로 이 길을 지금 가보는 거죠. 그러기 때문에 인류 최초로 거기에 대한 안전성평가 기술도 같이 가져야 된다라고 보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인허가를 하기 전에 이 기술이 확보되는 게 맞지 않느냐 이렇게 개인적으로 생각하는데, 어쨌거나 양 박사님께서는 그거는 너무 어려운 기술이기 때문에 인허가 준 다음에 장기적으로 하는 게 맞다 라고 보시는 거죠?” (69, 김익중)

 

우리나라가 지금 원안위가 정하고 있는 법에서는, 어쨌든 그 법 범위에서는 이런 내용이 타당하다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리고 또 다수호기 사고가 날 확률은 매우 낮다. 그렇지만 ‘0’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안전은 ‘0’을 향해서 가야 되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그 낮은 게 다수호기가 동시에 사고가 일어날 확률은 매우 낮은데, 매우 낮은 게 얼마나 낮은지는 안 해 보셔서 모르시는 거 아니에요? 방법도 없다면서요, 지금 국내에서는. 그런데 어떻게 매우 낮다고 말할 수 있죠?” (69, 김혜정)



고리 신고리 지역이 방사선 피폭을 고려한 인구저밀도 지역이라고?


그러니까 여기에서도 마찬가지로 다수호기에서 동시사고가 났을 때 방사능물질 방출량이 저인구지대에 반영이 안 됐다는 것을 저는 지적하고 싶고요. 결국은 법의 한계 이런 문제일 수도 있는데, 이게 원안위에서 얘기가 안 되면 어디서 얘기될 수 있을까? 이런 차원이어서 어떻게 보면 현재 규제기관이 정하고 있는 기준 밖의 문제라 하더라도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방사선환경영향평가를 보니까 80km 반경 이내에 1,070만이 살더라고요? 고리원전 반경. 그러니까 10기가 되면 10기 주변에 1,0727천 명 정도가. . 그래서 부산, 대구, 울산, 김해, 창원 이런 게 다 포함돼 있더라고요. 사실 여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에도 그렇게 나왔지만 인구밀도가 km²932명으로 나와요. 그래서 우리나라 전체 인구밀도보다 약 1.9배 높은 걸로 나옵니다. 왜 서울에 원전을 못 짓느냐. 예를 들면 울진이나 고리나 이런 사람들이 원전 여기 그만 짓고 우리도…… 예를 들면 부산 같은 경우에도 우리 200% 넘게 전력 생산하니까 서울에 가서 갖다 지어라, 한강에. 얘기하면 서울은 인구가 밀집돼서 못 짓는다고 얘기해요. 이런 기준으로 보면 저는 서울도 지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저는 이 법이 가지고 있는 한계가 너무나 크고 인구저밀도 지역에 원전을 지어야 된다 라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상식적인 것과 실제로 따지고 들어가면 선량평가 해가지고 전혀 고리원전 이 지역에 9, 10기 들어서는 것도 위치제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그러면 저는 이건 진짜 법이 문제라고 보는 거예요.” (69, 김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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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성단층, 지진은 어떻게 되나?

어떤 사람들은 더 이상 내려갈 데가 없는 바닥이라는 느낌을 받고, 어떤 사람들은 희희낙락하는 결정이 내려진 며칠 뒤, 울산 앞바다에서는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했다. 탈핵이든 찬핵이든 핵발전소의 안전 문제로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은 사람이 한 둘이 아니었을 것이다. 지진과 같은 중대사고에 대해서는 원안위 회의에서는 어떤 클리어한 검토가 있었을까? 만일 더 큰 지진이나 태풍이 와서 문제가 생긴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지는 것일까.


그런데 이진한 교수님이 여기 인터뷰를 보니까 꽤 길게 했어요. ‘70년대 원전을 지을 때는 지질조사를 정밀하게 하지도 않았고, 당시에는 활성단층 개념도 없었고 이미 짓고 난 원전과 신규 원전 부지의 지질조사를 이후에 한 것이다.’ 그래서 이걸 인터뷰한 사람이 물었어요. ‘원전 주변지역에 활성단층이 얼마나 있느냐?’ ‘원전이 몰려 있는 지역에서 30여 개 발견됐다.’ 이렇게 얘기했어요. 이분도 그래서 결론적으로 우리나라가 한반도판 내부에 놓여있어서 지진 재발 주기가 길 뿐 지진이 안 난다고 할 수는 없다. 문제는 한반도에서 활성단층 조사가 전혀 안 돼 있어서 그런 재발주기를 알 수 없다. 깜깜한 상태다.이렇게 얘기했어요. 그리고 한반도 지진에 대한 결론은 뭐냐?’ 이렇게 물으니까 활성단층 조사조차 제대로 안 이루어졌는데 과학적인 근거 없이 안전지대라고 발표해서는 안 된다. 냉정하게 말하면 우리는 지진에 대해서는 장님 상태다.’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이분이. 활성단층 전문가라고 지난번 전문위원회에서도 모셨습니다. 저는 사실은 보통의 이런 인터뷰를 하고 그런 분들이 (원안위에 와서는) 또 문제없다고 얘기하니까 늘 헷갈리는데, 어쨌든 이 분이 이런 인터뷰를 하셨어요. (그런데) 어제 읽은 평가서에서 지진 평가를 하면서 이렇게 했더라고요. ‘한반도는 앞으로 약 천 년 동안 높은 지진활동성 주기가 기대되지 않는다고 추정하기 때문에 이곳이 지질학적으로 아주 안정된 곳이다, 고리원전 일대가.’ 여기 고리원전 주변이 활성단층이 제일 많고 단층대 밭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한반도가 지질학적으로 안정된 곳이라고 얘기하고, 또 향후 천 년 이내에는 전혀 지진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 여기에 문제가 없다고 얘기하는데, 이런 분들이 이런 평가서를 쓸 때는 이렇게 감수를 하면서 (언론 인터뷰에서는) 장님 상태다, 이렇게 얘기하는 것을 제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되죠?” (69, 김혜정)

 

무겁고 절실한 신고리 5,6호기 건설결정

신고리 5,6호기 건설에 들어가는 돈이 8조원이라고 한다. 상상조차 불가능한 천문학적 규모의 건설비이다. 그러니 핵마피아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원안위에서의 승인을 통과시키려 했을 것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30키로 이내에 350만이 살고, 80키로 이내에 1,000만이 사는 지역에 위험천만한 원전10기가 들어서는 결정이 단 세 번의 회의로, 그것도 아홉 명의 투표로 결정해도 좋을까? 주민의견 수렴도 거치지 않는 핵발전소 건설과정은 적합한 것일까. 어쨌든 법대로 했다는, 이른바 전문가들의 검토와 원안위의 결정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우리의 삶에 대한 결정권을 소수의 전문가가 갖는 시스템에 당신은 동의하는가. 나는 동의하지 못하겠다. 그래서 나는 이 결정을 따르지 않겠다고 생각한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결정에 항의하다 원안위에서 끌려 나와 내동댕이쳐질 때, 더 이상 내려 갈 곳이 없는 바닥을 느낀 이계삼 선생님만큼은 아니겠지만, 이 사태는 나에게도 무겁고 절실하게 다가온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승인은 다시 한 번 탈핵운동의 현실을 깨닫게 하는 기회가 되었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밀양 할매 할배들이 송전탑이 세워진 뒤에도 우리는 지지 않았다며 시즌2, 시즌3의 밀양싸움을 이어나가듯, 우리도 쉽게 체념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꿋꿋하고 진득하게 탈핵과 녹색의 삶에 대한 질문을 멈추지 않을 수 있게 되기를. 말로도, 몸으로도.|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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