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특집] 후쿠시마 "영화" 로 마주보기

재난은 아름답지 않다, 몰락으로의 초대

  - 구로사와 아키라의 <꿈>





글:새털











1. 아름다운 묵시록, <>(1990)

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 <>은 아름답다. 여우가 시집가는 날이니 숲으로 가지 말라는 엄마의 명령을 어기고 숲으로 달려가 여우의 결혼식 행렬을 숨어서 보는 아이의 눈망울은 초롱초롱하다. 혹시 여우에게 들킬까 가슴은 조마조마하다. 아이의 바람과 달리 여우에게 들키고, 엄마에게는 여우에게 가서 사과를 하고 오라는 엄명이 떨어진다. 그 전에는 집에 들어올 생각을 말라며 단호하게 문을 닫아버린다. 그래서 아이는 여우가 산다는 무지개를 찾아간다. 이 꿈같은 이야기를 구로사와 아키라는 꿈같은 비주얼로 보여준다.

꿈은 만병통치약이다. 꿈이니 개연성이나 현실성의 제약이 없다. 꿈이 없다면 초현실주의의 회화는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시간이 구부러져 흐르고 바위성이 하늘에 떠있는 달리와 마그리트의 상상력의 원천은 아마도 꿈일 것이다. 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 <>에서도 꿈이니까 가능한 이야기와 비주얼이 연출된다. 화가는 고흐를 만나기 위해 고흐의 그림 속으로 들어가고, 복숭아나무 정령들은 꽃을 보고 싶다는 아이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춤을 추고, 전사한 병사는 자신의 죽음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중대장을 찾아오고, 후지산이 폭발하고,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한다.

프로이트는 꿈을 인간의 소원성취, 욕망의 배출구로 보았다. 영화 <>에서도 인간의 욕망이 천진난만하게 연출된다. 부모의 명령을 어기고 금지된 것을 보고 싶고, 자연훼손과 전쟁도 무릅쓰며, 뒷감당하지 못할 핵무기와 핵발전소를 마구 쓴다. 꿈에는 우리가 공포를 느끼는 악몽도 포함되어 있다. 프로이트는 악몽도 소원성취라고 해석한다. 끔찍한 일이 닥쳐 고통을 겪지만, “, 꿈이야!”라고 안도하며 잠에서 깨어난다는 것이다. 인간은 영리한 동물이다. 현실에서 이루지 못하는 욕망을 꿈에서 이루고, 현실에서 피하고 싶은 두려움을 꿈에서 겪어내며 안도한다. 구로사와 아키라의 <>은 인간의 제어할 수 없는 욕망은 필연적으로 재난으로 귀결된다는 묵시록을 아름답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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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재난은 아름답지 않다

재난은 아름답지 않다. 어불성설이다. 참혹하고 피폐하고 황량하다. 구로사와 아키라의 <>은 아름답다. 인간의 제어하지 못한 욕망이 재난을 가져오니, 인간의 한계를 깨닫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감독의 메시지는 선명하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난 나의 감상은 명료하고 선명하지 않다. 재난은 아름답지 않은데 어떻게 영화는 아름다울 수 있는가? 아름다운 방식으로 재난을 경고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가? 구로사와 아키라라는 거장의 명작 <>1990년도에 제작되었다. 1986년 체르노빌사고가 일어났고, 핵무기뿐 아니라 핵발전소의 위험과 파괴력에 대해서는 충분히 짐작 가능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이 제작되고 21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변화는 없었다. 그리고 2011311일 거장의 예지몽이 실현되듯이 후쿠시마에서 핵발전소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 꿈이야!”라고 안도할 수 있는 악몽의 위약효과도 끝이 났다. 꿈이 사라져버렸다는 것이 재난의 민낯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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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몰락으로의 초대, 끝에서 시작으로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가 일어난 지 6년이 지났다. 6년 전 그날 저녁밥을 먹으러 들어간 식당에서 텔레비전 화면을 가득 메운 영화 같은 장면은 아직도 소름 돋을 만큼 선명하다. 영화가 현실이 되고, 꿈이 현실이 되는 비현실적인 현실이 충격적이었다. 어쩜 충격적이었던 것은 현실비현실성이었다. 내가 밥 먹고 살아가는 현실이 이렇게 비현실적인 일들이 마구 일어나는 위험한 곳이라는 것, 블록버스터 재난영화만큼이나 재난이 일상인 곳이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 저건 영화야!”라고 안도했던 민망함. 이를 총체적 난국이라고 한다.

올해는 3.11을 앞두고 후쿠시마에서 부는 바람(갈무리, 2012)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총체적 난국을 일상으로 살아가는 일본 연극인 사쿠라이 다이조는 “‘미래는 우리 것이다라고 말한다. 재난이 일상인 현실에서 그는 어떻게 미래를 말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일본은 소비사회이고 관리사회이고 대중문화사회로서 현대에서 전형적인 장소였다. 그게 부서지고 있다. 모두들 동요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은 세계사가 새롭게 쓰여질 장소가 되고 있는. (중략)그것을 봐라. 와서 그것을 겪어라. 그리고 사상적 전환점으로 삼아라. 거기서 같이 몰락하자.”(p.57)


후쿠시마에서 부는 바람의 여러 저자들이 입을 모아 말하고 있는 것 또한 뉴욕의 9.11과 후쿠시마의 3.11근대의 가치-성장과 발전의 신화가 몰락하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징후적 사건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과연 난관이고 고통일까? 근대의 성장과 발전 신화는 많은 것을 이라는 가치 아래 강력히 흡수해버렸다. 근대 자체가 그런 파괴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자기 파괴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는 받아들여야 한다. ‘때문에 살기 어렵다고 투덜거리며, ‘으로 돌아가는 세상이 끝난다고 걱정하는 것은 모순이다. 에서 우리는 어떤 시작을 도모해야 한다. 그걸 미래라고 희망이라고 말하는 순간, 낯간지러워지는 민망함이 엄습한다. 그걸 낯간지러움으로 휘발시키지 않기 위해 우린 무언가를 해야 한다. 사쿠라이 다이조처럼 희망이 아니라 몰락으로의 초대라는 강렬한 용어를 고안하고 제안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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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글의 목적은 홍보라는 불순한 의도에 있다는 것을 밝혀둔다. 224일 저녁 7시에는 구로사와 아키라의 <> 영화상영회가, 227일 월요일, 39일 목요일 2번에 걸쳐 후쿠시마에서 부는 바람을 비롯한 3.11관련 책들의 게릴라세미나가, 311일 토요일에는 광화문에서 나비행진이 펼쳐진다. 나비행진에 문탁네트워크에서는 으로 분장/가장하기로 마음을 모았다. 311일 나비행진 직전까지 파지사유와 월든에서 펼쳐지는 꽃 만들기 작업에도 참여하자. 구로사와 아키라의 ’, 사쿠라이 다이조의 몰락에 나는 조야한 불순함으로 답하려 한다. 꽃을 만들며. |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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