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특집] #2 세월호와 나

'기억'이 '기억하다'로





글 : 꿈틀이










봄은 어김없이 아오고 세월은 4월을 향해 나아간다. 시간은 물살을 가르며 전진하는 배처럼 직진하고 있지만 우리 모두가 숙명처럼 지니고 있는 기억 하나는 시간의 속도를 멈추게 한다. 그 기억의 중력으로 우리 웹진팀에서는 이번호를 세월호 특집호로 기획했고 나는 아무 준비도 없이 세월호와 나라는 주제의 글을 쓰겠다고 해버렸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세월호를 쓴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 동안 아무 일 없이 잘 먹고 잘 살았는데 도대체 무엇을 쓰겠다고 한 건지 모르겠다. 어쩌면 쓰는 게 어려운 것이 아니라 그날의 기억과 마주하는 것, 부끄러운 나 자신과 대면하는 것이 더 힘든 일 일수도 있다. 하지만 용기 내어서 의미를 부여해보고자 한다. 그 날의 기억을 끄집어내어 지금의 와 대면할 수 있어야 그 다음의 를 상상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것을 넘어설 수도 있지 않을까?


 

 기억

인간은 눈물이 있기에 동물보다 진화했다. 그러나 이렇게 눈물이 있다는 것은 곧 진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맹장만 있기에 조류보다는 진화했지만 어쨌든 맹장이 남아 있기에 결국 진화했다고 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들은 쓸모없는 군더더기일 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의미 없는 멸망에 이르게 하기도 한다.”

<루쉰전집4권 화개집(잡감) 77>

 

루쉰은 인간의 눈물, 동물보다 진화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었지만, 진화를 방해할 뿐만 아니라 멸망에 이르게 하기도 한다고 했다. 사실 처음에는 이 말이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눈물은 타자의 고통에 대한 공감과 자기 슬픔에 대한 생물학적 최대의 표현이 아닌가. 인류는 이로 인해 서로를 더 사랑하기도 고통을 나눠가지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큰 함정이 있다. 우리는 우리의 신체가 가진 눈물이라는 액체를, 상대의 고통에 대해 또는 나의 아픔에 대해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는 자기만족의 도구로 여긴다는 것이다. 루쉰식으로 말하자면 인간의 눈물은 독사처럼 칭칭 동여매고, 원귀처럼 찰싹 달라붙어 24시간 내내 그칠 때가 없는 참된 분노에 다가가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인 것이다.

2014416일 세월호 사건 때의 나의 눈물도 그러한 것이었다. 누구는 어제 일도 기억 못하는데 몇 년 전의 일을 어떻게 기억하느냐고 억지를 부리기도 한다지만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그날 우리의 일상이 어떠했는지. 3년 전 416일은 중3이었던 큰 아이의 학부모총회가 있는 날이었다. 그날 나는 평소 알고 지내던 몇몇 지인들과 점심을 먹고 학교 대강당으로 향했다. 당시 총회 진행을 맡았던 선생님은 수학여행을 간 어느 고등학교의 학생들을 태운 여객선이 사고가 났는데, 다행히 전원 구조되었다며 안도의 말씀을 하셨다. 그렇게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와 믿기 힘든 일들이 텔레비전을 통해 전파되고 있었다. 배는 이미 기울어졌고 아이들은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세월호 주위를 맴돌고 있던 헬기의 프로펠러는 시끄럽게 돌아가고 있었지만 그 헬기를 통해 구조되는 사람은 없어 보였다. 날은 점차 어두워져가고 있었고 어둑어둑해지는 저녁 그림자가 정말 무서웠다. 아이들이 바다 한가운데 갇혀 있는데 어두운 밤이 찾아오고 있다는 것은 일종의 공포였다. 조선공학을 전공한 남편은 이미 배 안에 생존자는 없을 것이라고 탄식했다. 이렇게 나의 2014416일은 지나가고 있었고, 이날 세월호라는 이름은 우리 모두의 신체에 각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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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문탁인들도 세월호의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고, 내가 참여하고 있었던 민들레 세미나에서는 세월호 추모 행사를 기획했다. 우리는 잊지 않겠습니다! ”라는 구호를 외치며 의미심장한 글을 읽어나갔다. 세월호 진상 규명 촉구와 그들의 고통을 잊지 않겠다는 일종의 맹세였던 셈이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부끄럽다. ‘잊지 않겠다는 말을 그렇게 쉽게 하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한 거라고는 따뜻한 우리집 거실에 앉아 눈물 몇 방울 흘린 것밖에 없었다. 그 눈물로 세월호를 잊지 않겠다는 맹세를 대신했고 무책임한 국가에 대한 나름의 응징을 대신했다. 그래서 세월호는 나의 몸에 새겨진 기억이라는 관념 그 이상, 이하도 아닌 게 되었다.


 

기억하다

이후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얼마 안 있으면 어김없이 416일이 찾아올 것이다. 올해 나에게 변화가 있다면 틈세미나친구들과 여러 활동들을 기획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뉴스도 진행하고 파지사유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틈서가를 살아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책 전시를 하고, 꾸미기도 하며 엽서를 써 놓기도 한다. 별다른 재주가 없는 나로서는 재주 많은 친구들이 감사할 따름이다. ‘더 북이라는 이름으로 바꾼 틈서가는 정기적으로 녹색평론르몽드디플로마티크를 고정 전시하고 비정기적으로 이슈가 있을 때마다 기획전시를 하기로 했다. 3월은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이슈였고, 4월은 아무래도 세월호 관련 전시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는 아이디어 회의를 매주 진행했고 결정되면 바로 공간을 꾸몄다. 파지사유에서 큰 종이를 올려놓고 세월호를 그리고 노랑색 나비를 오리기도 했다. 큰 나비, 작은 나비가 우리의 손을 거쳐 탄생했고 틈서가 한쪽 벽이 세월호로 물들었다. 그리고 세월호 관련한 여러 책들을 전시했다. 결코 쉬운 작업들은 아니지만 함께여서 즐거웠다. ‘너의 이름을 불러본다라고 제목 지은 약전 릴레이 읽기행사는 우리 모두가 세월호 아이들의 소중한 일상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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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기획전시는 착착 진행되었고, 큐레이터 회의에 참석한 작은물방울이 이번 세월호 추모 행사를 틈서가에서 기획해 보라는 제의를 받았다는 말을 전했다. 순간 나는 세월호 사건 당시의 민들레 세미나가 생각났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세월호를 가지고 무언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당시의 사진이나 영상만 봐도 코끝이 시려오는데, 너무너무 부끄러운데 다른 사람들 앞에서 뭘 할 수 있겠냐는 말도 했다. 그렇지만 작은물방울은 부끄럽고 힘드니까 마주쳐야 된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주치는 건 오히려 용기 있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 순간 나도 울컥했다. 물론 이날 우리들은 아무 결정도 내리지 못했다. 하지만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와 생각했다. 친구들과 즐겁게 세월호를 그려 넣고, 예쁜 나비를 오려 붙이고, ‘약전읽을 장소에 책상을 배치하고.. 추모 행사를 하니 마니 하면서 서로의 목소리가 마주치고, 순간 함께 눈물 흘리는 것. 이것은 기억이라는 관념이 몸 밖으로 나와 기억하다가 되는 변화의 순간이 아닐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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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나와 세월호는 딱 여기까지이다. 기억으로 저장되어 있던 데이터가 몸 밖으로 나와 친구들과의 작은 움직임이 되었다. 처음은 그냥 움직임이었을 뿐이었는데 과거의 부끄러움이 생각났고 목소리만 내질렀던 맹세들의 공허함을 알았다. 지금 우리의 움직임은 아주 작다. 단지 0.5평의 틈서가 작은 공간에 세월호를 펼쳐 보였을 뿐이다. 하지만 그 펼친 하얀 도화지 여백에서 기억기억하다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함께 메워준다면, 우리는 또 그 기억을 넘어선 무엇을 상상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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