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156호)몸의 기억과 손의 기억

2017.03.22 03:15

달팽이 조회 수:261

[특집] #3 몸과 손으로 기억하다

의 기억과 의 기억

 




글 : 달팽이 










한 달 쯤 전 기억방석 만들기에 관한 글을 써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 해 동안 문탁학인들과 기억 손작업을 하자고 제법 강하게 의견을 냈던 터라 거절할 수만은 없어 애매하게 알았다고 했다. 원래도 글재주가 없어 뭐라도 써보려고 하면 머리가 아파오는데, 세월호라니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막막했다. 미루고 미루었다. 재촉하는 이도 없어 그냥 이대로 웹진 틈이 마감할 때까지 조용히 있으면 되려나했다. 웬걸!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무슨 얘길 해야 하나? 머릿속으로 몇 편의 글을 썼다 지웠다. 43일과 419일 그리고 416일에 국가가 저지른 살인에 대해. 구의역에서 삼성반도체에서 쌍용자동차에서 세월호에서 자본이 저지른 살인에 대해. 그리고 그 모두와 연결된 나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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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한 해 활동계획을 세우며 가장 먼저 생각했던 것이 세월호를 기억하는 손작업이었다. 나는 왜 그 기억을 붙잡으려 하는 것일까? 국가와 자본이 빼앗아가는 생명력에 대해서라면 기억해야할 다른 사건들도 많은데, 그리고 문탁의 모든 활동이 그것과 연결되어 있는데 왜 하필 세월호인가? 이유는 아주 신체적이다. 그저 아이 잃은 어미, 아비의 고통과 살아남은 아이들을 비롯한, 죽음과 이어진 수많은 사람들의 아픔이 절로 내 몸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이미지를 통해 내 몸에 각인된 흔적이 너무나 선명해서 웬만해선 지워지지가 않아서이다.

봄날의 수학여행에서 돌아오지 못한 청춘들, TV로 생중계된 서서히 침몰하던 거꾸로 뒤집힌 커다란 배, 그리고 노란 리본들과 눈물들. 감정은 때로 그저 멋대로 상상하는 오류의 원인이지만 때로 정확하게 반응하는 직관능력이기도 하다. 그저 내 몸이 세월호를 기억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뭔가 해야 한다고 그러지 않을 수 없다고.

 

1주기에 우리는 304조각의 조각보를 엮으며 사라진 304개의 우주를 추모했다. 그 작업은 사회적 애도의 과정이었고 아이 잃은 어미를 위로하려는 몸짓이었다. 2주기를 맞으며 별이 된 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었다. 304명이 아니라 한 명 한 명으로 그들을 기억하기 위해서였다. 누군가는 108배를 하며 허벅지 근육에 이름을 새겨 넣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 4월이 온다. 3주기를 맞는 우리의 몸짓은 이미 1월부터 시작되었다. 친구들 몇이 기억교실을 다녀오면서부터 3년 상을 어떻게 치를 것인지 고민하기 시작했었다. 20144월에 멈춰져 있는 교실을 보며 우리 눈에 들어 온 것은 입구에 놓여있던 단원고 친구들의 약전 <짧은 그리고 영원한>과 방석이 없어 차가워 보이는 의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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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가진 한 사람이 아니라 친구들, 가족들과 어떻게 지냈었는지, 잘 웃는 아이였는지, 꿈은 뭐였는지, 노래를 좋아했는지 약전은 우리에게 그들의 짧은 인생 이야기를 들려준다. 2학면 5반 정이삭 이름으로만 기억하던 이삭이는 시력을 잃은 어머니를 잘 돌봐드리던 효자아들, 어머니처럼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는 사회복지사가 되기를 꿈꾸던 청년으로 우리의 기억 속에 자리 잡는다. 낡은 청바지를 잘라 멋스런 방석을 만들고 이삭이의 자리를 찾아가 의자 위에 방석을 올려준다. 손으로 이야기로 우리는 이삭이를 기억하고 그 기억과 함께 묵묵히 다른 세상을 열어갈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기억은 쉽지 않다. 아이들의 삶을 읽어내는 일은 다시 그들의 죽음을 떠올리게 하고 그와 연결된 많은 아픔들을 마주하게 한다. 그래서 약전을 펼쳐보기가 망설여진다. 그들의 짧은 인생이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대면하기가 고통스럽다. 그들이 더욱 구체적인 삶으로 나와 엮였으니 그 기억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스스로 다그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함께 고민해 줄 친구들이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든든한 친구들 덕분에 나는 약전을 읽어내고 250개나 되는 방석을 만들고 그리고 조금은 기억한다는 것과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당당히 마주할 수 있겠다. |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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