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문탁네트워크에서는 신고리 공론화과정이 우리 사회의 실질적 민주주의를 진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고 생각하여, 신고리공론화를 둘러싼 다양한 쟁점 (공론화란 무엇인가? 과학기술정책은 어떻게 결정되어야 하는가? 숙의민주주의란 무엇인가? 탈원전은 가능할까? 등)에 대해 회원연속칼럼을 게재합니다. (<문탁뉴미디어> 편집자)





[신고리5,6호기공론화-연속칼럼]


제대로 공놀이를 즐기는 방법

    



 

글 청량리

 

 


학교 갈 때 가방보다 축구공을 먼저 챙기는 원전초등학교 5학년 6반 설중단(12), 그래서 그 아이의 별명은 바나나킥이다그러나 운동과외 같은 전문 학습과정’ 대신 바나나킥은 아이들을 모아서 공놀이하는 것이 그저 즐거웠다여름 방학 어느 날친구들과 운동장에 나갔는데 학교 정문이 잠겨있었다운동장에 실내축구장을 새로 짓는다고 푯말이 걸려있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운동장 한 가운데는 한 무리의 아이들과 그의 부모로 보이는 사람들은 서 있었다학교와 운동장을 여기저기 손짓해가며 때로는 웃으며 박수도 쳤다바나나킥은 그 중 한 아이의 낯이 익었다얼마 전부모님의 직장 때문에 이사 온 같은 반 전학생이었다그 아이도 바나나킥을 알아보고 다른 아이들과 함께 정문 쪽으로 걸어왔다.

안녕

...안녕...우리공놀이하러 왔는데,,,문 좀 열어줄래?”

바나나킥은 그 전학생에게 부탁했다.

...미안...지금은 좀 어려워저기 어른들이 뭔가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거든.”

전학생은 대답했다.

너희들은 거기 어떻게 들어갔는데?”

바나나킥이 살짝 따지듯 물었다.

우린 관계자거든저기....우리들 엄마아빠

전학생과 그의 친구들은 운동장 가운데 서 있는 어른들을 가리켰다다시 보니 그들은 모두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입었다바나나킥과 동네아이들은 왠지 주눅이 들었다정문 앞에서 괜한 축구공만 손바닥으로 통통 튀겼다.

 

이대로 돌아갈까 하다가바나나킥은 문득 궁금해졌다왜 학교에서 갑자기 실내축구장을 지으려고 하는 걸까게다가 왜 우리들에게 물어보거나 알려주지도 않았을까알고 보니 그 전학생들은 대부분 축구를 전문으로 운동과외를 받는 아이들이었다그런데 그들의 부모들은 잔디가 아닌 운동장이 마음에 안 들었고이참에 학교에 투자해서 실내축구장을 지을 생각이었다어쨌든 실내축구장이 생기면 바나나킥을 비롯한 동네아이들에게도 나쁠 것은 없었다비오는 날에는 지루하게 집에만 있어야 했으니까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아니안 돼너희들은 축구화도 없잖아게다가 너희들이 축구가 뭔지나 알아그저 공놀이나 하겠지.”

전학생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바나나킥은 화가 났다자기들이 사용할 수도 없는 실내축구장이라니게다가 축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며 무시하는 것도 싫었다이제 아이들은 닫힌 학교 정문을 마주하고 실내축구장에 찬성하는 아이들과 반대하는 아이들로 나뉘었다바나나킥을 비롯한 동네아이들은 그저 운동장에서 자유롭게 놀고 싶었고축구를 전문으로 운동과외 받은 전학생들은 제대로 된 시설이 필요했다그렇게 아이들은 한참동안 실랑이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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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성하는 아이들은 효율적인 실내축구장이 왜 필요한지 엄마나 아빠의 말을 빌어서 설명했다그러나 반대하는 아이들도 굳이 필요도 없는 걸 몇몇을 위해 짓는 거라며 반박했다한참을 싸우던 바나나킥은 문득 우리의 하루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리고 옆 친구들의 얼굴을 보았다공놀이에 즐거워하던 얼굴이 아니라모두 낯설고 무서운 눈빛이었다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바나나킥에게는 동네아이들이나 전학생들이나 모두 같은 눈빛으로 보였다사실 바나나킥과 동네아이들은 실내축구장에 안 들어가도학교 운동장이 꼭 아니더라도 공놀이 할 곳은 많았다오히려 바나나킥은 상대방이 필요했다동네아이들이라고 해도 두 팀을 짜기는 수가 너무 적었다우리의 공놀이를 제대로 하려면 상대가 필요했다. “얘들아잠깐만우리...그냥 공놀이 같이 하지 않을래?” 순간 동네아이들이나 전학생들이나 모두 황당한 눈으로 바나나킥을 쳐다보았다.

 

 그제야 동네아이들은 자기들이 왜 학교에 왔었는지 생각이 난 듯공을 들고 건너편 골목길로 발걸음을 옮겼다사실 전학생들에게도 실내축구장에서 연습만 하는 건 예전 운동과외 같아서 내키지 않았다그들에게도 물론 상대팀이 필요했다전학생들도 하나둘 학교 교문을 열고 나왔다그 아이들은 정장 입은 어른들을 피해 다른 곳에서 공놀이를 계속했다어느 새 동네아이들과 전학생들은 섞여가며 팀을 만들고 있었다이제 그들의 머릿속에서 실내축구장은 사라져 버렸다오랜만에 운동장 속이 아니라 골목길에 아이들 소리공놀이 소리에 동네가 살아났다어느 순간 골목 여기저기서 바나나킥을 부른다.

설중단너네들 노는 소리에 공부를 못 할 것 같으니우리도 좀 끼워주라!”

동네 아이들끼리 공놀이 할 때는 쳐다보지도 않던 녀석들까지 나왔다공놀이는 역시 같이해야 재밌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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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고리 5,6호기의 건설에 대한 찬성과 반대가 이슈화 된 공론화과정이지만우리가 원하는 것은 단지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중단만은 아닐 것이다그러나 이미 저들은 찬성과 반대의 진영논리로 우리들의 활동을 프레임화 하고 있다매체를 통해 공론화가 의미 없음을 떠들고 있으며오히려 문재인 정부의 탈핵정책을 포퓰리즘으로 비판하고 있다지난 달도두리 장터에서 펼쳤던 우리들의 탈핵행동을 통해 나는 그러한 프레임이 문득 느껴졌다투표참여를 외면하는 이들은 이미 건설을 찬성하는 쪽이었고따라서 그들에게 투표는 의미가 없는 행동이었다그래서 그날의 개표결과건설 반대의 압도적인 표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건 어쩌면 우리들에게만 의미가 있었는지도 모른다그 프레임을 어떻게 없앨 것인가신고리 5,6호기를 넘어서는 에너지 민주주의에 대한 논의로 어떻게 나아갈 수 있을까바나나킥의 공놀이에 저들을 초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이번 공론화는 건설 반대를 넘어서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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