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문탁네트워크에서는 신고리 공론화과정이 우리 사회의 실질적 민주주의를 진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고 생각하여, 신고리공론화를 둘러싼 다양한 쟁점 (공론화란 무엇인가? 과학기술정책은 어떻게 결정되어야 하는가? 숙의민주주의란 무엇인가? 탈원전은 가능할까? 등)에 대해 회원연속칼럼을 게재합니다. (<문탁뉴미디어> 편집자)




[신고리5,6호기공론화-연속칼럼⑤]


소통과 혜안기대하지 말고 강제하자

 





글 : 무담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영구 중단할지 재개할지를 묻는 1차 전화 조사가 지난 토요일 종료되었다고 한다. 이제 20,006명의 응답자 중 참여 의사를 밝힌 5,981명 가운데 시민참여단 500명이 선정되어 충분한 정보 및 토론의 과정을 거치면서 2~4차 조사에 응하게 된다. 이 과정을 주관하는 공론화위원회는 10 20일 공사 중단 또는 공사 재개에 대한 응답 비율을 포함한 최종 권고안을 정부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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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참여단 형식을 통한 공론화 과정은 정부의 독단과 밀어붙이기에 지친 우리 사회에 신선한 자극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시민참여단이나 공론화위원회 모두 결정기구가 아닌 단순 자문기구라는 명백한 한계를 갖고 있다. 공론화위원회의 권고를 참고해 최종적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할 주체는 어쨌든 중앙 정부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지난겨울 타오른 촛불에 힘입어 이명박, 박근혜의 암울했던 9년을 떨쳐내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이기에 많은 이들이 믿음을 갖고 공론화 과정을 주시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문재인 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몇 가지 모습을 보면 과연 이 정부가 국민의 의견을 듣는 소통의 정부이며 나라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혜안을 가진 정부인지 걱정하게 된다. 창조과학이라는 과학 아닌 괴담을 신봉하여 지구의 나이가 6,000년이라고 말하는 뉴 라이트 성향의 사이비 종교인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지명한 후 온갖 반대에도 불구하고 버티기로 일관하는 자세는 소통의 자세가 아닐뿐더러 산업과 과학에 대한 현 정권의 몰이해를 단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의 6차 핵실험을 빌미로 기다렸다는 듯 물리력을 동원해 사드 배치를 강행하는 모습에서 소통을 찾을 수 없고 참수부대 창설을 운위하고 대통령이 직접 러시아 대통령에게 원유공급 차단을 주문하는 등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무참하게 끊어내면서 미국의 눈치만 보는 모습에서 험난한 미래를 헤쳐 갈 혜안을 찾을 수 없으니 이 모든 답답함이 차라리 그저 내가 아둔한 탓에 생긴 몰이해이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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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점은 공론화라는 절차에 혹하여 감시와 압박의 끈을 놓고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 동안 엄청난 특권과 독점적 이익 속에 몸집을 키워 온 소위 핵 마피아 세력은 온갖 회유와 협박의 논리를 총동원해 시민참여단에 쏟아낼 것이다. 시민참여단의 의견이 압도적 공사 중단이 아닌 팽팽한 모습을 보일 경우 권고에 불과한 이 의견을 묵살하고 공사 재개 쪽으로 정부를 움직이게 만들려는 집요한 몸부림 또한 이어질 것이다. 그런 가운데 북한의 핵과 미사일, 그리고 스스로의 인사 헛발길질 탓에 혼란에 빠진 정부가 느닷없이 또 한 번 불통과 어리석음의 길로 들어서지 않을 것이라고 어찌 장담할 수 있겠는가.


여기에서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탈핵 이후의 세상에 대해 한 가지 짚고 넘어가기로 하자. 신고리 5,6호기의 공사가 영구 중단된다고 해도 핵 문제는 끝이 아니다. 나아가 모든 원전의 가동이 중단되고 원자로가 폐쇄된다 해도 역시 핵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폐로를 식히는 데만 5~15년이 걸리고 완전한 폐로에는 50~100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도 우리에게는 상당한 양의 고준위 폐기물 및 중저준위 폐기물이 남는다. 그 동안 원전에서 누려온 작은 이익이 실은 후손에게 빚지는 행위일 뿐이라는 지적이 있었거니와 이제 고리 1호기의 폐로 결정과 함께 정말로 이 빚을 갚아야 할 때가 우리 앞에 찾아온 것이다.


원전이 지어지기 시작한 것은 미국의 핵무장에 필요한 플루토늄 확보를 위한 원자로 가동을 평화적 목적으로 치장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이로 말미암아 인류는 방사성 폐기물의 처리 방법 개발이라는 어렵고 심각한 문제의 해결을 뒤로 미룬 채 무작정 원자력 발전의 시대로 진입하였다. 그리고 원전 초기의 막연한 기대와 달리 고준위 폐기물의 안전한 처리 방법은 아직 찾아지지 않았다. 우주에 내다 버리자는 제안의 황당함은 챌린저나 콜롬비아 참사로 거듭 확인되었고 고준위 폐기물을 연료 삼아 다시 핵 발전을 하여 쓰레기도 치우고 에너지도 얻는다는 고속증식로의 환상도 이어지는 실패와 사고 속에 일장춘몽이 되었다.


따라서 탈핵은 결코 문제의 해결이자 종료가 아니며 단지 문제의 확대 방지와 뒷감당의 시작일 뿐이다. 안타깝지만 북한 핵과 공존해야 하고 동시에 폐로 및 그 안에 쌓인 방사성 폐기물과도 씨름해야 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어떻게든 평화를 지켜 한반도와 전 세계가 처참한 전쟁터로 변하는 일을 막는 것이며 어떻게든 탈핵을 이루어내고 뒷감당에도 힘써 후쿠시마 같은 더 이상의 원전 사고를 막고 후손에게 물려줄 폐로와 방사성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애쓰는 일이다.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을 수는 없지만 기름을 붓고 불을 지른다든지 더 많은 물을 쏟아 붓지는 말아야 할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정책 당국의 소통과 혜안이 절실하지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이를 정부에 기대하는 자세는 위험하기 짝이 없다. 오히려 촛불역명을 이루어 낸 다중의 지혜를 통해 정책 당국이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도록 강제하고 국민으로부터 문제 해결의 지혜를 배우게 만들어야 한다. 비록 공론화위원회의 설문 전화를 받지 못했고 따라서 시민참여단 참여 기회 역시 사라졌다 해도 시민들끼리의 활발한 공론화는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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